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인간 마음속 심상(心像)에서 피어나는 혼불과도 같습니다. 깊은 사유의 내면에서 길어 올린, 짧지만 응축된 언어문학의 보석과도 같은 시의 세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좋은 시와 함께 조용하지만 반짝이는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엄마의 시간 / 김가림
엄마의 주름에 행성이 있다
행성은 둥그런 모양이거나
날카로운 별 모양이거나
두 개의 형태가 섞인 건
생각보다 자유로워 보인다
걷잡을 수 없는 엄마의 감정처럼
예상하지 못한 한여름 소나기처럼
행성에서 엄마는 우는 일이 없다
그것은 엄마를 속상하게 하는 나도
외로움의 늪에 빠지게 하는 누군가도 없기 때문
엄마의 찬란한 옛날이
그곳에는 그대로 간직돼 있고
어쩌면 엄마가 그리워하는 기억이 존재하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How much is this?
행성에서 모든 것을 판다고 자랑하는
잡상인에게 물어볼게
엄마의 과거를 엄마에게 쥐여주고 싶다
부서진 기억이
더 이상 파편화되지 않고
거기에는 어떤 외로움이 존재하지 않았으면
그리하여 엄마가 환히 웃으면 좋겠다
아픈 엄마가 아닌 환한 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엄마의 시계가 그쯤 어디에 멈춰있으면 좋겠다
- '안녕 나의 파란 사춘기' (시산맥, 2025)
김가림 시인은 자신의 시간을 시로 기록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시간을 하나의 문학적 세계로 넓혀가고 있는 시인입니다. 맑고 싱그러운 감수성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그의 시에는 단순한 감상에 머물지 않는 단단함이 있습니다. 주변의 사람과 풍경, 자신이 경험한 감정과 생각을 놓치지 않고 자기만의 언어로 붙잡아두는 힘입니다.
통영에서 태어나 충렬여자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김가림 시인은 초등학교 4학년 무렵 문학아카데미에서 시를 만난 뒤 꾸준히 시를 써왔습니다. 중학교 시절에는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쓴 ‘엄마의 시간’으로 전국 백일장에서 금상을 받았고, 이후 전국 백일장에서 100여 차례 수상했습니다. 그러나 김가림 시인을 설명하는 데 숫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수많은 소재를 만나고 생각을 문장으로 옮기며 자신의 언어를 다듬어왔다는 사실입니다.
그러한 시간이 한 권의 시집으로 모인 것이 2025년 시산맥에서 펴낸 첫 시집 ‘안녕 나의 파란 사춘기’입니다. 63편의 시가 담긴 이 시집은 제목처럼 사춘기의 마음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그 세계는 개인의 성장담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가족과 친구, 사랑과 이별, 자연과 계절, 일상의 풍경, 팬데믹의 기억까지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폭넓게 시 안으로 불러들입니다.
‘파란 사춘기’라는 말은 단순히 한 시절의 이름이 아니라 김가림 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감각으로 읽힙니다. 기쁘고 설레는 순간뿐 아니라 외롭고 흔들리는 순간까지도 지나치지 않고 자신의 언어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시에는 청춘의 밝음과 함께 그 나이에만 가질 수 있는 예민한 감각이 공존합니다.
2026년에는 ‘안녕 나의 파란 사춘기’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추진하는 ‘2026 문학나눔 도서 보급사업’ 시 부문 선정도서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한 권의 시집이 더 많은 독자에게 건너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김가림 시인의 시를 읽는 일은 한 사람의 성장 과정을 들여다보는 일이면서, 동시에 한 시인이 자신의 세계를 어떻게 만들어가는지를 지켜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일상의 작은 장면에서 마음의 움직임을 발견하고, 그것을 한 편의 시로 바꾸어내는 과정이 그의 시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문학은 결국 자신이 바라본 세계를 자기만의 언어로 남기는 일일 것입니다. 김가림 시인은 지금 자신의 ‘파란 시간’을 지나며 그 언어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앞으로 어떤 세계와 만나 어떤 시로 확장될지, 그의 다음 문장이 궁금해집니다.
-
김지수 칼럼니스트
시인, 교수, 연기지도. 2023년 ‘월간 시’ 34회 추천 신인상으로 등단, 시담작가회 회장, [감성지수 시낭독회] 진행. 저서로는 시집 『오늘은 내가 주인공이 된다』, 동인시집 『공감과 치유』, 『지구의 솜털을 숏커트로 잘랐다』, 『나 때와 라떼』, 『축봄합니다』 가 있으며,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에 다양한 언어로 번역 소개 됨. 상명대 영화과, 백제예대 연예매니지먼트과, 국제대 모델과의 겸임교수와 김지수 연기 아카데미 학원장을 역임했으며, 배우 권상우, 송혜교, 김선아, 남궁민, 아이유, 김다미 등 연기 지도. 저서 『대한민국에서 연예인 되는 법』이 있음. 현재 단국대 공연예술학부 연극과 초빙교수, 서울사이버대학교 성악과 대우교수.
- Copyrights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