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안규찬 칼럼니스트 = 필자에게는 ‘신일룡’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몇 편있다. 초등학교때 동네극장에서 본 <동풍>(1973, 감독 이신명)이라는 영화에서의 액션연기도 잊을 수가 없고, 또 그가 그룹사운드의 보컬로 나왔던 영화 <애인교실>(1973, 감독 고영남)도 있다. 

이 영화에는 당시 젊은이들에게 꽤 인기가 있었던 영사운드라는 그룹사운드가 특별출연했는데, 그 멤버 중의 한 명으로 신일룡이 등장한다. 이 영화에서 신일룡은 패션디자이너로 성공한 연상의 중년여인 윤정희에게 마구 들이대는데, 결국 윤정희는 그에게 마음이 흔들리고 만다. 이 영화에서 신일룡은 영사운드 멤버들과 함께 ‘달무리’라는 노래를 들려주기도 한다.
 
신일룡은 상남자 스타일의 남자배우로 특히 여성팬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1970년대 들어 나이가 든 신성일의 인기가 주춤해지자, 새롭게 등장한 신일룡과 신영일이라는 극과 극의 매력을 지닌 두 명의 남자배우가 부각되면서 청춘스타로 큰 인기를 누렸는데, 이 두 사람은 윤정희, 문희 등 60년대 트로이카 여배우들부터 장미희, 정윤희, 유지인 등 70년대 2대 트로이카 여배우들까지 상대하면서 10년이상 스크린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다. 이들은 1980년대 초반 안성기, 이영하 등의 남자배우들이 등장하면서 스크린에서 서서히 멀어졌는데, 신일룡은 1976년 <아라비아의 열풍>(감독 김수용)을 통해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948년생인 신일룡은 고려대학교 재학시절인 1970년에 <이조괴담>(감독 신상옥)이라는 호러물에 조수현이라는 본명으로 데뷔하면서 신필름 전속배우로 출발했고, 이어 출연한 신영균, 김지미, 윤정희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출연한 대작 군사물 <평양폭격대>(1971, 감독 신상옥)에 주연으로 출연하면서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그러나 이 시기(70년대 초중반) 각 가정에 TV가 보급되면서 한국영화계에 극심한 불황이 시작되는 바람에 그의 출연작 중에 학생과 공무원들의 단체관람이 이어진 반공영화 <증언>(1973, 감독 임권택)을 제외하고는 관객 5만명 이상을 모은 대박 흥행작이 단 한 편도 없다.
 
신일룡은 당시 근육질의 몸짱 배우로도 유명했는데, 그래서인지 그는 골든하베스트사의 초청으로 홍콩으로 진출, <심판자>(1976, 감독 정창화)와 <신당산대형>(1977, 감독 로웨이) 등의 무술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특히 <신당산대형>은 크게 히트하면서 그의 출연작 중에 서울(피카디리극장)과 부산(제일극장)에서 각각 10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한 유일한 작품이다. <신당산대형>에서 신일룡은 무명시절의 성룡과 공연했는데, 이 영화가 히트하면서 성룡은 한국의 영화팬들에게 얼굴을 알리기도 했다.

 신일룡은 1980년대 들어 <불새>(1980, 감독 이경태),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1983, 감독 이두용), <적도의 꽃>(1983, 감독 배창호), <황진이>(1986, 감독 배창호) 등의 문제작들을 남겼지만, 당시 한국영화계에 불어닥친 안성기 돌풍을 이기지 못하고, 조용히 스크린을 떠나고 말았다. 그후 사업가로 가끔 메스컴에 등장하던 그가 어제 74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우리는 1970년대를 대표했던 미남스타 신일룡을 잊지 못할 것이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안규찬

press@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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