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시인의 좋은 시 365] 신철규 시인의 ‘눈물의 중력’
[김지수 시인의 좋은 시 365] 신철규 시인의 ‘눈물의 중력’
  • 김지수 칼럼니스트
  • 승인 2026.07.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는 인간 마음속 심상(心像)에서 피어나는 혼불과도 같습니다. 깊은 사유의 내면에서 길어 올린, 짧지만 응축된 언어문학의 보석과도 같은 시의 세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좋은 시와 함께 조용하지만 반짝이는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br>
김유정 문학관에서 신철규 시인과 함께.

눈물의 중력 / 신철규

십자가는 높은 곳에 있고
밤은 달을 거대한 숟가락으로 파먹는다

한 사람이 엎드려서 울고 있다

눈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으려고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받고 있다

문득 뒤돌아보는 자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갈 때
바닥 모를 슬픔이 눈부셔서 온몸이 허물어질 때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다

눈을 감으면 물에 불은 나무토막 하나가 눈 속을 떠다닌다

신이 그의 등에 걸터앉아 있기라도 하듯
그의 허리는 펴지지 않는다

못 박힐 손과 발을 몸 안으로 말아 넣고
그는 돌처럼 단단한 눈물방울이 되어간다

밤은,
달이 뿔이 될 때까지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는다

-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문학동네, 2017)

신철규 시인의 시를 읽는 일은 오래 닫혀 있던 방의 문을 조심스럽게 여는 일과 닮아 있습니다. 문을 여는 순간 쏟아지는 것은 환한 빛보다 슬픔과 상실, 기억과 죽음의 기척입니다. 그러나 그의 시는 슬픔을 그대로 늘어놓지 않습니다. 사물과 자연, 몸과 우주의 이미지를 서로 충돌시키며 익숙한 감정을 낯설고도 선명한 장면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그래서 독자는 아픈 문장 앞에서도 쉽게 고개를 돌리지 못합니다.

1980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난 신철규 시인은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습니다. 첫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는 제목만으로도 그의 시 세계를 압축해 보여줍니다. 한 사람의 슬픔을 개인적인 감정에 가두지 않고 지구만 한 크기로 확장하는 상상력이 이 시집의 중심에 있습니다. 두 번째 시집 ‘심장보다 높이’에서는 생명과 죽음, 사랑과 고통을 더욱 깊고 단단한 언어로 밀어 올립니다.

신철규 시인은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로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심장보다 높이’로 김춘수시문학상과 유심상을 받았습니다. 현재 명지전문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그의 시는 슬픔을 지우거나 위로를 쉽게 건네지 않습니다. 대신 슬픔을 끝까지 바라보게 하고, 삶과 죽음 사이에서 인간이 끝내 붙잡아야 할 감각을 천천히 되새기게 합니다. 오래 마음에 남는 한 편의 시를 만나고 싶은 독자라면, 신철규 시인의 시는 여러 번 다시 펼쳐 읽게 되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김지수 칼럼니스트

시인, 교수, 연기지도. 2023년 ‘월간 시’ 34회 추천 신인상으로 등단, 시담작가회 회장, [감성지수 시낭독회] 진행. 저서로는 시집 『오늘은 내가 주인공이 된다』, 동인시집 『공감과 치유』, 『지구의 솜털을 숏커트로 잘랐다』, 『나 때와 라떼』, 『축봄합니다』 가 있으며,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에 다양한 언어로 번역 소개 됨. 상명대 영화과, 백제예대 연예매니지먼트과, 국제대 모델과의 겸임교수와 김지수 연기 아카데미 학원장을 역임했으며, 배우 권상우, 송혜교, 김선아, 남궁민, 아이유, 김다미 등 연기 지도. 저서 『대한민국에서 연예인 되는 법』이 있음. 현재 단국대 공연예술학부 연극과 초빙교수, 서울사이버대학교 성악과 대우교수.


관련기사


  • 서울특별시 구로구 신도림로19길 124 801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37
  • 등록일 : 2009-01-08
  • 창간일 : 2007-02-20
  • 명칭 : (주)인터뷰365
  • 제호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명예발행인 : 안성기
  • 발행인·편집인 : 김두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희
  • 대표전화 : 02-6082-2221
  • 팩스 : 02-2637-2221
  • 인터뷰365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6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interview365.com
엔디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