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최민식을 위한, 최민식에 의한 '카지노'...믿고 보는 배우의 저력① 
[인터뷰365] 최민식을 위한, 최민식에 의한 '카지노'...믿고 보는 배우의 저력① 
  • 김리선 기자
  • 승인 202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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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년 만에 드라마 출연...디즈니+ 시리즈 흥행 견인
- ‘최민식 표’ 한국형 범죄 액션물 완성
배우 최민식/사진=
배우 최민식/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는 최민식을 위한, 최민식에 의한 ‘최민식의 드라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 작품은 불우한 어린시절을 겪은 평범했던 한 남자가 돈의 늪에 빠지고, 결국 파멸 하는 모습까지 굴곡진 인생사를 16부를 통해 펼쳐보인다.

170여 명이 출연하고 한 인물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담은 이 장구한 드라마의 중심엔 최민식이 있었고, 그 특유의 묵직한 카리스마는 ‘최민식 표’ 한국형 범죄 액션물을 완성해냈다.

느와르, 액션, 스릴러 등 다수의 작품에서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선보였던 최민식은 이 작품에서 필리핀 최대 규모의 카지노의 전설적인 존재가 된 차무식 역을 맡았다. 차무식은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인물이다. 최민식은 때론 무자비한 카지노 사업가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친근한 옆집 형 같은 포근한 모습으로 미워할 수 없는 차무식이란 캐릭터를 선보인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에서 차무식 역을 맡은 배우 최민식./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카지노’는 '올드보이',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명량' 등 가히 충무로를 대표해온 그가 처음 도전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작품이다. 1997년 '사랑과 이별' 이후 무려 25년 만의 드라마 출연이기도 하다.

"긴 호흡의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는 그의 스크린 밖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카지노’는 디즈니+ 역대 한국 오리지널 최대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흥행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카지노’ 종영 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민식은 시종일관 유쾌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결말? 의도했던 바"...시들한 들꽃 한 송이 꽃은 이유는 

- 오랜만의 드라마 복귀작이다.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좋은 성적을 거뒀다. 

“행복한 일이다. 과분한 인사를 받아서 정신이 없다.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도 오랜만이다. 전편이 공개된 후 그동안 작품과 관련해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를 받았다. “왜 나한테 그러냐, 본사에 따지라”했다. 심지어 결말은 어떻게 되냐고 협박(?)도 받았고. 하하.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다. 필리핀과 한국에서 촬영하며 이 장고한 이야기를 나름대로 이야기가 되게끔 했는데, ‘삑사리’ 난 구슬이 있어도 최선을 다해서 잘 엮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매번 아쉬움은 남는다. 작품이 끝나면 진하게 연애한 기분이다. 이제 이별을 해야 한다.”

- 결말은 만족하나.

“의도했던 바다. 드라마 초반 정팔이랑 하는 대사 중 ‘화무십일홍이야’란 말이 나오지 않나. 뜬금없는 말이 나와서 의아했는데 나중에 시나리오를 읽고 알았다. 결국에는 열흘 붉은 꽃은 없다, 모든 인간의 욕망을 과하게 쫓다 보면 이렇게 된다는 간단한 메시지다.

마지막에 차무식이 상구(홍기준)와 정팔(이동휘)이 오기 전 만찬을 준비하는 신이 있다. 시들한 들꽃을 한 송이 갖다 달라고 미술팀에게 부탁해 꽂았다. 마치 차무식이라는 인간의 끝을 예감한 것 같이. 강윤성 감독도 그걸 알아채고, 시들한 꽃을 클로즈업으로 잡아줬다. 무식이 총을 맞고 살아나는 것보다는 꽃잎 떨어지듯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것도 가장 아꼈던 후배에게. 꽃잎이 바람에 의해 떨어지듯, 자기 삶이 버거워 주체를 못 해 떨어지듯 한 느낌이었으면 했다.”

배우 최민식/사진=
배우 최민식/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양정팔(이동휘)을 비롯해 극 속 차무식을 따르는 친한 동생들이 '무식이 형님(형)'이라고 부른다. 다른 어떤 작품에서보다 극 중 형 호칭도 많이 들었을 것 같다.

“이 작품을 하면서 참 많은 배우와 호흡했다. 강 감독 말에 따르면 이 작품 총출연자만 170여 명이라고 하더라. 와…. 나와 부딪히는 배우만 해도 열 손가락이 모자랄 지경이다. 많은 배우와 한 작품에서 그럴듯한 호흡을 우리가 이뤄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가슴을 열고 받아준 강 감독에게도 고맙다.”

"필리핀 스태프, 날 보면 보스라고 불러"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촬영 중인 강윤성 감독(사진 왼쪽)과 배우 최민식의 비하인드 컷./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극 중 영어 대사가 많던데. 

“극 중 존 역을 맡았던 김민 배우가 한국인인데, 외국 생활을 많이 해서 영어가 능통했다. 자기 촬영이 없을 때도 현장에 나와서 영어 대사 발음 교정을 봐줬다. 고마웠다. 또 극 중 평양에 카지노 사업을 제안한 조이라는 외국 배우가 있는데, 제 영어 선생님이 되어줬다.”

- 영어가 많이 늘었을 것 같다.

“아니다. 그대로다. 그 대사만 달달 외워서 했는데, 죽는 줄 알았다. 안 외워진다. 그런데 어떻게 하나. 그냥 계속 반복해서 외웠다. 밥을 먹다가도 하고, 틈나는 대로 맞춰보고 했다.”

- 3개월간의 필리핀 로케이션을 진행했다. 에피소드가 있다면?

“힘들어서 죽는 줄 알았다. 하하. 현장이 살벌하긴 했다. 촬영 중 총소리도 들리고, 무장강도에게 한국인이 털렸다는 얘기도 들렸다. 그러나 필리핀 스태프들과는 금세 친해졌다. 나를 한국에서 온 배우가 아니라, 차무식이란 캐릭터로 받아줬다. 이 친구들은 나를 보면 “굿모닝 보스”라고 인사했다. ‘보스’라고 불러주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하하. 순박하고 정감이 느껴졌다. 국적이 달라도 영화 일을 하는 사람들은 공통분모가 있구나 싶었다. 헤어질 때 아쉬웠다.”

서양 영화 흉내내고 싶지 않아...한국적 리얼리티 추구

배우 최민식/사진=
배우 최민식/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카지노’시리즈처럼 카지노나 도박, 암흑계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다. 그러나 이 작품은 최무식의 인생 이야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연기하면서 기존 장르나 소재와 차별화한 부분이 있다면?

“절대 서양 갱스터나 누아르 영화를 따라 하지 말자, 흉내는 내지 말자는 게 머릿속에 있었다. 이 작품은 원하든 원치 않든 차무식이란 인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드라마다. 어머니, 아내, 배다른 형제와의 관계까지, 한국 사람들 특유의 갈등을 보여주려 했다. 극 초반 최무식의 횟집 격투신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보다는 한 놈만 잡아서 제압하는 '한방' 느낌으로 콘티를 변경했다. 또 마지막 엔딩에서의 총격 장면도 시가지 전투보다는 느닷없이 들어와서 죽을 놈은 죽는다. 한국적인 리얼리티를 추구해보자는 느낌을 갖고 촬영했다.”

- 흥행에 대한 부담감은 있나.

“전혀 신경을 안 쓴다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생각하면 병난다. 그래서 생각 안 하려고 한다. 더욱이 OTT는 처음이다. 영화라면 개봉 첫날 관객 수를 알 수 있는데, OTT는 본사에서 영업 비밀이라고 안 가르쳐준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알 길이 없으니 오히려 잘 됐다. 하하. 얼마 전에 택시를 탔는데, 기사분이 (카지노) 잘 보고 있다고 하시더라. 사람들이 많이 보는구나 싶었다. (손)석구와 며칠 전에 술을 먹는데 “선배님, 아버지가 아들한테는 관심 없고 선배님이 나올 때마다 ‘맞아, 저 때는 저랬다’고 하신다”고 말하더라.(웃음)”

정팔과 무식의 관계? "나도 궁금했죠"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장면./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br>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장면. 극 속 호흡을 맞춘 최민식(차무식 역)과 이동휘(양정팔 역)/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양정팔과 차무식이 함께 나오는 신이 많다. 친한 형동생 사이를 넘어 차무식은 정팔이 그렇게 사고를 쳐도 끝까지 신뢰하는 모습을 보인다. 무식과 정팔은 도대체 어떤 관계인 건가.

“사실 서로가 어떤 관계인가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메꿔야 하는 작업이었다.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토론을 많이 했다. 강윤성 감독한테 그랬다. 왜 내가 얘(양정팔)를 이렇게 예뻐하고 케어해야 하는 거냐고. 예쁜 짓이라곤 하나도 없고, 죽었으면 벌써 죽었어야 할 친구인데 말이지. 하하.

정팔은 말 안 듣는 자식 같은 느낌이란 생각을 했다. 괜히 주는 것 없어도 예쁘고 챙겨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괜히 주는 것 없이 미운 놈도 있지 않나. 사업가로 냉철하게 생각하면 진작에 정팔을 아웃시켜야 한다. 사업에 도움이 안 되는 인간 아닌가. 그래도 데리고 있는 것은 차무식의 평범함이 고려됐던 거다. 냉철한 빌런이라면 진작에 아웃이다. 정팔이란 캐릭터가 아예 생길 수가 없다.

논리적이지 않지만, 감성적으로 정팔은 아픈 손가락이란 느낌을 표현하자 싶었다. 예를 들면 극 속에서 정팔의 3억을 보증서 주면 빌려준다는 후배에게 무식이 “이번엔 정팔이 사람 한 번 만들어 보련다”고 하는 말이나, 유치장에 들어가서도 밑으로 담배를 넣어주는 신 등을 통해 그런 모습을 보여주려했다.”  

- 극 속 서태석(허성태)를 몇 번이고 살려주는 모습도 보이는데.

“서태석이 대들어도 몇 번이고 살려둔 것은 최무식이 모시고 있는 민 회장이 그를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 회장이 서태석을 나름의 이용가치가 있다고 생각기에 참은 것이다. 이런 면에서 차무식의 성격을 엿볼 수 있다. 차무식은 어떤 한계를 넘어섰을 때 바로 제거를 하지만, 아직 그의 카지노 왕국에서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면 참을 때까지 참는다.”

이어서 ▶<② 최민식, 25년 만의 드라마 복귀 이유는..."긴 호흡 작품 원했죠"> 

김리선 기자
김리선 기자
leesun@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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