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극작가, 소설가, 뮤지션, 연출가, 영화감독인 아담 랩의 2018년 초연작
- 제74회 토니어워즈 6개 부문 노미네이트 & 여우주연상 수상
인터뷰365 주하영 칼럼니스트 = 작가란 어떤 존재일까?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소설가는 어떻게 그런 세상을 창조할 수 있는 걸까?
1953년부터 세계에 명성을 쌓은 다수의 작가들을 인터뷰해 온 미국 문학잡지 '파리 리뷰'에는 소설가들의 창작 과정에 대한 에피소드가 넘쳐난다. 각자가 규정하는 작가의 의무, 소설의 구상 방식, 영감을 얻게 된 과정, 독자에 관한 인식이 모두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된 의견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고독함’과 ‘헌신’, ‘글을 쓰고픈 충동’이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미국의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글쓰기는 끝날 때까지 어느 누구도 지켜볼 필요가 없는 개인적이고 외로운 작업”이며, 오직 “죽음만이 글쓰기를 멈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동시대 미국의 가장 위대한 문장가”로 평가되는 소설가 폴 오스터 역시 “글쓰기는 매우 고독한 작업”이며, 작가는 ‘신’처럼 인물들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살과 피를 가진 사람들의 노력을 재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가 경험한 세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허구’인 이야기, 거짓이지만 실체가 있는 세상처럼 진실하게 다가오는 삶, 살아있는 그 어떤 존재보다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인물….
소설가는 고독 속에서 상상하고, ‘말’로 세상을 창조한다. 20세기 세계문학사에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윌리엄 포크너의 말에 따르면, 소설가는 매번 글을 성공적으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만 실패하며, “꿈꾸는 완벽함”에 결코 필적하지 못한다.
'파리 리뷰'의 인터뷰를 선별한 책 '작가란 무엇인가' 1권에서, 포크너는 글쓰기의 실패가 오히려 작가에게 유익할 수 있음을 언급하는데, 만약 작가가 “자신이 품고 있는 이미지와 꿈에 완벽하게 필적할 만한 글을 써내는 데 성공”하게 되면, 그다음에 남겨진 것이라고는 “목을 따거나 정점에서 자살을 위해 뛰어내리는 것”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당히 극단적으로 표현된 포크너의 말은 '작가란 무엇인가' 1권의 추천사를 쓴 소설가 김연수의 “작가들은 늘 실패한다는 사실을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로 수렴된다.
활활 타오르는 재능의 “단 한 번의 불꽃, 뒤이은 그을음과 어둠, 평생에 걸친 글쓰기의 헌신”만이 소설가에게 주어짐을 강조하는 김연수는, 20세기 초반 미국에 혜성과 같이 등장해 38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소설가 토머스 울프의 말을 인용한다.
“스스로 지핀 불”에 데어 “화염에 소진”된 존재, “맹렬하고 만족할 줄 모르는 욕망의 송곳니”에 의해 갈가리 찢긴 채로 “죽음이 삶을 덮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충동, 그 “빛”에 현혹되어 결코 “해방될 수 없으리라”는 인식…. 울프는 말한다. “나는 자신의 삶을 작가의 삶으로 바꾼 사람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깨달았다.”
지난 27일, 17년간 단 한 줄도 쓰지 못한 소설가이자 문예창작과 교수인 ‘벨라 리 베어드’와 불타오르는 재능으로 중편 소설을 완성한 학생 ‘크리스토퍼 던’의 흥미로움과 반전이 가득한 2인극 '사운드 인사이드'의 막이 내렸다.
제74회 토니어워즈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벨라 역의 배우 메리 루이스 파커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The Sound Inside)'는 같은 해 외부 비평가상 6개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소설가로 출발해 연극의 매력에 빠져 극작가로 활동을 이어온 멀티 플레이어 아담 랩(Adam Rapp)의 브로드웨이 데뷔작인 '사운드 인사이드'는 2018년 윌리엄스타운 연극 페스티벌을 통해 첫 선을 보였다.
1968년생인 아담 랩은 2006년 연극 '레드 라이트 윈터'로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2000년부터 꾸준히 상당히 많은 작품들을 선보여왔지만, 브로드웨이의 주목을 받으며 토니상 후보에 오른 것은 처음이었다.
2019년 9월, 아담 랩은 1,000석 규모의 스튜디오 54에서 '사운드 인사이드'의 브로드웨이 초연을 갖게 된 소감을 묻는 인터뷰에서, 200석의 소극장에서 “초안”처럼 선보인 작품이 전혀 예상치 못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흥분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작품이 구조적으로 바뀐 것은 없지만, 벨라와 크리스토퍼의 관계를 더욱 깊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 있었고, 작은 순간들이 보다 선명해지거나 조금 더 암울해진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의 연극비평가 제시 그린에 따르면, 반전과 스릴, 실제와 허구가 뒤섞이는 구성이 두드러지는 극의 처음 버전에서 변화된 것은 인물의 “행동을 설명할 가능성”이 있는 대사들과 “정신분열증 환자로 묘사”된 크리스토퍼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가 삭제된 점이다.
“캐릭터의 감정 상태를 암시하던 대사”들이 사라졌고, 벨라에 의해 평가되는 크리스토퍼가 완성한 중편 소설의 문체는 “화려하고 선명한” 것에서 “아름답게 절제된” 것으로 변경되었다. 또, 벨라의 입을 통해 언급되던 여러 유명 작가들의 소설 인용문이 줄어들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갈증을 느끼도록 만든 측면이 있다.
'LA 타임스'의 비평가 찰스 맥널티로부터 “예술과 현실의 미스터리한 관계” 속으로 관객을 깊이 끌어들이는 “일련의 퍼즐 박스”라는 평가를 받은 '사운드 인사이드'는 마치 연극으로 소설을 들려주는 것과 같은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다.
막이 열리면 예일대에서 소설 작법 수업을 가르치고 있다는 중년의 교수 ‘벨라(Bella Lee Baird)’가 관객들을 향해 자신을 3인칭인 ‘그녀’로 소개하며, 어둠 속에 가을 찬바람을 맞는 나뭇가지가 삐걱거리듯 “오래된 나무들처럼” 앉아 있는 “관객”의 존재에 대해 언급한다.
그녀는 관객들이 자신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자비롭고 우호적인” 마음으로 귀 기울여줄 것인지, 다른 생각에 쉽게 빠져들 것인지,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지에 대해 궁금증을 드러낸다.
그녀는 학생들에게는 주인공에 대해 너무 자세히 묘사하지 말라고 가르침에도 관객 앞에 서 있는 지금 주인공인 자신을 상당히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 이율배반적 행위에 시니컬함을 드러낸다.
제롬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제임스 설터의 '가벼운 나날', 이디스 워튼의 '이선 프롬', 앤 타일러의 '우연한 여행자', 시어도어 드라이저의 '미국의 비극', 사무엘 베케트의 '와트'등을 언급하는 벨라는 “위대한 문학의 세상”에 자신 역시 단편집 두 권과 장편 소설 한 권을 기여했지만, 30대 후반에 쓴 장편 소설은 소수의 평론가를 제외하고 외면당했으며 절판 위기에 처해있음을 토로한다.
벨라는 계속해서 관객을 향해 선 채로, 1인칭으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예일대 전임교수가 된 지 10년째이던 어느 날, 가장 좋아하는 소설 '가벼운 나날'을 읽다가 칼로 찌르는 듯한 복부의 통증을 느끼고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게 된 벨라는, 악성 종양이 복부에 “별자리”처럼 퍼진 상태로 ‘암 2기’ 진단을 받는다.
그녀는 신경섬유종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던 어머니가 위암을 발견하고 고통스러운 투병생활을 하다, 결국 체중 29kg에 두 눈이 멀고, 자신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로, “한겨울 갑자기 내린 따뜻한 비에 녹아버린 눈처럼” 돌아가신 일에 대해 설명한다.
어머니와 비슷한 나이에 암 2기를 선고받은 딸 ‘벨라’에 대해 관객이 ‘친밀함’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 그녀는 고전 작품을 읽고 글쓰기 전략을 토론하는 작문 수업을 듣는 학생 ‘크리스토퍼(Christopher Dunn)’에 대한 소개를 하기 시작한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가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을 읽고 작가가 주인공인 ‘라스콜리니코프’가 전당포 노인과 그녀의 여동생을 살해한 장면을 그려내는 방식에 대해 토론하는 수업에서, 맨 뒷줄에 앉아있던 크리스토퍼가 내뱉은 말은 조용한 파문을 일으킨다.
“언젠가 나도 그런 장면을 쓸 겁니다”라는 문장을 외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라고 평가하는 벨라 앞에 한 남자가 등장한다.
“베어드 교수님, 얘기를 좀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크리스토퍼를 잠시 바라보다 관객을 향해 돌아선 벨라는 마치 소설의 화자가 독자에게 상황을 설명하듯, 그가 연구실 문 앞에 서 있으며, 면담을 하려면 미리 약속을 해야 한다고 공지를 했음에도 그가 그 점을 무시했다고 말한다.
이 지점부터 벨라는 계속해서 관객을 향해 내레이터처럼 서술을 하고, 다시 인물로 되돌아가 크리스토퍼와 대화를 하는 일을 끝없이 반복하며, 특정 지점에 이르면 크리스토퍼가 관객을 향해 서서 벨라처럼 말을 하기 시작한다.
크리스토퍼가 화자가 되는 첫 지점은 벨라가 쓴 장편 소설인 '벽을 뚫고 달리는 빌리 베어드'에 관한 내용을 전달하는 부분이다.
빠른 속도로 달려 벽을 통과할 수 있다고 진짜로 믿었던 주인공 ‘빌리’가 사실은 목이 부러져 죽었음에도 유명세를 치른 마을이 언론의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 진실을 거부하고 “빌리가 허공으로 사라져버렸다”는 믿음을 강화하는 이야기는, 크리스토퍼의 입을 통해 관객에게 요약된다.
관객을 향해 선 크리스토퍼는 “부조리함과 신실함 사이”를 미묘하게 오가는 벨라의 소설이 괴상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자신은 주인공인 ‘빌리’에게 상당히 몰입할 수 있었음을 피력한다.
신기술 반대주의자인 ‘러다이트(a luddite)’는 아니지만 이메일과 SNS를 극도로 싫어하고, 최신 노트북을 갖고 있음에도 손가락에 잉크가 묻는 손글씨를 좋아하며, 바리스타가 우유 거품으로 아트를 뽐내는 캠퍼스 카페의 커피보다 자판기 커피가 백배는 낫다고 말하는 크리스토퍼는 다른 1학년 학생들과는 매우 다른 성향을 갖고 있다.
“날씨에 비해 지나치게 얇은 옷차림”의 캔버스 재킷을 입고 있는 크리스토퍼는 고향이 미국 북동부에 위치한 버몬트라서 “눈”과 친숙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광장공포증을 앓고 있으면서 익명으로 추리 소설을 쓰는 강박적인 어머니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만, 5살 때 이후로 만나본 적 없는 아버지에 대한 질문에는 매우 날카로운 반응을 보인다.
규율을 지켜 면담 약속을 잡고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벨라 앞에서 크리스토퍼는 바닥에 침을 뱉고 과격한 비난과 욕설을 큰 소리로 외치는 등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다.
또, “요즘 소설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인식시키기 위해 자살을 하거나 SNS를 열심히 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실비아 플라스, 버지니아 울프, 존 베리먼,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앤 섹스턴, 하트 크레인, 존 케네디 툴과 같은 여러 작가들의 이름을 줄줄이 나열한다.
소설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다는 크리스토퍼는 점차 벨라에게 소설의 내용을 알려주면서 조언과 평가를 구하기 시작한다. 자신과 같은 고향 출신의 아이비리그 신입생을 주인공으로, 뉴헤이븐 기차역에서 우연히 만난 빈민가 출신 백인 남성 ‘셰인(Shane)’과 맨해튼으로 향하는 이야기는 어딘지 모르게 크리스토퍼의 삶과 닮아 있고, 유명한 소설 속 장면들과 유사하면서도, 끝없이 독자의 호기심을 끄는 요소가 있다.
벨라는 50년대 수동 타자기로 글을 쓰고 있다는 크리스토퍼를 향해 “불안한 기운”이 충만한 소설의 매력을 지적하며, 앞으로의 전개를 알고 있냐고 묻는다. 고개를 저으며 “모른다”라고 대답하는 크리스토퍼에게 벨라는 “작가가 주인공에게 이끌려간다는 건 독자들의 예상을 빗나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임을 일깨운다.
관객들은 크리스토퍼가 써 내려가는 소설의 내용만큼이나 현란하게 시점을 바꿔가며 이야기를 전달하는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 또한 예측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극이 시작된 후 10분이 지나기도 전에 완전히 몰입하게 되는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는 작가인 아담 랩의 실제 경험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그는 팟캐스트 진행자인 리즈 칼라일과의 대화에서, 예일대에서 극작 수업을 하게 되면서 뉴욕과 뉴헤이븐을 기차로 오가던 가운데 예일대 신입생과 빈민가 출신의 비슷한 또래 청년이 기차역에서 만나는 장면을 목격했고, 그들의 관계와 이야기가 궁금했던 그가 기차에서 내린 후에도 한동안 그들을 따라다니며 관찰했던 경험이 출발이었다고 말한다.
아담 랩은 당시 '죄와 벌'을 다시 읽고 있었기 때문에 라스콜리니코프의 살해 장면이 영향을 미쳤고, 작은 식당의 식탁에 마주 앉아 있는 극도로 외로운 중년의 여교수와 젊은 학생의 이미지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으며, 그다음으로 교수의 불치병과 그녀가 학생에게 요청하게 되는 부탁, 학생의 소설 순으로 이야기가 연결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또, 벨라가 수업에서 학생들과 함께 실행하는 20분 동안 펜을 멈추지 않고 떠오르는 모든 것을 써 내려가는 작문 연습은 실제로 그가 대학에서 글쓰기 수업을 통해 배운 방식이기도 하며, 예일대 수업에 적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벨라는 암에서 회복될 확률이 20퍼센트조차 되지 않으며, 고통 속에 사라져간 어머니처럼 항암치료 속에 시들어갈 것을 인지한 뒤, 무의식을 이끌어내는 작문 연습을 학생들과 함께 하는 과정에서, “내 안의 소리를 들어라”라는 문장을 끝도 없이 반복해 써 내려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무슨 의미인지조차 알 수 없는 문장으로 노트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운 벨라는 다음날, “가장 고통 없이 자살할 수 있는 방법”을 검색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약물을 통해 죽음에 이를 결심을 도와줄 조력자로 크리스토퍼를 떠올리고, 어려운 부탁을 위해 그를 저녁 식사에 초대한 날, 크리스토퍼는 '눈 덮인 들판에 누워'라는 제목의 완성된 소설을 박스에 담아 가져온다.
크리스토퍼는 부탁을 들어주는 대신 먼저 자신의 소설을 읽고 평가해 줄 것을 요구하고, 벨라는 그의 이름을 그대로 딴 주인공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을 읽어 내려간다.
벨라가 관객을 향해 소개하던 “1인칭 시점”의 소설은 크리스토퍼의 입을 통해 3인칭으로 설명되기 시작하고, 벨라와 크리스토퍼가 교차하며 전달되는 소설의 내용은 도스토옙스키의 살해 묘사에 버금가는 장면을 쓰겠다는 크리스토퍼의 선언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드러낸다.
독백과 3인칭 내레이션이 교차하는 속에 이야기 속의 이야기, 살인과 자살 시도, 그리고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죽음, 불치병에서의 회복, 예술과 현실의 교묘한 중첩과 실제와 허구의 애매한 경계를 오가는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는 상당히 충격적인 반전과 이유를 알 수 없는 행동들을 품고 있다.
아담 랩의 표현처럼, “외로움에 대한 명상”이기도 한 '사운드 인사이드'는 17년간 소설을 쓰지 못하던 삶의 위기에 처한 작가가 재능이 터져 나오는 젊은 작가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관한 이야기이자, 어떻게 현실이 허구의 바탕이 되어 예술로 완성되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 크리스토퍼의 소설의 에피그라프로 인용된 도스토옙스키의 “우리는 때때로 완벽하게 낯선 이들 사이에서, 말 한마디조차 나누기 전에, 갑자기 마음이 가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는 글귀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국 초연에 관한 리뷰를 쓴 그렉 스튜어트의 표현처럼, “막이 내린 후에도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경험이라고 할 수 있는 '사운드 인사이드'가 남기는 의문은 벨라가 관객을 향해 던지는 질문과 일치한다.
크리스토퍼 자신이 쓴 소설 제목처럼, 벨라의 교수실에 걸려있던 유일한 그림을 바라보며 그가 떠올렸던 이미지처럼, 마지막을 맞이한 크리스토퍼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재능이라는 화염에 소진되어 찢겨진 자신의 존재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소설 속 살해가 실제 자신의 일이기에 그 죄책감을 감당하지 못한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꿈꾸는 완벽함에 필적하는 글을 완성한 작가가 자신을 영원히 박제하기 위한 선택이었을까? 현실이 허구로 녹아들며 교묘하게 경계를 흔들고, 현실 속에서라면 공감하기 힘든 인물에게 매료되도록 만드는 ‘긴장감’이 가득한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를 통해, 작가 아담 랩이 남기고 싶었던 메시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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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하영
앨리스(Alice 한국명 주하영)박사는 영문학자로 주목받을만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관람하고 리뷰를 써온 프리랜서 공연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상지대 겸임교수, 대림대 겸임교수, 한국외국어대 객원교수를 거쳐 현재 한국공학대학교 지식융합학부(교양교육센터)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월간 《한국연극》 편집위원과 한국연극평론가협회 편집위원 및 이사, 세계문화예술경영연구소 초빙연구원, 외국문학연구소 초빙연구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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