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릭터를 대하는 최민식의 자세 "공감을 위해선 가변성이 생명"
- "손석구 이동휘, 끊임없이 캐릭터 고민...대견해"
- OTT 대세 시대...최민식 "그래도 극장 포기할 수 없어"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는 최민식을 위한, 최민식에 의한 ‘최민식의 드라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작품은 불우한 어린시절을 겪은 평범했던 한 남자가 돈의 늪에 빠지고, 결국 파멸 하는 모습까지 굴곡진 인생사를 16부를 통해 펼쳐보인다.
170여 명이 출연하고 한 인물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담은 이 장구한 드라마의 중심엔 최민식이 있었고, 그 특유의 묵직한 카리스마는 ‘최민식표’ 한국형 범죄 액션물을 완성해냈다.
느와르, 액션, 스릴러 등 다수의 작품에서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선보였던 최민식은 이 작품에서 필리핀 최대 규모의 카지노의 전설적인 존재가 된 차무식 역을 맡았다. 차무식은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인물이다. 최민식은 때론 무자비한 카지노 사업가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친근한 옆집 형 같은 포근한 모습으로 미워할 수 없는 차무식이란 캐릭터를 선보인다.
‘카지노’는 '올드보이',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명량' 등 가히 충무로를 대표해온 그가 처음 도전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작품이다. 1997년 '사랑과 이별' 이후 무려 25년 만의 드라마 출연이기도 하다.
"긴 호흡의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는 그의 스크린 밖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카지노’는 디즈니+ 역대 한국 오리지널 최대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흥행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카지노’ 종영 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민식은 시종일관 유쾌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①최민식을 위한, 최민식에 의한 '카지노'...믿고 보는 배우의 저력>에 이어서
차무식, 평범한 인물...선악의 경계 두고 싶지 않았다
- 모든 서사를 마친 지금, 차무식은 어떤 인물이라고 보는가. 차무식은 비즈니스에 관련해선 '빌런'의 모습에 가까운데, 가족이나 친구들과는 관계는 그야말로 평범한 일반인의 모습을 보인다.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한 인물이기도 하다.
“평범함이다. 선인이냐 악인이냐 경계를 두고 싶지 않았다. 허구한 날 나쁜 놈일 수 있겠나. 차무식은 평범하지만, 본능적인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었던 사내다. 차무식이 좀 더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을 만났더라면 개천에서 용 나듯이 불우한 환경에서도 뭔가 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 정도의 총기와 재능이 있는 사람인데, 어찌하다 보니 불법 카지노를 접하고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자신이 살려면 다른 사람을 죽여야 하는 생존의 위기를 겪고, 매 순간 절체절명의 순간을 이겨내는 험한 인생을 살게 된다.
아들이자, 남편인 평범한 한 인간이 누구를 만나서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자기도 모르게 늪으로 빠지게 된다. 자신의 의지도 있지만, 본인의 뜻이 결코 아니다. 어찌어찌 살다 보니 이렇게 됐고, 누구도 그런 삶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 처음 시나리오를 읽은 후 머릿속에 떠올랐던 캐릭터를 16부작까지 끌고 가는 과정에서 변화가 생긴 부분도 있나?
“캐릭터 틀을 열어놨다. 한 인물로 고정해버리면 큰일 난다. 그렇게 나오는 사이즈가 아니다. 극 중에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나 혼자만의 차무식으로 정의하면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서로가 오픈 마인드였다. 마치 재즈를 하듯이. 유연하게 그 친구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다. 배우들은 각자 나름대로 캐릭터 빌드업이 필요했고 손석구나 이동휘 모두 나름대로 각자 본인 캐릭터의 당위성을 갖고 모인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가야 한다고 말하면 마치 집 짓는 공사에서 부실 공사가 올 수밖에 없다.
다만, 강윤성 감독이 그리는 큰 그림의 건축설계도에선 어긋나선 안 됐다. 2층 양옥을 지으려 하는데, 우리가 한옥을 짓자고 하면 큰일 난다. 이야기의 근간이 흔들리니까. 그 범주 안에서 서로 설득력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변주는 언제든지 가능했다. 각자 본인 배역에 책임감을 갖고 현장에 오는 후배들을 보니 정말 고마웠다. 또 배우들의 설정과 나름의 이야기를 강 감독이 열린 마음으로 흡수해줘서 만족스러운 작업이었다.”
손석구, 고시 공부하듯 치열하게 캐릭터 고민
- 필리핀에 파견된 최초의 코리안 데스크인 오승훈(손석구)나, 차무식의 오른팔이자 가장 가까운 인물인 양정팔(이동휘) 모두 극이 흘러가면서 점차 캐릭터의 변화를 겪는다.
“손석구한테 여기 필리핀에 왜 왔냐고 물어봤다. 이 친구는 그게 고민이었던 거다. 악한 놈을 눈 뜨고는 못 보는 열혈형사는 너무 정형화된 캐릭터라는 점에서 재미가 없으니까. 내가 봤을 땐 석구가 힘들었을 것이다. 차무식과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가 오승훈인데, 둘이 화끈하게 붙을 것이란 사람들의 기대감을 참아내며 연기를 해야 했을 테니까. 그러나 차근차근 나름대로 해내더라. 호텔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밥 먹자마자 들어가길래 내가 오죽하면 “고시 공부하냐”고 했을 정도다. 그런 점이 대견하고 보기 좋았다. 결국 그럴듯한 오승훈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그 친구가 연출 경험이 있어서 연출 마인드가 있다. 이동휘 역시 마찬가지였다. 끊임없이 자기 캐릭터에 대해서 고민했다.”
- 권력자, 깡패, 형사, 부패 공무원 등 맡는 배역마다 늘 ‘최민식’의 것으로 소화한다. 자신만의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가는가?
“그때그때 달라진다. 비유가 적당한지 모르겠으나, 마치 연애를 할 때 상대방에 따라 달라지듯, 제가 만나는 캐릭터에 따라서 달라진다. 누군가에겐 더 세심하게 배려하고, 또는 로맨틱하거나 아니면 무심한 듯 챙겨주는 ‘츤데레’처럼. 캐릭터 역시 어떨 때는 ‘이런 놈이구나’ 확 올 때가 있고, 어떨 때는 알다가도 모르는 경우도 있다. ‘차무식’이란 캐릭터가 그랬다. 이런 가변성이 생명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선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끌어내야 한다. 그래서 힘들었다.”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2012)의 비리 세관 공무원 캐릭터가 떠오른다. 부산 사투리를 잘해서 놀랐다.
“하하. 너무 힘들었다. 사실 영어보다 더 힘들었다. 부산 출신인 한철호 배우가 저를 전담해서 사투리 과외를 해줬다. 연습한 대로 촬영했더니, 다른 사람이 듣고는 또 아니라고 하더라. 사람마다 다르더라고. 그래서 ‘에잇, 모르겠다 다 내식으로 하자’ 싶었다. 하하.”
극장 문화 포기할 수 없어..."잘 만들어야겠죠"
- 25년 만의 시리즈 복귀작이 OTT 작품인데.
“예전부터 우리도 긴 호흡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다. ‘대부’나 ‘원스어폰어타임’처럼 한 3~ 4시간 상영 시간의 영화가 만들어졌으면 했다. OTT에 출연한 이유도 좀 긴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OTT의 장점은 이렇게 긴 호흡을 가져갈 수 있고 소재의 제약이 없다. 또 감독이든 배우든 표현해보고 싶은 것을 얼마든지 시도해 볼 수 있으니까.”
- OTT가 대세인 시대다. 한편으로는 한국 영화가 어렵다는 고민도 나온다.
“개인적으로 극장은 포기할 수 없다. OTT 플랫폼 활성화로 전 세계적으로 우리 콘텐츠를 알리는 성과도 이뤘지만, 극장이란 문화는 포기할 수 없다. 며칠 전 극장 관람 후 다시 한번 느꼈다. 한정된 공간에서 많은 이들과 함께 몰입해서 보는 극장과 리모컨 하나로 껐다 켰다 보는 OTT와는 천지 차이더라. 공간이 주는 느낌이 있다. 관객들을 극장으로 오게 하려면 기본적인 얘기겠지만, 만드는 사람들이 잘 만들어야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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