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하영 365칼럼] 스윙과 블루스의 빅밴드 전통...윈튼 마살리스 & 재즈 앳 링컨센터 오케스트라
[주하영 365칼럼] 스윙과 블루스의 빅밴드 전통...윈튼 마살리스 & 재즈 앳 링컨센터 오케스트라
  • 주하영 칼럼니스트
  • 승인 2026.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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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하영 평론가의 짧은 단상]
- LG 아트센터 서울 기획공연 CoMPAS 26 시즌 프로그램 첫 번째 작품

심층 문화 비평 칼럼 <앨리스 박사의 문화로 보는 세상풍경>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주하영 칼럼니스트가 또 하나의 새 칼럼 <주하영 평론가의 짧은 단상>을 선보입니다. 짧은 형식 속에 담긴 자유롭고 날카로운 문화적 통찰을 기대해 주세요. [편집자주]

'윈튼 마살리스 & 재즈 앳 링컨센터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사진./사진 제공=LG아트센터 서울, ⓒStudio AL

인터뷰365 주하영 칼럼니스트 = ‘재즈(jazz)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는 보통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커뮤니티에서 탄생한 음악 장르”라는 짧은 설명으로 귀결되곤 한다.

사람들은 재즈의 뿌리보다는 재즈라는 음악 장르가 지닌 가장 큰 특징인 ‘즉흥 연주(Improvisation)’가 선사하는 예측 불가능함과 자유로운 해방감, 다양성과 창의성을 통해 느끼는 새로운 매력과 기쁨, 전율에 더 관심이 있다.

하지만 특유의 싱커페이션(syncopation) 리듬과 스윙을 품은 즉흥 연주, 아프리카와 유럽 음악 전통의 결합으로 알려진 재즈의 기원에는 노예제도와 인종차별, 흑인 민권운동(Civil Rights Movement)과 같은 미국 내 사회정치적 맥락이 깊이 자리하고 있다.

'윈튼 마살리스 & 재즈 앳 링컨센터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사진./사진 제공=LG아트센터 서울, ⓒStudio AL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리는 미국 재즈계를 상징하는 트럼펫 연주자 윈튼 마살리스가 최근 ‘재즈 앳 링컨센터 오케스트라(Jazz at Lincoln Center Orchestra, 이하 JLCO)’와 함께 내한 공연을 선보였다.

마살리스는 2023년에도 내한해 7인조 편성으로 재즈 공연을 선보였지만, 자신이 창단한 15인조 빅밴드 JLCO를 이끌고 내한한 것은 24년 만의 일이었다.

짧은 공연은 전 회차가 매진되었고, 39년의 역사를 갖춘 JLCO와 마살리스가 펼쳐 낸 재즈 공연은 정통 빅밴드의 정수를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2026년 1월 29일, 마살리스가 2026-2027 시즌을 마지막으로 1987년부터 이끌어온 JLCO의 예술감독 및 음악감독직에서 물러날 것임을 발표한 사실은 이번 공연의 특별함을 배가했다.

64세의 마살리스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재즈 앳 링컨센터가 양성한 예술가들 가운데 일부가 40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차세대 리더를 발굴하기에 완벽한 시기”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금까지 쌓아온 성과를 바탕으로 보다 성장하고 번창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피력했다.

'윈튼 마살리스 & 재즈 앳 링컨센터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사진./사진 제공=LG아트센터 서울, ⓒStudio AL

‘그래미 어워즈 9회 수상자’, ‘재즈와 클래식 부문에서 동시에 그래미상을 석권한 유일한 음악가’, ‘재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최초의 작곡가’와 같은 수식어가 동반되는 마살리스는 세계에 재즈를 알리는 데 공헌한 ‘재즈 대사’이자 ‘재즈 음악 교육의 대변자’이기도 하다.

재즈가 대중적 음악 장르로 자리를 잡은 1920년대와 빅밴드 전성기인 ‘스윙 시대’로 불린 1930년대, 모던 재즈로 진화를 거듭한 1950~60년대를 거쳐 도달한 1980년대는 재즈에 대한 열기가 식으면서 클럽들이 문을 닫는 상태에 놓여 있었다.

재즈 애호가들은 링컨센터에 재즈 교육 과정을 마련해줄 것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마살리스는 1987년 여름 링컨센터에서 열린 최초의 재즈 콘서트 시리즈를 성공으로 이끌면서 상설 재즈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는 ‘재즈 앳 링컨센터’의 설립 승인과 예산 확보에 공을 세웠다.

당시 26세였던 마살리스는 오케스트라단(JLCO)을 이끄는 예술감독이자 운영 주체로서 활동하기 시작했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약 40년간 광범위한 국제 투어와 재즈 교육 프로그램 및 경연 대회의 장려에 힘써왔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뉴욕의 다른 예술 단체들과 동등한 지위를 갖게 되었고 2004년에 마침내 전용 공연장을 갖게 된 JLCO는, 최정상급의 솔리스트 연주자 15명의 상임 단원들이 만들어내는 정통 빅밴드 사운드의 유려함과 최고의 재즈 앙상블로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윈튼 마살리스 & 재즈 앳 링컨센터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사진./사진 제공=LG아트센터 서울, ⓒStudio AL

즉흥성이 핵심인 JLCO의 재즈 공연은 연주될 곡을 미리 알 수 없지만, 곡마다 연주되기 전에 설명이 덧붙여지는 특징이 있다. 세트리스트(setlist, 곡목록)는 공연 후 공식 웹사이트나 세트리스트 전문 사이트, 공연장 홈페이지 및 블로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보통 세트리스트의 구성에 따라 연주를 통해 보여주려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의도로 세트리스트가 구성되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번 LG아트센터 CoMPAS 26 공연의 경우 첫날은 재즈의 뿌리와 JLCO의 세계관을 보여줄 수 있는 스윙과 빅밴드를 강조하는 흐름의 구성을 선보였다면, 둘째 날은 텔로니어스 몽크의 모던 재즈로 시작해 JLCO 단원들인 빈센트 가드너, 알렉사 타란티노, 카를로스 엔리케스의 곡들을 연주하면서 현재에 이르는 맥락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마살리스는 뛰어난 트럼펫 연주자이자 작곡가, 재즈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가로 칭송받아 왔지만, 그만큼 비난에도 휩싸여 왔다.

스윙(Swing)과 블루스(Blues)에 기반한 전통 재즈만을 재즈로 인정하는 보수적 견해와 록, 힙합 등 다른 장르를 접목한 재즈 확장에 대한 거부, 정전 선정 기준의 독단성 등을 중심으로 한 논란은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지속되어 왔지만, 마살리스가 재즈의 르네상스를 이끌며 재즈의 역사적 가치를 재정립하고 재즈 교육과 보존에 공헌했다는 점에 있어서는 공통된 평가를 받아왔다.

마살리스가 재즈를 바라보는 시선은 2008년에 출간한 책 '재즈 선언'에 잘 드러나 있는데, 그는 “재즈 무대에서 스윙은 유일한 목표”이며, “스윙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과정의 통일성”이고, 재즈를 통해 얻게 되는 삶의 통찰력은 “모든 사람의 조화”라고 말한다.

매 순간 연주자가 느끼는 감정에 맞춰 즉흥적으로 채워지는 찰나의 결정들은 대본 없이 서로 주고받는 ‘대화’와 유사하기 때문에 ‘경청’을 필요로 한다.

마살리스에 따르면, “가장 유연한 예술 형태”인 재즈는 “의사 결정의 기술을 통해 기회”를 만들어 나가는 민주주의 체제와 닮아있다.

각 연주자의 취향과 선택에 대한 “존경과 신뢰”를 바탕으로 상대방이 만들어내는 연주에 귀를 기울이고 반응하면서 조정하고 이해하며 “함께 좋은 느낌을 만들어내는 아이디어의 총합”인 스윙을 재즈의 핵심으로 강조하는 마살리스는 모던 재즈의 가장 중요한 드럼 연주자 중 하나인 엘빈 존스의 말을 인용한다.

“어떤 연주자와 심오한 경지의 연주를 만들어내려면, 기꺼이 그와 함께 죽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존스의 말이 “재즈의 진정한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하는 마살리스는 “최고의 재즈는 언제나 라이브 연주”라고 피력한다.

'윈튼 마살리스 & 재즈 앳 링컨센터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사진./사진 제공=LG아트센터 서울, ⓒStudio AL

마살리스가 이끄는 JLCO의 연주는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이해하고 몰입하게 되는 빅밴드 라이브 음악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검은색 클래식 정장을 갖춰 입은 15명의 단원들이 하나로 앙상블을 이루면서 서로에게 집중하고 배려하며 독주자와 반주자가 즉각적으로 매끄럽고 유려하게 소통하는 대화의 장을 목격하는 일은 전율을 불러온다.

“재즈에는 누구든 그 세계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이끄는 힘이 있다”라는 마살리스의 진술이 사실임을 경험하게 되는 공연은, “어느 한 사람의 목소리가 지배하지 않고 연주자들이 함께 어우러지며 주목을 독차지하기보다 균형을 찾는” 재즈의 장점을 극대화한다.

상대방과 공간과 시간을 나누며 조화를 이루면서도 독주자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자유를 부여하며 해방의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하는 연주는, 밀물과 썰물처럼 감상자를 휩쓸어 연주자가 표현하는 즉각적인 감성들을 공유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재즈가 무엇이며 어떤 음악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은 다양할 수 있지만, 이전 세대의 유산을 보존하고 지키면서 “블루스와 스윙의 초월적인 가치”를 주장해 온 마살리스의 재즈에 대한 헌신과 노력은 분명 의미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경쟁의 장이 아니라 타인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끌기 위해 “영혼의 공간”을 남겨두는 것이 재즈라는 마살리스의 말은 “자기표현과 상호 존중의 삶”에 대한 교훈으로 연결된다.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반대자들도 수용할 수 있는 정신”을 일깨우는 스윙과 블루스의 재즈는 앞으로 JLCO의 미래를 어떻게 펼쳐나가게 될까?

주하영 칼럼니스트

앨리스(Alice 한국명 주하영)박사는 영문학자로 주목받을만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관람하고 리뷰를 써온 프리랜서 공연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상지대 겸임교수, 대림대 겸임교수, 한국외국어대 객원교수를 거쳐 현재 한국공학대학교 지식융합학부(교양교육센터)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월간 《한국연극》 편집위원과 한국연극평론가협회 편집위원 및 이사, 세계문화예술경영연구소 초빙연구원, 외국문학연구소 초빙연구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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