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하영 365칼럼] 자연과 삶, 사랑의 아름다운 순간들...앙드레 브라질리에 특별전
[주하영 365칼럼] 자연과 삶, 사랑의 아름다운 순간들...앙드레 브라질리에 특별전
  • 주하영
  • 승인 2023.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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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박사의 문화로 보는 세상풍경]
- 프랑스 미술 황금기 거장들을 이어받은 마지막 화가
- 94세 현역 화가의 70년 업적을 엿볼 수 있는 유화 120점 전시
ⓒ André Brasilier/ ADAGP, Paris - SACK, Seoul, 2022
앙드레 브라질리에 ⓒAndré Brasilier/ ADAGP, Paris - SACK, Seoul, 2022

인터뷰365 주하영 칼럼니스트 = 우리가 화가들의 그림을 보러 전시회에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는 호기심일 것이고, 누군가는 지식을 얻기 위함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림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림은 감정을 드러내는 가장 보편적인 언어라 할 수 있고, 나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내 안에 숨겨져 있던 감정들을 불러오는 놀라움을 종종 선물한다. 그림 앞에 머무는 짧은 시간동안 벽에 걸린 그림과 나 사이에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영적인 만남, 일종의 가상 여행이 시작된다.

눈앞에 마주한 그림에 빠져드는 순간 관람자의 감정은 변화하고, 현실과 연결된 고리들은 끊어지며, 관람자를 둘러싼 세상이 달라진다.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의 표현처럼, 회화와 관람자 사이에 “정신적 존재들의 진정한 결혼”과 같은 “완전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앙드레 브라질리에
퐁파두르 성당 천장화(2005~2008) 작업 중인 앙드레 브라질리에 ⓒAndré Brasilier/ ADAGP, Paris - SACK, Seoul, 2022

1929년생으로 70년의 세월 동안 끊임없이 캔버스에 아름다움을 담아 온 94세의 프랑스 화가 앙드레 브라질리에는 “예술가는 보게 하고 느끼게 하는 마술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람들이 삶과 아름다움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예술가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브라질리에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위해, “아름다운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그림은 “삶으로부터 탄생한 감정을 재현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자연과 삶의 생동감을 느끼는 순간들과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을 느끼는 순간들을 포착해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한 노력 속에 ‘살아있는 그림’을 추구해왔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는 “프랑스 미술 황금기의 마지막 전설”이라고 불리는 브라질리에가 직접 엄선한 마스터피스 유화 120여점을 선보이는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다.

‘멈추어라, 순간이여!’라는 부제가 있는 이번 전시회는 작가와의 3년에 걸친 긴밀한 협의를 통해 초창기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화가로서의 전체 삶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또, 6미터가 넘는 초대형 작품을 포함해서 대형 캔버스를 선호하는 브라질리에의 유화들을 4개의 섹션으로 구분해 “축제로의 초대, 풍경이 말을 걸었다, 그녀, 삶의 찬가”로 소개한다.

토그니 서커스단, 1955, Oil on canvas, 98 x 135㎝ ⓒAndré Brasilier/ ADAGP, Paris - SACK, Seoul, 2022

첫 번째 섹션은 환희의 순간과 콘서트 혹은 서커스 공연, 탱고 춤에서 느낄 수 있는 생동감을 포착해 축제로 초대한다.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라벨과 같은 작곡가들의 음악을 사랑하고 콘서트에서 느낀 감동을 색으로 고스란히 옮긴 회화들은 현장의 감각을 전달한다. 오디오 도슨트에 따르면, 브라질리에는 무대 위의 음악가와 악기, 악보가 만드는 시각적 질서와 어울림을 음악으로 보고, 듣는다고 한다.

서커스 공연장에서 말들이 선보이는 멋진 순간들, 탱고를 추는 남녀의 매혹의 순간, 연주에 열중한 음악가들의 모습을 포착하는 화가가 주목하는 것은 현장의 전율과 환희, 즉시성과 일회성이다. 음악과 시, 회화가 모두 “마음과 영혼을 꿰뚫는 감정으로부터 탄생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다고 여기는 브라질리에는 영혼 깊숙한 곳으로 침투하는 감정의 순간들을 눈으로 보는 음악 혹은 공연처럼 그려낸다.

뉴올리언즈, 2009, Oil on canvas, 100 x 73㎝ ⓒAndré Brasilier/ ADAGP, Paris - SACK, Seoul, 2022

두 번째 섹션에서는 자연과 말을 주제로 한 목가적인 감성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낭만적인 세상이 펼쳐진다. 브라질리에가 아내를 만나기 전까지 가장 많이 다루었던 주제인 말(馬)과 자연은 파란색과 녹색, 노란색이 만들어내는 신비로움으로 인해 현실의 복잡함을 잊고 잠시 동안 시간이 멈춘 듯 다른 곳을 여행하는 느낌을 선사한다.

말은 화가의 어린 시절의 기억과 함께 평생 모티브로 등장하는 존재인데, 말은 생명력과 자유를 드러내는 은유이자 인류와 함께 진화해 온 “신성함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푸른 겨울, 2012, Oil on canvas, 116 x 89㎝ ⓒAndré Brasilier/ ADAGP, Paris - SACK, Seoul, 2022

CNN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브라질리에의 설명에 따르면, 말은 예술의 기원으로 여겨지는 동굴 벽화에 등장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인간과 문명을 함께해왔고 전쟁과 평화의 시기를 거치면서 인류와 함께 흥망성쇠를 겪어왔다.

그는 “말들이 인류와 함께 진화해 온 방식에 의해 영감을 받는다”고 말한다. 고요한 바다, 차가운 겨울 숲, 황홀한 일몰을 배경으로 달리거나 서 있는 말들의 모습은 역동성과 힘, 생명력을 드러내면서도 신비스럽고 평화로운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루페뉴의 저녁, 2010, Oil on canvas, 73 x 92㎝ ⓒAndré Brasilier/ ADAGP, Paris - SACK, Seoul, 2022

세 번째 섹션은 작가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영원한 뮤즈이자 유일한 사랑인 아내 ‘샹탈(Chantal)’을 중심으로 한 회화들로 구성된다. 브라질리에는 ‘오페라갤러리’의 전시자료에 수록된 인터뷰에서 예술적 전환점이 된 순간들을 설명하는데, 하나는 폴 고갱의 작품들을 만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름다움과 영원한 매혹의 완벽한 본보기”가 되어 준 아내 샹탈과의 만남이다.

1958년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의 순간을 회상하는 브라질리에는 “그녀의 몸과 영혼은 내 눈과 마음을 사로잡아 노예로 만들었다”고 표현한다. 종종 꽃들과 함께 그려지는 아내의 모습은 브라질리에가 품은 사랑의 감정과 낭만을 드러낸다. “끝없이 영감을 주는 누군가와 함께 사는 일은 행운”이라고 말하는 브라질리에는 아내의 주변을 맴돌며 무한한 영감을 얻는다.

4 - 검은 옷을 입은 샹탈, 1964, Oil on canvas, 89 x 116 cm
검은 옷을 입은 샹탈, 1964, Oil on canvas, 89 x 116㎝ ⓒAndré Brasilier/ ADAGP, Paris - SACK, Seoul, 2022

2009년 프랑스 다큐멘터리 작가인 필립 몽셀에 의해 제작된 영화 발췌본에 등장하는 아내 샹탈은 작품 속 자신의 모습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고 있음을 피력한다. 자신처럼 보이는 어떤 여인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관람자의 시선이기도 하다. 그림 앞에 선 관람자가 보게 되는 것은 브라질리에의 아내 ‘샹탈’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속에 소중한 존재로 아름답게 기억되고 채색되는 어떤 존재를 향한 이상화된 ‘감정’이다.

알랭 바디우의 말처럼, 사랑은 “미지의 무언가를 지속시키려는 욕망”이고 “삶의 재발명”이기에 브라질리에는 말한다. “강렬한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미친 듯이 사랑해야만 합니다. 그것이 사랑의 모든 것입니다.”

네 번째 섹션은 삶의 찬가라 불릴 수 있는 회화들로 구성되어 있다. 관람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사랑”을 품고 현실의 고난을 이겨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화가의 바람이 담겨 있는 찬란한 순간들이다.

자신의 작품을 “아름다움의 성전을 위한 작은 벽돌 하나”라고 묘사하는 브라질리에는 아름다운 자연의 순간을 고정시켜 영원히 멈출 수 있는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 화가로서의 재능이 “행복이자 의무”라고 말한다.

삶의 기쁨, 2020, Oil on canvas, 97 x 130㎝ ⓒAndré Brasilier/ ADAGP, Paris - SACK, Seoul, 2022

꿈처럼 초현실적이면서도 소박한 일상을 담고 있고, 단순한 형태와 모양들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조화가 아름다운 색채 속에 담겨 맑고 순수한 영혼을 드러내는 그의 그림들은 대형 캔버스를 통해 자연의 황홀감과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자신의 작품을 보면서 겉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수면 밑에서 일렁이며 흐르는 물의 움직임, 전속력으로 달리는 말에게서 느낄 수 있는 생명력에 매료되기를 바라는 화가는 대형 캔버스의 커다란 면적이 관람자들에게 훨씬 효과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인식한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장 그르니에는 ‘섬’에서 “말없이 어떤 풍경을 고즈넉이 바라보고만 있어도” 욕망은 입을 다물고, 비어버린 듯 느껴지는 “공(空)의 자리에 충만이 들어앉는다”라고 말했다.

브라질리에가 그린 자연의 아름다움과 삶을 바라보는 관람자 역시 현실과 관련된 모든 욕망을 내려놓고 “시간을 초월한 곳에서 무언가와 접촉하는 듯한 기분”을 통해 새로운 충만을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된다. “침묵과 도약”으로 이루어진 동물의 세상이 “대자연과 접촉하면서 자연 속에 푸근히 몸을 맡기는 보상으로 정기를 얻는 것”처럼 우리는 화가가 보여주는 자연과 삶의 감각들 속에서 현실의 삶으로 다시 돌아갈 기운을 얻는다.

장미원, 1974, Oil on canvas, 146 x 114㎝ ⓒAndré Brasilier/ ADAGP, Paris - SACK, Seoul, 2022

자연의 아름다움을 생동감 넘치는 매혹적인 것, 평화롭고 고요하며 우아하고 찬란한 것으로 표현하는 브라질리에는 “야수파, 표현주의, 인상주의, 상징주의의 정점을 보여주는 예술가”로 설명된다.

관람자를 이상화된 세상으로 유혹해 깊은 명상에 잠기도록 만드는 독특한 특징이 있는 그의 작품들의 색채와 구성에 대해 브라질리에는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이라고 말한다. 스케치를 하기 전에 마음속으로 그림을 구성하지만 완성되었을 때 “잊혀져야 하고 간과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관람자가 구성이 기반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또, 색조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관람자의 입장에서 색채는 “예술 작품과의 첫 번째 접촉”이 되기 때문이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자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사람”인 브라질리에는 자연의 색인 파란색과 녹색, 노란색, 갈색을 주로 사용하며 분홍색을 하늘을 물들이는 장밋빛 석양의 색으로 자주 사용한다.

특히 파란색 물감을 사용할 때 행복을 느낀다는 브라질리에는 맑은 하늘의 색인 연한 파란색에서부터 짙은 밤을 대표하는 진한 파란색에 이르기까지 모든 파란색을 사랑하며 “마음과 꿈의 색깔”이라고 말한다.

장밋빛 하늘로 향하는 요트경기, 2005, Oil on canvas, 100x73㎝ ⓒAndré Brasilier/ ADAGP, Paris - SACK, Seoul, 2022

브라질리에는 프랑스 서남부의 루아르 밸리에 위치한 소뮈르에서 태어났다.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과 중세의 고성을 간직한 소뮈르는 와인 생산과 프랑스 기병학교로 인해 수레를 끄는 말, 숲과 들판을 가로지르는 야생마, 무리 지어 달리는 기마행렬을 자주 볼 수 있던 곳이었다. 흙바닥을 뒹굴면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들판에서 쟁기를 끄는 말을 그리던 아이는 10살 즈음에 자신이 평생 그림을 그리며 살게 될 것을 직감하게 된다.

도슨트의 설명에 따르면, 브라질리에의 첫 작품은 1940년 12월, 덩케르크에서 11살의 나이로 그린 아버지의 초상화이다. 1940년 5월 26일부터 6월 4일까지 독일 공습대의 엄청난 폭격 속에서 대규모의 철수작전이 이루어졌던 덩케르크의 생존자이기도 한 브라질리에는 화가로서 전쟁의 참혹함과 고통, 슬픔과 상실에 주목하기 보다는 삶의 아름다움과 자연의 평화, 생명력과 역동성을 추구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이는 인류 역사 속에 모든 위대한 작품들이 인간애를 움직여왔고, “삶의 증언”이 되어왔다는 그의 생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회화는 죽음에 대항해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투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아르누보를 이끈 알폰스 무하의 제자였던 아버지와 영국 왕립예술학교(RCA)를 졸업한 어머니의 예술적 성향은 아들에게 영향을 주었고, 예술에 헌신하는 삶과 영적인 부분으로의 관심을 이끌었다. 2018년 CNN과의 인터뷰에서 브라질리에는 화가였을 뿐 아니라 독실한 종교인이었던 아버지가 더 이상 작품을 생산할 수 없을 때까지 예술에 헌신하는 모습이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한다.

앙드레 브라질리에
앙드레 브라질리에 ⓒAndré Brasilier/ ADAGP, Paris - SACK, Seoul, 2022

90세가 훨씬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손에 붓을 들면 12시간 동안 그림 작업을 할 뿐 아니라 “천국에도 붓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브라질리에의 열정과 헌신은 아버지를 닮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아버지 자크 브라질리에로부터 상징주의와 색조에 대한 이해를, 어머니 앨리스 쇼몽으로부터 고전주의적 기법을 전수받았다.

20세 때 파리에 있는 미술학교 에꼴 데 보자르에 입학한 브라질리에는 화가로서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한다. 1952년 플로랑스 블뤼망딸 재단에서 장학금을 받은 그는 이듬해 23세의 젊은 나이로 400년의 역사를 가진 로마대상을 수상한다. 4년간 로마의 메디치 빌라에 머물며 프랑스 아카데미에서 유학한 그는 1959년 파리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후 젊은 화가 브라질리에가 세상을 발견하고픈 욕구를 채우기 위해 네덜란드, 독일, 노르웨이, 스웨덴 등의 유럽 국가들을 여행하면서 쏟아낸 유화들은 1980년대를 전후로 구축하기 시작한 스타일과는 차이를 보인다. 오디오 도슨트에 따르면, “두꺼운 마티에르에서 벗어나 대기와 같이 가볍고 태양이 비추는 듯 빛나는 색”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는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앙드레 브라질리에 ⓒAndré Brasilier/ ADAGP, Paris - SACK, Seoul, 2022

1985년에 브라질리에는 극장 예술감독이었던 친구의 부탁으로 연극 무대 배경을 그리는 작업을 하게 되고, 1987년에는 모자이크 작업을 하는 등 “익숙하지 않은 흥미로운 경험”들로부터 새로운 경향을 발전시키게 된다. 하지만 그의 그림들은 20대에 그린 초기작들과 90대에 그린 후기작들 사이에 진화를 엿볼 수 있으면서도 일관된 지속성을 유지하는 특징을 갖는다. 브라질리에는 ‘프렌치 모닝 런던’과의 인터뷰에서 “결코 어떤 혁명적 변화가 있지는 않았음”을 인정한다.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예술가들로 폴 고갱, 앙리 마티스, 조르주 루오, 프랜시스 베이컨, 파블로 피카소와 베르나르 뷔페를 언급하는 브라질리에는 자신은 사실주의 화가가 아님을 강조한다. “사물을 단순화하는 것은 내 본성”이라고 말하는 그는 효과를 거의 사용하지 않으면서 대상의 정수를 드러내는 방식을 구축한다.

이미 파리에서 공부하던 학생이었을 때부터 암시와 신비, 단순화의 특징을 갖고 있던 그의 스타일은 색채의 아름다운 조화와 구성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영원성을 확보한다. 자연과 삶, 사랑을 예찬하는 아름다운 캔버스를 통해 관람자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작품들이 평화와 안도, 향수와 위안을 선물하는 것은 우리의 현실 속 삶이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불로뉴 숲, 1994, Oil on canvas, 65 x 81㎝ ⓒAndré Brasilier/ ADAGP, Paris - SACK, Seoul, 2022

나무와 하늘, 말들과 바다, 숲을 통해 드러나는 자연의 아름다움, 일상에서 발견되는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사랑의 순간들, 음악과 서커스와 같은 공연이 선물하는 환희의 순간의 소중함, 현실을 벗어나 광활한 곳으로 달리고픈 자유를 향한 갈망... 브라질리에의 그림은 삶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움의 순간들을 그림이라는 ‘영원’ 속에 가둔다. 

그르니에는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이유는 언제나 충만한 힘을 갖고 싶으나 그럴 수 없고, 일상 속에서 잠들어 버린 감정들을 일깨울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사람은 자신에게서 도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되찾기 위해 여행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브라질리에의 작품들은 일상에 지쳐 잃어버린 감성들과 삶과 자연을 사랑하고픈 마음을 일깨운다. 나에게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내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심연의 ‘나’를 깨우는 일, 그는 신비와 유혹, 명상을 통해 ‘여행의 효과’를 달성한다. 그는 말한다. “자연과 삶에 대한 새로운 사랑을 가지고 떠나시기를, 제 작품이 여러분에게 날개가 되어 주기를.” 2023년 4월 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주하영

앨리스(Alice 한국명 주하영)박사는 영문학자로 주목받을만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관람하고 리뷰를 써온 프리랜서 공연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상지대 겸임교수, 대림대 겸임교수, 한국외국어대 객원교수를 거쳐 현재 한국공학대학교 지식융합학부(교양교육센터)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월간 《한국연극》 편집위원과 한국연극평론가협회 편집위원 및 이사, 세계문화예술경영연구소 초빙연구원, 외국문학연구소 초빙연구원을 역임했다.

주하영
주하영
jhy02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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