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다’ 여행가 김지희 교사의 지구촌 체험담
‘세상은 넓다’ 여행가 김지희 교사의 지구촌 체험담
  • 김우성
  • 승인 2008.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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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세계여행 자료 수업시간에 활용 / 김우성



[인터뷰365 김우성 / 사진 정경미] “세상은 넓고 갈 곳은 많다" 이는 현직 교사인 여행가 김지희 씨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사람들은 그의 이름은 잘 몰라도 KBS TV의 <세상은 넓다>라는 프로는 잘 안다. 매주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오후 5시40분부터 20분간 방영되는 인기 장수 프로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단골로 출연하는 패널 가운데 한 사람이 바로 김지희 씨다. 첫눈에 봐도 친근한 모습의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갈수록 해외여행객들이 증가하면서 그의 여행담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좋은 정보가 되고 있다.



그는 현재 서울 광영여고에서 세계사를 가르친다. 지구촌이 좁다며 세계 각지를 누비는 그의 생생한 여행 자료와 이야기는 그대로 살아있는 수업이 된다. 현장수업과 다름없는 교육인 까닭에 그의 교육시간은 단 한명의 학생도 흐트러지는 법 없이 내내 열기를 띤다. 그는 세계 각지를 다녀온 여행가를 통해 현장을 소개하는 프로인 <세상은 넓다>에 10여 년 전부터 단골로 출연하고 있다. 그의 수업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남들이 쉽게 가지 못하는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의 오지 등을 돌아다니며 단순한 ‘유적지 탐방’ 이상의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데 있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녹화를 마치고 나온 그를 방송국 카페테리아에서 만날 수 있었다.



오늘 방송에서는 어디를 소개해 주셨나요?

발칸반도의 슬로베니아. 5월 말에 방송될 예정입니다.





패널로 제일 자주 나오시는 것 같습니다.

여행을 가면 보통 한 달 동안 다니는데다가 제가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자세히 촬영을 하려다 보니 (영상을 담은)테이프 양이 18개 정도 나오거든요. 스토리가 연결이 되니까 자주 불러주시는 것 같습니다.(웃음)



주로 많이 다니시는 곳이 특정문화권이시던데요.

원래 세계4대 문명에 관심이 많아요. 지금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은 거의가 식민 지배를 했던, 근대 이후에 발전한 나라들이잖아요. 그런 나라들은 잘 안가고요. 지금은 후진국이라고 해도 기원전 3,4000년 경 훌륭한 문명을 이루어서 살았던 나라들에 관심이 많아요. 사람들이 ‘너는 왜 힘든 곳만 골라서 가냐’고 하지만 역사와 문화를 찾아서 오지라도 얼마든지 갈 수 있습니다.



지금껏 여행으로 다니신 곳이 대략 어느 정도이신가요?

정확히 51개국입니다. 본격적인 세계 4대문명 답사여행은 97년부터 시작하여 올해로 11년 째가 되어가죠. 교과서 위주의 낡고 재미없는 역사 수업에서 벗어나고자 교실을 나와 세상 밖으로 직접 나가 봐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교직에 방송 출연까지, 여행을 병행하시기가 쉽지 않으실 것 같은데요. 상당히 많은 나라를 다니셨습니다.

여름 방학, 겨울 방학이면 어김없이 꼭 가거든요. 한 달 정도의 일정으로 몇 개국 씩 가는 게 아니라 특정 국가에 집중적으로 갑니다. 갔던 나라 또 가고. 그래서 여행 다녔던 기간에 비하면 나라 수는 적은 셈이죠.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어디셨는지요?

가까이 지난 1월 말 중국 여행 당시가 생각나는데요. 50년 만의 폭설로 교통과 통신이 두절되었었거든요. 마침 그 때가 춘절(우리의 설날에 해당하는 중국 최대의 명절)이었는데 기차역 광장에 모인 인파 속에서 사람들이 두려운 존재로 느껴졌습니다. 말리 여행을 갔을 때 차량이 고장 나서 이틀 동안 사막에 갇혀 있었던 것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고요.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추천해주실 만한 여행을 말씀해주세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럽과 북미 같은 선진국 여행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세계인이라면 편협 되지 않은 시각으로 세계 여러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인정할 줄 알아야 할 텐데요. 특히 우리와 멀리 떨어진 중남 아메리카에는 마야, 아스텍, 잉카 문명 등 신비로운 문명세계가 있습니다. 300여 년의 스페인 식민지배에도 불구하고 지켜온 원주민들의 문화는 감동입니다. 휴양지로 떠나 선탠하면서 먹고 쉬고 쇼핑하는 여행도 좋지만 인류가 문명을 만들어 발전시켜왔던 5000년 전의 세계로 떠나는 문명 여행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나의 미래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값진 여행이 될 것입니다. 시간과 돈을 써버리는 소비적인 여행이 아니라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감동이 있는, 그것이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데에 좋은 영양분이 될 수 있는 여행을 다녀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여행 전 유념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요?

그 나라의 음식, 생활풍습 등을 배척하지 말고 이해하며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가령 손으로 밥을 먹는 것도 다 이유가 있어서거든요. 그 나라의 역사와 기후, 환경 등을 미리 공부해가면 아는 만큼 보입니다. 또한 여행은 문화유산이나 경치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그곳에 사는 사람과의 만남입니다. 그러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언어 소통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기본적인 생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면 여행의 진정한 묘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중국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도 조금씩만 할 줄 알면 훨씬 다른 여행이 될 것이고요.



멕시코를 처음 갔을 때 미국 옆에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영어가 통할 거라고 생각하고 너무나 안이하게 준비 없이 갔는데, 공항에서부터 정말 영어가 한마디도 안 통하는 거예요. 식당에 가서도 메뉴판을 못 읽어서 그냥 번호로 찍고 나오는 거 먹고. 짐을 싸들고 다시 한국에 가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그러다가 고속버스에서 우연히 멕시코대학 영어과 교수를 만났죠. 저보고 스페인어를 하냐고 묻길래 못한다고 했더니 굉장히 걱정을 하면서 저에게 2시간 동안 스페인어를 가르쳐주었어요. 스페인어는 발음 나는 대로 읽어서 익히기가 쉽거든요. 기본적으로 궁금했던 것, 살아남을 수 있는 스페인어를 배웠는데 그 두 시간 배웠던 게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작년에 다시 멕시코 여행을 갔는데 내가 살던 곳에 온 듯 친숙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도 만나게 되었고요.



수업에 여행 경험을 많이 활용하실 것 같은데요. 어떤 식으로 학생들과 경험을 공유하시는지, 그리고 학생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일단 세계사 시간을 흥미롭고 재밌는 시간으로 기다려요. 진도에 맞춰서 비디오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교재로 활용하는데요. 여행 중 겪은 수많은 에피소드는 학생들의 학습동기 유발에 큰 도움을 줍니다. 서울 안에서만 갇혀있는 아이들이었는데 저의 수업을 듣고는 세상을 넓게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에게 항상 말해줍니다. “너희 꼭 우리나라에서만 살 생각 하지 말아라,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너희를 필요치 않아 할 수도 있지만 너희는 세계에서 필요로 할 인재일 수 있다. 그리고 꼭 영어만 중요한 게 아니다. 스페인어, 중국어, 아랍어... 그밖에 중요한 언어가 너무 많다. 세계 인구의 4분의 1일이 스페인어를 쓰고 이슬람 인구도 16억 명이다”라고요. 실제로 학생들이 “선생님 저 아랍어과 갔어요. 이집트 유학 중이에요. 선생님 말씀하신대로 튀니지하고 모로코 여행 가려고 해요”라고 얘기해 줄 때면 말할 수 없이 뿌듯합니다.



반대로 학생들과의 교감이 여행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나요?

현지에서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반드시 눈으로 보고 카메라로 촬영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스스로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중국 태산에 갔을 때는 폭설 때문에 버스와 케이블카가 중단되었는데요. 6600개가 넘는 계단으로 되어있는 길을 걸어서 9시간을 오르내리며 열흘 동안 다리가 안 움직였었어요. 여행 일정에 차질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이집트에 미라 특별 전시실에 갔을 때는 입구 앞에 촬영금지 표지판을 미처 못보고 열심히 찍다가 지금껏 촬영했던 테이프를 몽땅 빼앗겼죠. 그때는 오로지 학생들이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때처럼 절실히 빌었던 적이 없었죠. 나의 살아있는 경험이 학생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사명감이 무겁습니다.





선생님에게 있어 여행은 무엇입니까?

여행은 나의 삶이자 나의 선생님입니다.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호기심은 나의 열정이며 신념입니다. 여행은 내가 있는 곳을 떠나서 다시 내가 있는 자리로 되돌아오기 위한 하나의 과정입니다. 내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싶을 때 여행을 가면 해답을 얻게 되고 삶의 소중함을 느끼게 됩니다.




스승의 날에 스승이 없다. 인터넷에서는 담임선생님의 안티카페(어떠한 대상에 대하여 반대하고 공격하는 집단)가 생겨나고, 체벌당한 학생이 선생님을 112에 신고하는 일도 다반사다. 교실까지 찾아 온 학부형으로부터 선생님이 폭행당했다는 소식은 이제 ‘작은 뉴스’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옛말이 무색해지고 교권이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교육의 시작점이 되어야 할 가정에서 자녀를 과잉보호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입시위주의 교육체계를 꼽을 수 있다. ‘대학만 들어가면 성공’이라는 인식은 학생 개개인에 맞출 수 없는 공교육 불신을 낳고, 이는 곧 사교육의 비대화와 교과목 편중으로 이어진다. 즉 대학 진학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선생님은 방해자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학생들의 바람직한 인성과 정서함양을 위한 공교육의 다양성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그의 여행 체험담은 소중한 산교육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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