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배우 박하선, "하늘로 떠난 동생 생각에 펑펑 울었죠"①
[인터뷰365] 배우 박하선, "하늘로 떠난 동생 생각에 펑펑 울었죠"①
  • 김리선 기자
  • 승인 202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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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박하선 인터뷰]
- 김애란 작가의 동명 소설 원작...상실과 치유의 이야기
- 두 살 아래 터울 남동생 떠나보내..."영화 찍으면서 치유받는 기분 들었죠"
- 노메이크업에 체중 감량 직접 제안
- 남편(배우 류수영) 요리 화제에..."맛있을 때까지 10번 이상 맛보죠"
배우 박하선
배우 박하선/사진=엔케이컨텐츠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  “동생이 갑작스럽게 하늘로 가버린 후, 그동안 못 해줬던 일들이 생각나고 늘 미안했어요. 시나리오를 보고 시원하게 펑펑 울고 나니까 치유받는 기분이 들었죠.”

배우 박하선이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던 당시를 떠올렸다. 

김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이 작품은 상실과 치유의 이야기다. 영화는 예기치 못한 삶의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잔잔하면서도 묵묵하게 담아낸다. 한국 영화로는 7년 만에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며 주목받았다.

극 속 박하선은 명지 역을 맡아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을 잃은 상실과 슬픔을 섬세하면서도 묵직하게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박하선은 2019년 두 살 아래 터울의 발달장애 남동생을 떠나보낸 아픔을 겪었다. 어린 시절부터 동생을 지극 정성으로 챙겼고, 바쁜 일정 속에서도 동생과 함께 영화관이나 미술관을 함께 다니는 등 돈독한 남매간의 우애를 보여왔기에 더욱 안타까움을 안긴 바 있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박하선은 동생과의 추억을 회상하며 “동생에게 참 감사하다”고 말했다. “동생은 하늘나라에 가서도 제게 도움을 주네요. 영화 '첫 번째 아이'(2022) 때도 동생이 아니었으면 모를 감정이었거든요.”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스틸 컷./사진=엔케이컨텐츠

박하선은 2005년 드라마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로 데뷔 후 올해로 18년 차를 맞았다. 사극 '동이'(2010)에서 단아한 모습과 안정적인 연기로 호평을 받은 그는 시트콤 '하이킥!짧은 다리의 역습'(2011), 드라마 ‘쓰리데이즈’(2014), ‘혼술남녀’(2016), '산후조리원'(2020), '뫼비우스:검은태양'(2021), '며느라기'시리즈, 영화 '청년경찰'(2017), '고백'(2021), '첫번째 아이'(2022) 등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연기보다 가장 재미있는 건 없다”는 박하선은 여전히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다. “법조인 같은 똑똑한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희망도 드러냈다.

기자가 박하선 배우와 진행했던 첫 인터뷰는 2010년 사극 '동이' 방송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캐스팅 소식으로 기뻐하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가식 없고 털털한 모습은 예전 그대로였다.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개봉에 앞서 서울 중구 회현동의 한 카페에서 박하선을 만났다. 

예능 출연 보고 캐스팅..."힘 빼고 연기하려고 했죠"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을 잃고 폴란드 바르샤바로 떠난 명지(박하선 분)와 같은 사고로 동생을 잃은 지은(정민주 분), 단짝 친구와 이별한 해수(문우진 분)가 상처를 어루만지고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를 그린다.

-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펑펑 눈물을 흘렸다고.

“너무 슬퍼서 바닥을 기어 다니면서 울었죠. 시원하게 펑펑 울고 나니까 치유받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더 끌렸던 것 같아요. 이 감정을 관객분들께도 전했으면 했습니다.”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스틸 컷./사진=엔케이컨텐츠

- 어떤 부분이 마음에 와닿았나.

“동생이 누나에게 하는 말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와닿았어요. 동생이 발달장애가 있었는데, 누나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이런 말을 쉽게 할 수는 없었죠. 그런데 동생이 갑작스럽게 하늘로 가버린 후, 그동안 못 해줬던 게 생각나고 늘 미안했어요. 동생을 향한 그 마음이 해소되지 않고 후회만 남아있었는데, 영화 속 "누나 밥 잘 먹어, 잘 자, 고마워, 사랑해…." 이런 얘기가 마치 동생이 제게 해주는 말 같았어요. 제겐 마치 힐링처럼 느껴졌어요. 저의 눈물 버튼이나 다름없었죠.”

이 작품은 '청포도 사탕: 17년 전의 약속', '설행_눈길을 걷다', '프랑스여자'의 김희정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김 감독은 박하선이 출연한 한 예능프로그램을 보고 그를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의 명지를 떠올렸다고. 그는 세상을 떠난 동생의 이름을 여전히 미술관 방명록에 대한 적는다는 박하선의 말을 듣고 그런 그녀라면 '명지'의 심리와 슬픔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할 것이란 생각에 배역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 김 감독의 출연 제안을 받고 어땠나.

“감독님의 '프랑스여자'를 인상 깊게 보고 언젠가 꼭 한번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신기하게도 얼마 안 있어 연락이 왔어요. 처음 미팅 때 섭외 이유를 여쭤봤더니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동생을 추억하는 제 모습을 인상 깊게 보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영지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친구가 이 역할을 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셨대요.

생각해보니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캐스팅이 많이 됐어요. 이번 캐스팅도 그렇지만, '강심장'을 통해 '시트콤 '하이킥!짧은 다리의 역습'에, '진짜사나이 여군특집' 출연 후 영화 '청년경찰'에 캐스팅됐죠. 출산 후 일이 없어서 쉬고 있을 때였는데, 제가 출연한 예능을 보고 캐스팅해 주셨어요.”

- 실제 연기를 해보니 어땠나. 영화에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상실감을 딛고 치유를 향해 나아가려는 명지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면서도 깊이 있게 표현해내며 호평을 받았는데. 힘든 점은 없었나.

“워낙 이 감정에 대해 알고 있고, 그 아픔을 이미 알고 있기에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힘을 빼고 연기하려고 했어요. 연기하려고 하지 말자, 설정하지 말자는 생각을 했죠. 힘을 주는 연기가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더라고요. 보기 편하게 느껴지도록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영화를 보고 내 모습 중 가장 나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남편과 함께 있을 때나 집에 혼자 있을 때나 영화 속 모습과 굉장히 비슷해요.”

배우 박하선
배우 박하선/사진=엔케이컨텐츠

직접 제안해 노메이크업에 체중 감량도..."남편(배우 류수영) 요리, 맛있을때까지 먹어야 하죠"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에는 박하선의 디테일한 노력과 정성이 담겨있다. 그는 직접 나서서 노메이크업에 체중 감량을 제안했다. "내가 뭘 더 해볼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들이다. 그 나름의 작은 도전이기도 했다. 영화 속 등장한 샤워 신도 박하선이 직접 찍겠다고 김 감독에게 제안한 결과다. 당초 바스트로만 잡혀있었다고. 그러나 박하선은 "갇혀 보이는 게 싫었다. 정말 샤워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옆이나 뒷모습 정도는 보여줄 수 있을 것 괜찮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 영화에서 노 메이크업으로 출연한 건가.

“화장기 없는 얼굴이 영화 분위기와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감독님 전작을 보니 워낙 예쁘고 아름답게 찍어주시길래 용기를 냈어요. 정말 로션만 발라도 빛나게 찍어주세요. 하하. 폴란드 촬영분에서 대학 동창 현석(김남희 분)과 재회하는 신에서만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고 외출한다는 느낌을 위해 가볍게 메이크업을 했고요.”

- 여배우로서 화장기 없는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는 점에서 부담감도 있었을 텐데?

“그동안 한 번도 노 메이크업으로 나온 적이 없었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오히려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경험이었죠. 그리고 보정도 하셨겠지만, 화면에 잘 나와서 감사드립니다. 신경 써서 찍어주신 것 같아요.”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스틸 컷./사진=엔케이컨텐츠

- 체중 감량도 했다고.

“남편을 떠나보낸 상황이다 보니 살이 빠진 명지의 모습이 어울릴 것 같았어요. 감독님이 교수님이셔서 방학 때만 영화를 찍을 수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봄 방학과 여름 방학 사이에 5개월간 휴식기가 있었는데, 그 기간에 다이어트를 하면서 계속 유지해야 했어요. 예민하고 힘들었던 시기였는데, 남편이 이해해줘서 고마웠죠.”  

- 남편이자 동료 배우인 류수영 씨가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뛰어난 요리 솜씨를 선보이며 활약 중인데.

“좋은 점도 있는데 고충도 있어요. 제가 체중 조절을 해야 하는 시기에 남편이 한 테스트 음식을 계속 맛봐야 했거든요. 저는 (다이어트로)먹으면 안 되는 사람이었잖아요. 다 먹진 못하고 맛만 봐주는데, 맛있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10번 이상을 맛봐야 해요. 하하. 맛 없을때부터 먹어야하다 보니 나름의 어려움도 있죠. 주변에서 남편이 요리를 잘해서 부럽다고 하면 ‘제육볶음 16번 먹었어’라고 말해요. 하하. 이제는 그 고충을 잘 아는 지인들과 나눠먹어요. 다들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배우 박하선
배우 박하선/사진=엔케이컨텐츠

- 영화 배경이 광주와 폴란드 바르샤바다. 바르샤바에서는 얼마나 머물렀나. 

“당초 6일이 계획이었는데, 촬영 2회차를 줄이셔서 4일 만에 모든 촬영이 끝났어요. 광주 촬영 역시 원래보다 2회 차를 줄이셨고요. 감독님은 빨리 찍으시고 금방 끝내주세요. 한두 테이크에 오케이하시죠. 감독님의 전작을 봤기에 불안함은 전혀 없었어요. 다 미리 생각하신 그림이 있으신 것 같았죠.”

- 극 속 바르샤바 봉기(2차 세계대전 시 나치 치하에서 일어난 유럽 최대 민중봉기)를 추모하는 신이 등장한다. 촬영을 그 시기에 맞춰 한 건가.

“그 기간에 맞춰 촬영 준비를 했어요. 폴란드에선 실제 1년에 하루, 사이렌이 울리면 1분간 국민이 모든 것을 멈추고 묵념을 해요. 마지막 촬영을 완료한 후 그 장면만 따로 찍었어요. 그 시간대에는 모두가 자동차를 멈추고 클락션을 누르며 눈물을 흘려요. 곁에서 울고 있는 폴란드 스태프들 역시 그랬고요. 그 모습을 보니 울컥했죠. 우리도 비슷한 아픔이 있어서 그런지 굉장히 와닿았습니다. 신기하고 좋은 경험이었어요.”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김희정 감독과 배우 박하선./사진=엔케이컨텐츠

- 김희정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감독님은 말씀이 잘 없어요. 칭찬도 잘 안 하시고 오케이만 하세요. 제 연기가 어땠는지 궁금했는데, 나중에 GV(관객과의 대화)에서 잘했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사실 저도 말이 잘 없고 친해지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타입이에요. 그래서 감독님과 친해지고 편했던 부분도 있었죠. 주요 장면들에 있어서 의견이 부딪히면 충분히 얘기를 나눴고, 궁금한 사항은 숙소에서 얘기하면서 풀어나갔어요.”

- 원작과 비교해서 영화에서 좀 더 강조된 부분이 있다면.

“편지에서 이야기로만 존재했던 청춘들이 포진되어 있어요. 참 좋더라고요. 오랜만에 청춘 영화 보는 느낌도 나고.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파릇파릇하고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죠.”

- 두 사연이 다르게 흘러가다가 어느 순간 맞닿는 지점이 나오는데 신선하게 느껴졌다.

“보시는 분들은 그 지점을 새롭게 보세요. 신기했던 반응이었죠. 영화와 원작이 많이 중첩되기도 하고 많이 읽고, 많이 봐서 그런지 제겐 모두가 익숙한 장면이었거든요. 그래서 GV에서 질문을 받고 감독님과 "이 장면이 원작에 없었다고?" 놀랐던 기억도 있어요. 하하.”

- 어떤 영화로 기억되길 바라나.

“오랜만에 보는 따뜻하고 힐링이 되는 영화입니다. 시원하게 울 수 있는 영화죠. 저는 힐링 받고 치유한 느낌이었어요. 오랜만에 따뜻한 영화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인터뷰] 배우 박하선 "연기자에겐 쓸모없는 경험이나 감정은 없다" 

김리선 기자
김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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