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찬 365칼럼] 추억만 남기고 문을 닫는 서울극장
[안규찬 365칼럼] 추억만 남기고 문을 닫는 서울극장
  • 안규찬
  • 승인 2021.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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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희, 2012년 서울극장 대표 곽정환-고은아 부부 대종상 공로상 수상 함께 기뻐하기도
-  ‘첩혈쌍웅',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터미네이터 2' 등 추억의 작품들 상영
서울극장/사진=서울극장 홈페이지<br>
서울극장 

인터뷰365 안규찬 칼럼니스트 = 서울극장은 합동영화사 곽정환 사장이 1978년 가을에 예전 세기극장을 인수하여 재개관했다. 이후 1980-90년대에는 서울극장으로 인해 ‘종로3가의 골든 트라이앵글’이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로 서울극장은 최고의 개봉관으로 각광을 받았다. 

합동영화사는 1964년에 설립되어 당시 신필름과 함께 한국영화계의 황금기를 이끈 전설적인 영화사로 ‘사자성‘(1964), ‘순교자‘(1965), ‘군번없는 용사‘(1966), ‘청춘극장‘(1967), ‘공처가 3대‘(1967), ‘싸리골의 신화‘(1967), ‘며느리‘(1972), ‘쥐띠부인‘(1972), ‘용호대련‘(1974), ‘초분‘(1977), ‘사람의 아들‘(1980) 등 수많은 화제작들을 제작했다.
 
2012년 합동영화사와 서울극장 대표였던 곽정환, 고은아 부부가 대종상 영화발전 공로상을 수상하자, 이 소식을 들은 파리의 윤정희 선생은 필자와 통화하면서 “내가 배우로 출발했던 합동영화사 곽정환 사장과 친구인 고은아가 공로상을 받아서 너무 기쁘다. 전화를 해야겠다”라는 말을 했다. 

또 그후 곽정환 사장이 소천한 후에 고은아 대표가 서울극장을 이끌어가자 “고은아가 참 똑똑하다. 서울극장을 잘 운영하고 있다”며 항상 칭찬을 했다.
 
그리고 몇 년 후 서울극장 1층에는 그동안 합동영화사가 제작했던 영화의 포스터들과 촬영장비 등이 전시된 적이 있었는데, 그야말로 한국영화 역사의 한 페이지가 담겨있는 듯 했다. 

그래서 그 광경을 사진으로 찍어 카톡으로 전송했더니 “한국에 가면 꼭 가봐야겠다. 가서 고은아도 만나 차한잔 해야지...”라고 했다. 그러나 결국 윤정희 선생은 알츠하이머가 악화되면서 서울극장도 가보질 못했는데, 서울극장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들으면 참 섭섭해 할 것이다.
 
서울극장은 1978년 9월 17일에 개봉된 한국영화 ‘마지막 겨울‘(감독 정소영)이 개관프로였다. 이 영화가 12만2459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성공적으로 출발했지만 이후 대박 흥행작이 없었다. 

‘마지막 겨울‘(감독 정소영,1978)

또 1979년에는 ‘토요일 밤의 열기‘(1977), ‘무숙자‘(1973), ‘7인의 독수리‘(1976) 등의 외화들이 리바이벌 상영되면서 그 전의 세기극장처럼 1.5관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1982년에 이변이 일어났다. 

그해 2월 6일에 개봉된 ‘애마부인‘(1982)이 무려 4개월간 장기상영되면서 31만5738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이다. 또 그해 여름 ‘포스트맨은 두 번 벨을 울린다‘(1981)가 4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면서 서울극장은 비로소 개봉관으로써의 기반을 다진다.
 
이후 ‘브레드레스‘(1983), ‘와이프 미스트리스‘(1977) 등을 성공시켰고, 1985년 5월 8일에 개봉된 ‘인디애나 존스‘(1985)가 무려 60여만명의 관객을 모으면서 서울극장은 대한극장, 단성사, 피카디리 등 서울의 A급 개봉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고, 이른바 단성사, 피카디리 등과 함께 종로 3가의 골든 트라이앵글이라 불리우며 관객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한다. 

이후 1989년에는 칸느, 베니스, 아카데미 등 3개관을 갖춘 복합상영관의 서울시네마마타운으로 재개관한다.

‘미스 코뿔소 미스터 코란도‘(1989), ‘메이저 리그‘(1989), ‘첩혈쌍웅‘(1989) 등 세 편이 개관프로였는데, 이중에서 별로 기대를 하지않았던, 그래서 가장 좌석이 작았던 베니스관에서 상영한 ‘첩혈쌍웅‘이 대박 흥행성적을 올려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

이 시기에 직장 초년병이었던 필자는 서울극장에서 본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는 평생 잊지못할 영화로 남아있다.

1991년 여름, 서울극장에서는 ‘터미네이터 2‘(1991), 단성사에서는 ‘나홀로 집에‘(1991), 피카디리극장에서는 ‘장군의 아들 2‘가 상영중이었던 종로 3가는 그야말로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터미네이터 2‘를 당시로써는 거금이었던 7000원 짜리 암표를 사서 본 기억이 난다. 

서울극장은 개인적으로도 이렇게 추억이 많은 극장이다. 그후 수녀가 된 우피 골드버그, 고인이 된 휘트니 휴스턴, 숨쉴 틈을 주지 않았던 키아누 리브스, 아줌마가 된 로빈 윌리암스, 영웅이 된 멜 깁슨,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시인이 된 필립 느와레, 악마가 된 알 파치노, 그리고 연인을 두고 죽어가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만난 곳도 바로 서울극장이었다.
 
2000년대 이후 G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의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이 서울을 비릇하여 전국 각지에 자리를 잡으면서, 1990년대 시대에 발맞춰 복합상영관으로 변신했던 서울극장, 대한극장, 부산극장 등 한국 영화계의 역사라고 할 만한 개봉관들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었고, 어제 서울극장의 운영이 중단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영업종료 공지 중에 “시대를 선도할 변화와 도전을 준비중이다”라는 문구가 그나마 위안을 주지만, 서울극장이 없는 종로3가는 참 쓸쓸할 것 같다.  

안규찬

영화인물사료수집가 겸 칼럼니스트. 2007년 12월 22일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윤정희 40주년 특별전을 개최 주관하기도 했다.

안규찬
안규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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