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고전 ‘벚꽃동산’의 재창작 버전
- 현대 한국사회를 배경으로 세계적인 연출가 사이먼 스톤과 한국 배우들이 펼치는 향연
인터뷰365 주하영 칼럼니스트 = 훌륭한 각색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특히 고전이라고 불리는 작품을 동시대의 맥락으로 가져올 때, 각색을 하는 작가가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각색의 목적은 원작을 새로운 방식으로 확장해 새로운 비전과 목소리를 제시하기 위함일 때가 많다. 재창작의 과정은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될 수 있고, 오래된 원작을 현재의 맥락에서 재해석해 동시대의 관객들이 여전히 공감하고 보편성을 인지하도록 만든다.
각색 연구자인 조지 로도스테누스는 고전을 재해석하고 재상상(re-imagining)하는 데는 “세 가지 접근”이 있다고 말한다. 원작의 배경을 현대의 지역으로 옮기고, 액션을 현재의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어서, 무대 공간을 통해 텍스트 이면에 있는 것을 드러낼 수 있는 ‘시노그래피(Scenography)’를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로도스테누스는 각색자가 원작의 텍스트를 번역해 새롭게 쓰는 것 뿐 아니라 문화적 차이를 수용하고, 구어체 농담을 적용하거나 내러티브를 구성할 때 시대적⸱문화적 변화를 반영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는 무엇보다 원작과 현재의 거리를 “재개념화”할 필요성과 “음악성”을 통해 대화의 속도와 리듬을 구조화할 것을 언급하는데, 퍼포먼스 이론가인 야나 미어존 역시 “대사의 리듬감 있는 반복과 파동, 멈춤은 각색을 위한 필수 단계”라고 주장한다.
지난 7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는 20대부터 호주 연극계의 “앙팡 테리블(무서운 젊은이, enfant terrible)”로 불리며 유럽과 영미권에서 활동해왔고, “고전을 완전히 새롭게 재창작”하는 것으로 주목을 받아온 사이먼 스톤(Simon Stone) 각색⸱연출의 연극 '벚꽃동산'의 막이 내렸다.
LG아트센터가 세계의 관객에게 선보일 작품을 제작하려는 목적에서 2020년 겨울부터 추진한 이번 공연은 2022년, 스톤이 한국을 방문해 리서치 기간을 가지면서,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벚꽃동산'의 각색이 결정되었다.
2024년 1월부터 작품을 위해 캐스팅된 10명의 배우들과 워크숍을 가지며 등장인물들의 밑그림을 그리고, 대본을 창작해온 스톤은 '벚꽃동산'의 배경을 현대의 한국으로 옮기면서, 스톤의 다른 작품들이 그렇듯, 원작의 인물들과는 다른 새로운 한국 이름을 부여했다.
스톤은 체호프의 원작 골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인물의 성격과 이미지에 배경이 되는 이야기들을 추가하거나 원작 속 여러 인물들을 하나로 합치고, 현재에 맞게 내용을 변경했다.
또, 배우의 특징을 추가해 인물의 대사를 구축해 현재성과 즉시성을 높이는 그만의 극작 방식을 적용했다. 19세기 러시아 귀족의 몰락과 농노해방령으로 인한 신분의 변화, 신흥 부르주아 계급의 부상 등 1905년 러시아혁명으로 향하는 사회⸱정치적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체호프의 '벚꽃동산'은 스톤에 의해 ‘경영 무능력으로 파산할 위기에 놓인 한국 재벌가의 이야기’로 변경되었다.
현실을 인지하고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러시아 귀족의 몰락은 안일함과 회피성으로 인해 다운사이징(downsizing)을 제때에 하지 못해 가문의 재산과 명성을 모두 잃게 되는 한국 재벌 2세로, 농노의 아들이었지만 성공한 상인이 되어 벚꽃동산을 인수한 새로운 주인은 이전 회장의 운전기사 아들이었지만 부동산 개발업자로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바뀌었다.
스톤은 한국전쟁 이후 7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기업이 군부독재를 거치면서 내부인맥과 특권으로 성장하고, 혈연과 지연, 학연으로 조직되어 부의 대물림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이전 세대의 가치와 가문의 이름을 내세우는 통찰력의 부족, 불편한 현실로부터의 외면과 도피, 우유부단함으로 일관하다 집과 회사, 벚꽃이 가득한 정원을 모두 잃게 되는 ‘송 씨 가족’을 마치 TV 드라마처럼 그려냈다.
체호프 원작에서 아들과 남편의 죽음 이후 파리로 도망치듯 떠났던 벚꽃동산의 여주인 류바는 ‘송도영’으로, 그녀의 오빠 가예프는 ‘송재영’으로, 수양딸인 바랴는 ‘강현숙’, 친딸 아냐는 ‘강해나’로 등장한다.
또, 죽은 아들의 과외교사였던 트로피모프는 ‘변동림’으로,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하는 지주 피시치크는 ‘김영호’로, 바랴가 좋아하는 남자이자 농노의 아들로 어린 시절 류바의 친절한 행위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상인 로파힌은 ‘황두식’으로 새롭게 이름이 부여됐다.
일꾼들 역시 이름과 역할이 변경되는데, 파리에서 여주인의 젊은 하인으로 고용된 야샤는 뉴욕에서 함께 온 개인비서 ‘이주동’으로, 그를 사랑하게 되지만 버림받는 하녀 두냐샤는 집 안의 가정부 ‘정두나’로, 그녀에게 청혼하지만 배신당하는 사무원 에피호도프는 운전기사 신예빈으로 각각 송 씨 집안에서 일한다.
평소 200여 편의 한국영화를 봤을 정도로 한국문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지닌 스톤이 각색할 작품으로 체호프의 '벚꽃동산'을 떠올린 이유는 무엇일까?
스톤의 인터뷰 영상에 따르면, 일주일 동안 한국을 여행하면서 영감을 얻게 되었고, 언덕으로 이어지는 교외 지역을 걸으면서 집들이 배치된 모습과 형광 불빛이 드리워진 거리의 모습을 통해 수년간 봐왔던 한국영화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고 한다.
그는 체호프의 작품이 갖고 있는 희비극성이 웃음과 눈물 사이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연기하는 “한국 배우들의 특별한 능력”을 통해 잘 표현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벚꽃동산'이 “변화의 시기에 관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항상 미래를 향해 나아가며 투쟁하는 서울의 모습이 “1905년 러시아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외국인으로서의 짧은 여행과 대중매체를 통해 인식된 한국문화를 바탕으로 한 스톤의 '벚꽃동산'이 한국 관객에게 친숙함 뿐 아니라 낯섦과 흥미로움, 한계 또한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013년 호주 멜버른에서 선보였던 '벚꽃동산'과 비교할 때, 스톤의 브랜드라고 여겨지는 ‘자유로움’이 훨씬 더 많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 후반 호주를 배경으로 각색된 2013년 '벚꽃동산'은 호주 관용어를 사용하는 등의 세부 사항과 일부 캐릭터는 변경했지만 구조와 리듬을 그대로 보존해 “체호프의 원작을 충실하게 재구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톤 자신 또한 기존의 자신의 작품들과는 차이가 있음을 인정했는데, 2011년에 각색한 입센의 '들오리(The Wild Duck)'가 불러온 신선함과 혁신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아쉽다는 의견이 꽤 있었다.
스톤은 2024년 '벚꽃동산'의 각색 버전이 “한국적인 특수성을 반영”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프로그램북에 소개된 '연출가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한국적인 상황이라는 특수성”은 2025년 3월에 호주 투어 공연을 비롯해 세계의 관객들과 만나게 될 때 공감을 불러올 수 있는 지점으로, “사회적 불평등과 오래된 빈부의 갈등”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겨냥하고 있다.
스톤은 2024년 '벚꽃동산'에서 발견되는 송 씨 집안의 위계질서가 독일이나 호주와 같이 “평등함에 대한 신화”가 사회 기저에 깔려 있는 곳에서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운 것임을 지적하는데, “한국의 경우, 건강하지 못한 위계질서나 관계성들이 아직 존재”한다는 점에서, 체호프의 '벚꽃동산' 속 인물들을 현재로 가져올 수 있는 맥락을 발견한다.
재벌가 회장 운전기사의 어린 아들로서 기사 숙소에 살면서 본채에는 들어갈 수 없었던 두식은 아버지에게 두들겨 맞고 있는 자신을 데려가 상처를 닦아주던 회장 딸이자 대학생이었던 도영을 잊지 못한다. 스톤은 도영이 두식에게 하는 말을 체호프의 원작과는 좀 다르게 변경하는데, 두식에게 도영은 “네가 어른이 될 즈음이면, 세상이 달라져 있을 것”이란 위로를 건넨다.
도영은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친절이지만, 두식은 도영의 말에 기대어 알콜 중독으로 폭력을 일삼고, 결국 술에 취해 회장이 탄 차를 운전하다 쫓겨난 아버지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성공에 이른다.
도영은 두식에게 어머니를 느끼게 함과 동시에 여인으로써 매력 또한 어필한다. 하지만 두식이 도영에게 품은 ‘환상’은 송 씨 일가가 재산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설득하려는 그의 간절한 노력에도, 전적으로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도영과 재영의 태도에 의해 무너져 내린다.
도영의 집과 기업을 인수한 두식은 자신의 위치에 대한 현실적 인식과 함께 더 큰 포부를 품기 시작한다. 스톤은 도영의 캐릭터에 그의 전작인 '페드라'의 맥락을 일부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체호프의 류바에 비해 도영은 훨씬 성적으로 자유분방하고, 커피가 아닌 ‘술’을 찾는 알콜 중독과 약물 복용, 자살 시도에 이르기까지 어머니로서의 역할에 부적합한 ‘결점’이 많은 인물로 그려진다.
도영은 부분적으로, 폐경기에 들어선 여인의 욕망과 사회의 잣대, 과거의 그림자와 트라우마, 가임기와 여성, 가족의 파멸에 관한 문제를 탐구했던 2023년 영국 국립극장의 '페드라'의 각색에 등장한 ‘헬렌’과 많이 닮아있다. 특히, 딸 해나의 남자친구이자 죽은 아들 해준의 과외 선생인 동림과의 키스신은 '페드라'의 헬렌이 사위의 입에 키스하며 인사를 나누는 장면을 떠올리게 만든다.
스톤의 전작들의 그림자는 2024 '벚꽃동산'의 곳곳에 드리워져 있다. 도영이 아이를 가질 수 없어서 현숙을 입양하게 된 일이나 통유리의 2층 집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관객의 관음증적 욕망을 자극하는 무대는, 2016년 빌리 파이퍼 주연의 '예르마'와 2017년 인터내셔널 시어터 암스테르담(ITA)의 '입센 하우스'에서 변주된 느낌이 많다.
또, 인터미션 동안에 쌓이는 집 밖에 내린 ‘검은 눈’은 2014년 '메디아'의 다 타버린 검은 ‘재’를 떠올리게 만들며, 트라우마와 상실, 죽음, 비극을 암시한다.
유리로 된 큐브, 혹은 ‘테라리엄(terrarium)’이라고 불리는 투명한 공간은 스톤이 '들오리' 각색 때부터 지속적으로 활용해 온 ‘시노그래피’라고 할 수 있는데, 모든 곳이 관객에게 노출된 느낌을 부여한다.
특히 입센의 여러 작품 속 인물들을 “한 집안의 여러 세대에 관한 이야기”로 조합한 '입센 하우스'의 회전하는 ‘전면이 유리로 된 집’은 2024 '벚꽃동산'에서도 유사하게 배치된다.
스톤이 “트라우마의 장소이자 즐거운 기억의 장소”라고 말했던 '입센 하우스'의 2층 별장은 한국을 배경으로 한 '벚꽃동산'에서도 도영의 트라우마와 좋은 기억을 동시에 담고 있는 ‘애증의 공간’이 된다.
도영이 16세에 아버지로부터 생일선물로 받은 ‘집’은 첫 경험 뿐 아니라 인권변호사였던 남편과의 결혼, 현숙을 입양하게 된 후 딸 해나와 아들 해준을 낳아 기른 행복했던 기억을 품고 있다.
동시에 아들의 죽음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사고 현장이자 병으로 떠난 남편의 부재와 결핍을 느끼는 곳이라 할 수 있는데, 집 위로 가파르게 이어지는 떨어질 위험이 있는 계단과 바닥까지 이어지는 완만한 계단을 배치한 지붕 구조는 그녀의 지나간 삶의 흔적을 담고 있다.
도영은 뇌종양으로 죽어간 남편의 끔찍한 모습에 지치고, 상실된 사랑의 결핍과 부재의 외로움을 감당할 수 없어 사랑받는 느낌을 위한 연인과의 섹스에 열중한다. 그 사이 아들 해준은 돌봐주는 아줌마와 과외 교사의 눈에서 벗어나 집의 높은 담벼락에 오르게 되고, 균형을 잃고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도영은 아들 곁에 있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는 삶에서 통제할 수 없는 상실의 나락으로 떨어진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다. 그녀의 알콜 중독과 방황은 딸 해나가 마지막 남은 혈육인 엄마마저 죽음으로 잃게 될까 봐 전전긍긍하며 밤을 새우는 날들을 더하게 되고, 결국 어두운 기억이 드리워진 집을 떠나 뉴욕에서 프린스턴 대학과 NYU를 다니는 해나와 함께 5년의 시간을 보내도록 만든다.
스톤의 각색은 3막에서 특히 두드러지며, 막장드라마와 같은 웃음의 요소와 각 인물의 트라우마와 정서적 결핍, 감정적 폭발, 대립을 유도하는데, 원작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도 역시 3막이다.
스톤은 자신의 작품들이 TV/OTT 드라마 및 영화와 유사하다는 평가에 반대하지만, 그의 고전 각색들이 현재의 관객에게 가깝게 다가오고 의미를 발휘하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유리로 된 모든 공간이 들여다보이는 집에서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며, 심지어 섹스를 하는 일종의 ‘리얼리티 쇼’의 느낌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오페라의 중창 장면과 유사하게 여러 배우들이 동시에 대사를 하는 ‘다성성’의 순간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현장’을 보고 있는 듯 느끼도록 만든다.
여러 대사가 섞이면서 소란스럽게 느껴지고, 빠르게 속사포처럼 이어지는 대사의 장면들은 관객을 집중하게 만들지만, 전체 내용을 명확하게 숙지할 수 없다는 어려움이 존재하게 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스톤은 중요한 대사들에서는 대사의 리듬과 속도를 조절해 관객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데, 인물의 긴 독백 끝에 관객이 의미를 생각할 수 있도록 부여되는 ‘멈춤’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샘플링과 리믹스”라고 표현되는 스톤의 각색 대본은 배우들과 함께하는 독특한 “리허설 과정”으로도 유명하다. 대본을 쓰기 전에 자신이 무엇을 “촉발하고 싶은지”를 명확히 인지한 상태에서 출발하는 스톤은 캐스팅을 먼저 한다.
누가, 어디에, 왜 등장하는지에 대한 결정을 내린 상태에서 매일 아침 한 장면을 쓰고, 배우들이 그 장면을 연기하는 모습을 본 뒤, 다음 장면을 떠올려 대본을 작성하는 스톤의 방식은 공연에 참여한 많은 배우들에게 당혹감을 부여한 에피소드를 갖고 있다.
국내 공연 또한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일관성보다는 즉흥성과 즉시성”을 선호하는 스톤의 리허설 방식에 대해 '예르마'의 주연을 맡은 빌리 파이퍼는 “난간에서 뛰어내리는 느낌”에 비유했다.
많은 배우들이 한 장면을 몇 회 이상 리허설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가장 힘든 장면은 리허설을 거의 하지 않는 스톤의 방식을 매우 불안해하지만, 작업이 끝난 후 대부분 “배우로서 배운 모든 것을 넘겨주고 순간을 살아야 하는” 통제 불능의 느낌을 “유익하고 강렬한 경험”으로 평가한다.
새로운 정보로 이전의 정보를 대체하는 컴퓨터 파일 용어인 “덮어쓰기(오버라이팅, over-writing)”라고도 불리는 스톤의 각색 스타일은 업데이트된 고전이 현재 관객의 삶과 연관된 동시대의 드라마처럼 인식되도록 만든다.
고전의 내용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원작자의 뼈대는 그대로 둔 채 바닥부터 한 층씩 견고하게 쌓아 올려 리모델링한 건축물처럼 곳곳에 원작의 대사가 숨 쉬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또, 고전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오래된 고전이 지루하거나 재미없는 낡은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와 과거 사이에 연대”를 품고 있음을 인식하고, 고전에 관심을 갖도록 만든다.
극장에 가지 않고도 다원화된 스토리텔링을 감상할 수 있는 여러 플랫폼이 만연한 시대에 “연극이 가장 큰 카타르시스를 주는 사회적 의식”이라는 인식을 관객에게 남길 수 없다면, 연극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그의 생각은 무대 위에 살아있는 인물들의 희극적이고, 비극적이며, 어리석으면서도 연민할 수 있는 위치에, 어떤 측면에서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지만 또, 다음 순간 당혹스러운 ‘타인’의 일이기에 비난하는 위치에, ‘관객’이 설 수 있도록 적용된다.
스톤은 “희곡 텍스트는 그 자체로 예술작품인 것이 아니라 연극적 사건을 위한 청사진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의 각색에 대해 논란과 비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각색이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질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는 것은, “작품이 초연된 당시와 지금 사이에 일어난, 그 작품이 품은 모든 시대와 모든 장소를 이야기하고 싶다”는 그의 열정과 노력이 관객들의 마음에 와닿은 때문이 아닐까?
“인간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감각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가장 즉각적인 방법이 연극”이라고 말한 영국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떠올리게 하는 스톤은 분명 현재의 관객에게 고전을 가장 가까이 가져다줄 수 있는 시도를 하는 극작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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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하영
앨리스(Alice 한국명 주하영)박사는 영문학자로 주목받을만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관람하고 리뷰를 써온 프리랜서 공연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상지대 겸임교수, 대림대 겸임교수, 한국외국어대 객원교수를 거쳐 현재 한국공학대학교 지식융합학부(교양교육센터)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월간 《한국연극》 편집위원과 한국연극평론가협회 편집위원 및 이사, 세계문화예술경영연구소 초빙연구원, 외국문학연구소 초빙연구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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