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 임영웅 연출가 1주기 추모를 추모하는 연극인들의 토크콘서트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극단 산울림은 '한국 공연예술계의 대부' 임영웅 연출가 1주기 추모 낭독 공연이 끝나는 11일 소극장 산울림에서 임영웅 연출과 가까웠던 지인들을 초청하여 관객과 함께 추억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토크콘서트 연극의 시간.'
연출가 임영웅 선생이 수많은 동반자와 함께했던 생전의 60여 년을 '연극의 시간'으로 잡고, 그 시간을 기억하는 연극인들, 관객과 함께 그들을 추억을 공유하자는 취지다.
무대에는 박정자 손숙 이호성 배우, 심재찬 연출과 임수현 예술감독이 자리했고, 김명화 극작가가 진행을 맡았다.
객석에는 손진책 김철리 이성열 최용훈 연출, 배우 손봉숙 박용수 안석환, 무대미술가 박동우 이인애, 조명감독 김종호, 언론계에서 정중헌 박돈규 기자, 그리고 임영웅 연출의 부인인 오증자 교수와 아들인 임수현 예술감독이 토크콘서트를 지켜보고 참여하기도 했다.
연출가 임영웅(1936~2024)은 1969년 12월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한국 초연으로 올리며 1970년 극단 산울림을 창단했고, 1985년 3월 소극장 산울림을 개관하여 40년 동안 화제작들을 연속으로 무대에 올리면서 한국 소극장 운동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1966년 한국 최초의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 초연의 연출을 맡기도 했다.
토크콘서트에 앞서 극단 산울림은 1주기 추모 행사로 고인이 연출했던 '영국인 애인'(임수현 연출), '덤 웨이터'(박선희 연출),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건넜다'(연출 송정희) 등 3편을 낭독공연으로 올렸다.
지난해 5월 타계한 임영웅 연출은 함께한 연극인도 많지만, 그에 따른 일화도 적지 않다. 진행을 맡은 김명화 극작가가 무대와 플로워를 잘 조화해 90분 동안 토크쇼를 이끌었다.
첫 말문은 1970년부터 임영웅 연출과 작업을 해온 손숙 배우가 열었다.
지난밤에 임 선생 꿈을 꾸었다는 손 배우는 ”생전에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주역인 블랑쉬를 해보고 싶다고 청했는데, 지금 하늘나라에 계시니 시켜줄 연출이 없다“면서 ”남편 김성옥을 비롯해 '고도...'의 함현진 김인태 김무생 등 초연 멤버들이 다 갔으니 하늘나라에서 '고도...'를 영원히 하시라“고 추모했다.
박정자 대배우는 산울림 소극장의 첫 대박 공연인 '위기의 여자' 당시 캐스팅 일화를 공개했다.
1986년 박정자 배우를 만난 임 연출은 주인공 모니크 역 배우를 추천해 달라고 했다. 당시 44세였던 박정자 배우가 ”저는 어떠냐?“고 하자 임영웅 연출은 ”박정자 배우는 위기와 거리가 멀다“고 거절했다는 것이다. 결국 박정자가 모니크 역을 맡았는데 이때 당부한 말씀이 ”박정자는 무대 위 온도가 80도인데 이를 20도로 낮추라“고 해 애를 먹었다고 했다.
박정자는 그해 '위기의 여자'로 동아연극상, 백상연극상, 극평가 선정 연극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공연을 보러온 이병복 선생은 임영웅 연출에게 ”박정자를 여자로 만들어 줘 고맙다고 했다“는 일화도 들려주었다. 박정자 배우는 나이 50세 때 임영웅 연출이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건넜다'를 한다고 했을 때, 그 배역도 적극 대시해 따냈다고 했다.
임영웅 연출은 틈만 나면 시장을 다니는 걸 좋아하셨고, 특히 교보문고에서 책을 고를 때 가장 행복해하셨다고 배우들은 회고했다.
임영웅 연출은 베스트드레서이자 멋쟁이였다는 배우들의 추억을 되살리듯 무대 한 켠에 즐겨 임영웅 연출이 입던 재킷과 넥타이, 연출 때 썼던 책상과 스탠드가 진열되어 있었다.
35년 전 '덫에 걸린 집'으로 임영웅 연출과 만났다는 이호성 배우는 여자 배우들에게는 자상하고 온유했으나 남자 배우들에게는 엄격했던 일화를 떠올렸다.
'고도...'의 폴란드 공연에 필자와 함께했던 이호성 배우는 “임영웅 연출은 작품을 완전히 장악, 배우들의 에너지 분배까지를 고려해 빈틈없는 동선을 만드셨다”며 “배우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살릴 수 있도록 디테일하게 연출하신 분“이라고 회고했다.
조연출 겸 행정가로서 임영웅 연출과 연이 깊은 심재찬 연출은 ”술자리에서 연극계 선배들의 비사와 야사를 많이 들은 게 연극 활동에 도움이 되었다“면서 ”스태프들에게는 엄격해 연출부로서 혼이 많이 났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아들이자 서울여대 불문학 교수인 임수현 예술감독은 “초등학교 때는 아버님이 하시는 연극에 대해 잘 몰랐다가 청소년 시절 집에서 쫑파티를 하면 집안이 엉망이 되는 걸 보고 연극 안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연출을 하고 있다”고 아버지 임영웅을 떠올렸다.
오증자 교수는 명동 시절 일본 연출가가 가져온 바나나 얘기를 들려주면서 “임 선생은 배우들이 우선이라고 생각하셨고, 배려했다”고 회고했다.
손진책 연출은 임영웅 선생님의 간청으로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맡았으나 단원 70여 명에 달했던 극단 미추가 해체된 사연을 들려주었다.
조선일보 기자로 임영웅 연출과 가까웠던 필자는 울림소극장을 살리기 위해 오증자 교수와 신문사를 찾아와 '위기를 여자'를 하겠다고 했을 때 ”주부 관객을 잡으려면 여자 시리즈가 최고“라고 했던 일화와 소극장 운영이 어렵자 ”폭파시키고 싶다“고 했던 말을 기사화해 선생님을 곤혼스럽게 했던 사연을 떠올렸다.
아비뇽 연극제, 폴란드 그다니스크 '고도..' 공연 때 함께 했던 필자는 88서울올림픽 당시 세계적인 연극 평론가 마틴 에슬리 박사가 쓴 '고도..'의 평을 조선일보 지면에 실었던 일이 가장 보람 있었던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토크콘서트가 끝나고 산울림소극장 무대에서 조촐한 파티가 열려 추모의 시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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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극단생활 대표.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 「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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