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인간 마음속 심상(心像)에서 피어나는 혼불과도 같습니다. 깊은 사유의 내면에서 길어 올린, 짧지만 응축된 언어문학의 보석과도 같은 시의 세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좋은 시와 함께 조용하지만 반짝이는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백 / 고선경
너에게 구체적인 사랑을 돌려주고 싶다
분홍색 카디건과 청바지를 골라 입었지 상점에서 우연히 들려오는 노래를 기억해두었고 캐러멜 하나를 너에게 쥐여 주면서 이거 내 전부야, 말했어
전부를 건네받고도 질투를 느낀다는 게 이상하지 않고
네가 꿈에서 깨물었다는 과일의 이름이 궁금할 뿐이지
나는 너에게 자두에 가까운지 딸기에 가까운지
어떤 붉음일지
미끈한 턱을 타고 흘렸을 과즙의 끝 맛을 상상했지
그때 너는 나의 달고 끈적한 취향을 받아 적었잖아 나를 안으려면 어떻게 구겨져야 하는지 학습했잖아 구겨진 손금 사이로 캐러멜이 녹아가는 동안
전부를 줘버리고도 수치를 느끼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입 벌려 웃었어
너를 만난 날에는 일기장에 붙은 별 모양 스티커들이 밤새 수런거렸다 이리저리 모양을 바꿔가며 흩어졌다
원래대로 돌이킬 수는 없었다
델핀 드 비강의 『충실한 마음』 같이 읽고 하루 종일 퍼즐을 같이 맞춰도 내가 너의 전부인 것 같지는 않아서 빗물 같은 여름이 오고 겨울이 오고
어느 새벽 네가 짚어보게 될 기타의 가느다란 줄에는 어떤 빗방울이 맺혀 있을까 그 순간 빗방울이 투명하게 기억해낼 노래는
너를 주저앉혔으면 좋겠다
주저앉아서 문득 무른 과일 냄새 맡았으면 좋겠다
어느 편의점에서나 파는 분홍색 캐러멜
이렇게 돌려받고 싶다
- '러브 온 더 락' (창비, 2026)
고선경 시인은 2022년 조선일보 신춘 문예로 등단하며 이름을 알렸습니다. 연애, 월세, 아르바이트, 외로움처럼 요즘 청춘의 현실을 날카롭고도 감각적인 언어로 풀어내며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샤워젤과 소다수’,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러브 온 더 락’ 등을 통해 일상 속 불안과 사랑을 가볍게 넘기지 않으면서도 힙한 감각으로 묵직하게 담아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문화와 ‘텍스트힙’, ‘포엣코어룩(시인처럼 입는 스타일)’ 감성이 확산하는 MZ세대 사이에서 사랑받는 시인 중 한 명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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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칼럼니스트
시인, 교수, 연기지도. 2023년 ‘월간 시’ 34회 추천 신인상으로 등단, 시담작가회 회장, [감성지수 시낭독회] 진행. 저서로는 시집 『오늘은 내가 주인공이 된다』, 동인시집 『공감과 치유』, 『지구의 솜털을 숏커트로 잘랐다』, 『나 때와 라떼』, 『축봄합니다』 가 있으며,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에 다양한 언어로 번역 소개 됨. 상명대 영화과, 백제예대 연예매니지먼트과, 국제대 모델과의 겸임교수와 김지수 연기 아카데미 학원장을 역임했으며, 배우 권상우, 송혜교, 김선아, 남궁민, 아이유, 김다미 등 연기 지도. 저서 『대한민국에서 연예인 되는 법』이 있음. 현재 단국대 공연예술학부 연극과 초빙교수, 서울사이버대학교 성악과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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