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인간 마음속 심상(心像)에서 피어나는 혼불과도 같습니다. 깊은 사유의 내면에서 길어 올린, 짧지만 응축된 언어문학의 보석과도 같은 시의 세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좋은 시와 함께 조용하지만 반짝이는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그대는 몰라 / 김민정
파주 운정 3지구 비포장길을 따라
일산 대화 3호선 타러 달리다보면
흘러간 어느 악사의 가게일지 모르겠다.
jazz jazz jazz를 꼬리표로
악기 부는 남자의 실루엣을 간판으로 내건
한 라이브 클럽
자물쇠로 잠긴 가게 여닫이문에
soul이란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은 가운데
검은 색지로 오려 붙인 세 글자 저
쎅쓰폰
눈에 확 들어오기는 했다
왜?
고딕었으니까!
소리나는 그대로 적었을 말
들리는 그대로 적게 됐을 말
그러니 참 정직한 말
그런데 빨간 밑줄 쫙 가는 말
아니라는 말
틀렸다는 말
이 말이라는 말 이
색소폰
우리 가요 <댄서의 순정>을 들어보자면
원곡 부른 박신자도 리바이벌한
이미자도 조미미도 김추자도
장사익도 주현미도 문희옥도 분명
그대는 몰라 그대는 몰라
울어라 쎅스폰아 그랬다
정말이다 양 귀떼기 걸 수 있다
아리아리한 건 유일하게 문주란
허스키 보이스가 영어 하니 딱 그리 들리나
표준국어대사전을 달달 외워
편집자 시험을 준비하는 제자에게
괜찮아 너는 시에 통 재능이 없으니까
일찌감치 야무지게 말해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스승의 은혜야
한마디로 너 잘되라는 어머니 마음
-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문학동네, 2016)
김민정 시인은 1976년 인천에서 태어나 1999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시인이자 출판사 대표입니다. 일상의 구어와 대중문화의 속도, 도시적 감각을 시의 언어로 과감하게 끌어들이며, 위트와 아이러니, 냉정한 현실 인식을 결합한 독자적인 시 세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시집으로는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들은 헤어지는 중입니다’ 등이 있으며, 각 시집은 당대의 언어 감각과 정서를 민감하게 반영하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사랑과 관계의 비대칭, 말과 감정이 소비되는 방식을 날카롭게 드러내는 시적 태도는 김민정 시 세계의 중요한 축을 이룹니다.
문학적 성과 또한 꾸준히 인정받아 박인환문학상, 현대시 작품상, 이상화시인상을 수상했으며, 출판 기획자로서의 활동을 인정받아 젊은출판인상(2020)도 받았습니다. 현재는 문학출판사 난다의 대표로 활동하며, 시 창작에 더해 편집과 기획, 새로운 작가 발굴을 통해 동시대 문학의 지형을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베스트셀러 시집을 출간해 온 그는 안산에서 ‘이웃’을 마련해 심리치료를 이어가는 정혜신 의사, 이명수 심리기획가와 함께 특별한 시집 '엄마, 나야'를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이 시집은 세월호로 떠난 학생들을 가슴에 묻은 가족들을 위해 34명의 시인들이 학생의 이름으로 생일시를 지어 선물한 책으로, 슬픔 곁에 머물며 다시 삶을 건너게 하는 시의 위로를 아름답게 보여주었습니다.
시인과 출판인을 동시에 수행하는 그의 행보는 한국 현대문학에서 드문 사례로, 창작과 유통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학의 현재성을 살아 있게 합니다. 또한 지난해 12월 출간한 산문집 '역지사지'와 '말이나 말지'로 독자들과 만나고 있으며, 올해 5월에는 새로운 시집 출간도 예정돼 있어 또 다른 시의 즐거움을 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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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칼럼니스트
시인, 교수, 연기지도. 2023년 ‘월간 시’ 34회 추천 신인상으로 등단, 시담작가회 회장, [감성지수 시낭독회] 진행. 저서로는 시집 『오늘은 내가 주인공이 된다』, 동인시집 『공감과 치유』, 『지구의 솜털을 숏커트로 잘랐다』, 『나 때와 라떼』, 『축봄합니다』 가 있으며,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에 다양한 언어로 번역 소개 됨. 상명대 영화과, 백제예대 연예매니지먼트과, 국제대 모델과의 겸임교수와 김지수 연기 아카데미 학원장을 역임했으며, 배우 권상우, 송혜교, 김선아, 남궁민, 아이유, 김다미 등 연기 지도. 저서 『대한민국에서 연예인 되는 법』이 있음. 현재 단국대 공연예술학부 연극과 초빙교수, 서울사이버대학교 성악과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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