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동일한 세 단어로 조합된 영화 타이틀 (90)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동일한 세 단어로 조합된 영화 타이틀 (90)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20.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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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초로 시도한 김기영 유현목 정진우 감독의 옴니버스 영화 '여(女)여(女)여(女)'의 '여(女)'
- 조용필의 동명곡을 스크린에 옮긴 안소영 주연의 영화 '미워 미워 미워'
- 바람의 선풍을 싣고 영화화한 '바람 바람 바람'
- 황금만능의 영고성쇠를 풍자한 인생역전의 종말 '돈아 돈아 돈아'
1968년 김기영 유현목 정진우 감독의 옴니버스 영화 '여여여'. 검열에서는 '여(女)' 하나만을 사용토록 했다.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 우리 영화 100년 사를 통해 수많은 작품들이 저마다의 특색을 살려 내건 타이틀은 영화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동일한 세 단어를 중복해 타이틀로 내세운 영화는 극히 희소하다. 

같은 세 단어를 엮어 제목을 선보인 영화는 1968년 김기영 유현목 정진우 감독의 옴니버스 영화 '여여여'가 있다. 

이 영화 제목이 공개되었을 당시엔 왜 하필 여자를 지칭하는 '계집녀(女)'가 세 번이나 붙여 나열하느냐는 조롱이 있기도 했지만, 3명의 예술파 감독이 연출한 유명세로 감히 논란거리조차 되지 못했다. 

60년대 최고의 청춘스타 신성일을 놓고 정진우 감독의 '시정(詩情)'에서는 문희가, 유현목 감독의 '환상'에서는 김지미, 김기영 감독의 '의식'에서는 최은희가 호흡을 맞췄다. 영화는 머리카락을 테마로, 가발 공장을 거쳐 6·25 전쟁으로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 가발을 돌려 받는 인생유전을 그렸다.

그러나 기획의도와는 달리 제목에 여자 녀(女)란 글자가 세 개가 되면 '간음할 간(姦)'이 된다 하여 검열에서는 '여(女)' 하나만을 사용토록 했다.  

영화 '미워 미워 미워'
1982년 최동준 감독의 영화 '미워 미워 미워'

1980년대를 화려하게 수놓은 작은 거인 조용필은 1976년 뒤늦게 히트한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영화화권을 획득했지만, 1977년 저작권 시비로 영화에서는 '애'를 뺀 '돌아와요 부산항'를 제작했다. 이외에도 '창밖의 여자', '그 사랑 한이 되어'를 연이어 제작했으나 흥행은 되지 않았다.

그 여세를 몰아 1982년 최동준 감독이 조용필의 '미워 미워 미워'곡을 등에 업고 당시 '애마부인'으로 선풍을 일으킨 안소영을 히로인으로 내세운 영화 '미워 미워 미워'를 야심 차게 연출했다. 그러나 식상한 내용과 연기력 과잉으로 관객들에게 어필하지 못했고, 오히려 조용필의 노래만이 상승 기류를 타고 인기를 모으며 역주행했다. 

영화에서 미희(김진애)는 미경(안소영)이라는 정체불명의 여자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그녀는 남편 지원(임동진)의 첫사랑으로 지금도 관계가 지속되고 있음을 실토한다. 충격에 빠진 미희는 정신없이 차를 질주하다가 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가 된다. 안소영은 팜므파탈의 연기변신을 시도했으나 '애마부인'의 이미지를 벗지는 못했다. 

1983년 심재석 감독의 '바람 바람 바람'

1983년 가수 김범룡이 불러 전국에 '바람' 선풍으로 일으켰던 그 바람은 21세기 '미스터 트롯'에서도 등장해 '바람'의 후광을 이어 오고 있다.

1983년 심재석 감독은 성우 박일과 미남배우 남궁원 그리고 '빗속의 연인들'의 최민희를 캐스팅한 '바람 바람 바람'을 내놓았다. 출세욕과 야망의 화신인 의상디자이너 샤르뎅 김(박일)은 가난했던 시절부터 뒷바라지 해온 애인을 차버리고 재벌 총수 이정상(남궁원)의 아내 성은혜(최민희)를 낚아 불륜과 탐욕으로 얼룩진 주홍글씨를 남긴다. '인간시장'의 인기 작가 김홍신의 폭주기관차와도 같은 사건 전개와 인물 묘사가 역동성 있게 그려졌다. 

이병헌 감독의 '바람 바람 바람'(2018)

'바람 바람 바람'은 2018년에 다시금 등장했는데, 이병헌 감독이 체코 영화 '희망에 빠진 남자들'(2011)을 '바람 바람 바람'으로 달아 영화화했다.

이 영화는 20년 경력을 자랑하는 바람의 전설 석근(이성민)이 SNS와 사랑에 빠진 여동생 미영(송지효)과 남편 봉수(신하균)를 '바람의 세계'로 인도하며 외로운 어른들을 위해 웃음을 선사한다는 스토리다. 

1991년 유진선 감독의 '돈아 돈아 돈아'

영화 '매춘'(1988)으로 흥행감독 대열에 선 유진선 감독은 1990년대 황금만능 세태를 고발한 강철수 원작을 영화화한 '돈아 돈아 돈아'를 1991년 내놓아 우리 사회를 신랄하게 고발했다. 

영화에서는 바람둥이 달호(김상중)를 둘러싸고 노경주 민복기 주리혜 김혜란 등 이른바 비디오 여배우가 대거 출연했다.

땅 투기로 졸부가 된 아들 달호가 뚜렷한 인생의 목표도 없이 돈으로 쾌락을 누리다가 끝내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풍비박산이 되고 여자 친구가 부채를 탕감해 주는 조건으로 돈의 노예로 전락해 버린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렇듯 읽기도 어색한 세 단어의 어지러운 조합의 영화들은 모두 영화 팬에게 어필되지 못하고 범작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TV 프로그램 '쇼! 쇼! 쇼!'나 1977년 프랑스의 전설적인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삶과 사랑을 가수 윤복희가 무대로 옮긴 뮤지컬 '빠담 빠담 빠담'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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