[시인 영화감독 백학기의 시네스토리] '아낌없이 주련다'(1962)와 배우들...이민자·신성일·엄앵란·허장강
[시인 영화감독 백학기의 시네스토리] '아낌없이 주련다'(1962)와 배우들...이민자·신성일·엄앵란·허장강
  • 백학기 칼럼니스트
  • 승인 202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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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남아있는 한국고전영화와 그 배우들(25)]
- 멜로 드라마 새 장 연 유현목 감독
- ‘연하남’과 ‘연상 미망인’의 사랑 그려...신인 신성일, 일약 스타덤에
영화 '아낌없이 주련다'(1962) 장면. 배우 신성일, 이민자./사진=KMDb

(24) ‘아카시아 꽃잎 필 때’(1962)와 배우들...신영균·김혜정·장동휘·박노식·장혁·독고성  이어서

인터뷰365 백학기 칼럼니스트 = 1.4후퇴 당시의 항도 부산. 미망인 빠 마담 우부인(이민자)과 그 빠의 관리인인 20대 청년 지송(신성일)사이에 불같은 사랑의 꽃이 핀다. 그러나 미망인은 시시때때로 악당인 정부(情夫)의 위협 속에서 지내며 살아간다. 그럴수록 두 주인공의 사랑의 온도는 더욱 뜨거워져 간다. 마침내 미망인은 병으로 쓰러진 채 영영 회생하지 못한다. 청년의 비통한 오열 속에 숨을 거두는 엔딩. '아낌없이 주련다' 영화 내용이다.

유현목 감독은 이 영화에서 당시 한국영화의 시류인 전통적 가족드라마에서 벗어나, 연령과 계층을 넘어서는 사랑의 딜레마와 사회적 통념을 정면에서 다룸으로써 관심을 모았다. 당시 윤리적 기준이 엄격한 시대에 이 작품은 파격적이었으며, ‘연하남’과 ‘연상 미망인’의 사랑이라는 색다른 소재를 전면에 내세워 한국 대중문화 속 금기를 깨트렸다. 한국 영화의 새로운 도전의 상징을 전설로 남긴 것이다.

영화 '아낌없이 주련다'(1962) 장면. 배우 신성일, 이민자./사진=KMDb

도시 풍경을 담은 도시적 미장센과 절제된 대사를 통한 사랑과 이별의 어둡고 슬픈 정서가 이 영화의 특징. 사회적 위치와 인간의 내밀한 감정 사이에서 고투하는 ‘현대인의 사랑과 고뇌’를 1960년대 한국 사회 맥락 속에서 가장 선명하게 그려낸 영화로 평가된다. 지금도 올드팬들 사이에서 기억되는 그 맑고도 절절한 사랑은 영화 속 장면 카메라 안의 두 배우 이민자와 신예 신성일이 나누는 시선으로 강렬하게 기억되고 있다.

유현목 감독은 이 영화로 제2회(63년) 대종상에서 감독상을 수상한다. 한운사의 시나리오를 토대로 이민자 신성일 엄앵란 허장강 등 그 당시 인기 있는 배우들이 출연해 멜로 드라마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이 영화는 무엇보다도 당시 신인에 불과했던 신성일을 일약 스타로 만들었다.

허장강은 이 영화에서 공추남(창해구락부 바텐더)역으로 열연했으며, 엄앵란은 김영희(창해구락부 아르바이트 댄서, 여대생)역으로 나와 멋진 연기를 선보였다. 방성자는 우정은(정원의 여동생, 영희의 동급생)역으로 영화의 묘미를 살려냈다.

영화 '아낌없이 주련다'(1962) 장면. 배우 신성일, 엄앵란./사진=KMDb

“어마! 사내 냄새.” 파도가 밀려오는 송도 바닷가에서 막냇동생 같은 11세 연하의 지송(신성일)의 품에 안기며 놀란 듯이 쏟아낸 우 마담(이민자)의 대사는 지금 들어도 뒤떨어지지 않고 싱그럽기조차 하다.

비련의 여주인공인 이민자(李民子)는 한국의 에바 가드너로 불린다. 여배우 이민자의 본명은 이용랑(李溶浪). 1929년 서울에서 한의사의 넷째 딸로 태어났다. 중학교 2학년 때 극장 구경을 갔다가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후에 무학여고를 중퇴하고 1944년 연극배우로 데뷔, 유치진의 현대극장에 입단했다. 1944년 영화 '태양의 아이들'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1945년 영화배우 김진규와 결혼했으나 1959년 김진규와 이혼했다. 이민자는 한국 최초의 여성 감독 박남옥이 연출한 '미망인'(1955)에서 미망인 역을 맡아 호연해 관심을 모았다. 그녀의 다섯 번째 작품인 이 영화는 이민자가 ‘미망인의 세계를 리얼하게 잘 그렸다는 점에서 세간의 좋은 평가를 얻었다.

1968년 '슬픔은 파도를 넘어'를 끝으로 배우에서 은퇴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살다가 1986년 일본 도쿄대학 부속병원에서 뇌일혈로 사망했다. 향년 58세. 배우 김진규와의 사이에 진철, 진수 두 아들을 두었다. '생명', '유혹의 강', '모녀기타' 등 9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제2회 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조연상 제6회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미망인'은 1989년 같은 제목으로 남편의 제자와 사랑에 빠진 미망인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 또 다른 영화로 리메이크됐다. 김지미 이영하 주연. 지미필름 제작.

백학기 칼럼니스트

시인 겸 영화감독. 전북 고창 출생으로 <삼류극장에서 2046>등 여러 권의 시집을 냈으며, 영화 <공중의자><이화중선><선미촌>등을 감독했다. 현재 서울디지털대학(SDU) 교수로 재직 중으로, 섬진강영화제 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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