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 한국영화 중흥기를 이끈 거장 영화인 고(故) 신상옥 감독(1925∼2006)의 미개봉 유작 ‘겨울이야기’가 촬영 작업을 끝낸 지 19년 만인 최근에 후배 영화인들에 의해 편집 작업이 마무리되어 2023년 1월 마침내 배급 및 개봉 일정을 정해 영화계의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신상옥 감독은 2006년 4월 서울에서 타계했다. 별세하기 전 일본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겨울 이야기’의 연출 및 제작에 들어가 2004년 촬영 작업을 마무리하였으나 제대로 편집을 하지 않고 미루다가 홀연히 세상을 떠났다. 1986년 오스트리아 빈주재 미국대사관을 통해 극적으로 북한을 탈출, 미국에 살면서 1990년 KAL기 폭파사건을 다룬 영화 ‘마유미’, 이어서 1994년 ‘증발’을 마지막 개봉작품으로 남겼다.
강제 납북사건의 주인공인 아내이며 배우였던 최은희(1926∼2018)와 함께 분단된 남북을 오가며 보낸 신상옥 감독의 파란만장한 삶은 오르지 영화만을 위해 산, 영화 같은 일생이었다.
신 감독의 ‘겨울 이야기’는 신 감독 생전에 촬영 작업을 거의 끝냈으나 타계 후 함부로 편집을 할 수 없다는 부담감으로 인해 마무리 작업을 못하고 미개봉 유작으로 남아 있었다. 마침내 최근에 아들 신정균 감독과 촬영 감독인 조동관, 충무로시대의 젊은 감독이었던 원성진 감독이 힘을 모아 장기간 편집 작업을 끝내고 완성, 비공개 기술시사회를 통해 성공적인 작품 완성도의 평가를 받아 개봉시기가 결정되었다.
‘겨울 이야기’는 지금 연극 ‘두 교황’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지난 10월 20일 제12회 아름다운예술인상(신영균예술문화재단 주최) 연극예술인상을 수상한 신구 원로배우의 명품연기를 보여준 작품이다. 신구 배우는 이 영화에서 아내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고 치매에 걸린 노인역을 맡았고 그를 돌보며 온갖 애환을 나누는 며느리 역으로 연극배우 김지숙이 출연한다.
‘겨울 이야기’는 고령화시대 흔히 겪고 볼 수 있는 치매 노인 가족의 고통과 갈등, 회한의 가족사회 풍경을 섬뜩한 현실감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특히 알몸 연기를 불사한 신구 배우의 연기열정과 집요한 신상옥 감독의 연출성향이 감동적으로 융합된 역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1997년 영하 ‘표류일기’를 통해 이영하 선우은숙을 영화 속의 커플로 등장시켜 화제를 남겼던 원성진 감독은 “엄청난 물량의 촬영 영상을 84분짜리 작품으로 정리하는 편집 작업은 또한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작업이었다”며 그동안 미완성 유작의 개봉을 준비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 Copyrights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