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찬 365칼럼] 우리는 여배우 강수연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안규찬 365칼럼] 우리는 여배우 강수연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 안규찬
  • 승인 2022.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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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안규찬 칼럼니스트 = 한국영화사에 길이 빛날 여배우 강수연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며칠 전에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후에 불안한 마음을 다잡으며, "괜찮아지겠지"라며 그녀가 무사하기를 기원했는데, 조금 전에 그녀가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쉰여섯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강수연은 이렇게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15년 전인 2007년 겨울, 필자가 영상자료원의 협조를 얻어 '윤정희 데뷔 40주년 특별전' 행사를 개최했을 때, 강수연은 행사장을 찾아와서 "윤정희 선생님의 이런 잔치를 저희가 차려야 하는데... 정말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자리를 끝까지 지켜 주었다. 필자는 그때 강수연이라는 여배우의 인간성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신성일 회고전'이 열릴 때, 당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었던 윤정희 선생이 이 행사에는 꼭 참석해야 한다고 하자, 연주일정으로 동행하지 못하는 백건우 선생이 필자에게 동행을 부탁하면서 윤정희 선생과 함께 해운대로 향했다. 

'회고전의 밤' 즉 전야제가 열리는 밤, 행사장에 윤 선생이 도착하자, 강수연이 바로 뛰어 나오더니 "아 선생님!!!" 하면서 윤 선생 앞에 무릎을 꿇고 인사를 건네는 것이었다. 어려운 발걸음을 한 선배를 맞이하는 그녀의 태도에 다시 한 번 감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강수연은 1966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동명여고를 졸업했다. 초등학교 때 '어깨동무'라는 어린이 월간지에 모델로 나오면서 연예계로 나온 그녀는 영화 '핏줄'(1976)이 그녀의 데뷔작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실제 그 이전에도 영화에 출연했으나 워낙 어렸던지라 데뷔작의 정확한 제목은 강수연 본인도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후 강수연은 '별 삼형제'(1977), '비둘기의 합창'(1978), '슬픔은 이제그만'(1978), '어딘가에 엄마가'(1978), '약속한 여자'(1983) 등의 영화에서 아역배우로 활동하다가 1985년 배창호 감독의 '고래사냥 2'를 통해 성인배우 신고식을 치른다.
 
이어 출연한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1986)를 통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스타의 반열에 오른 그녀는 이후 10여 년간 한국영화계의 정상을 지켰으며, 연기력으로나 스타성으로나 그녀와 대적한 여배우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야말로 충무로의 여왕으로 군림 한 것이다. 

이후에도 '감자'(1987),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1987), '연산군'(1987), '그후로도 오랫동안'(1989),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989) 등의 흥행작들을 남겼다. 1989년에는 또 한번 임권택 감독의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그녀는 세계적으로 연기력을 인정받기에 이른다.
 
1990년대 들어서는 대만영화 '낙산풍'(1991)의 여주인공에 캐스팅되기도 했으며, '경마장 가는 길'(1991), '베를린 리포트'(1991), '그대안의 블루'(1992), '지독한 사랑'(1996),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등 작품성과 상업성을 겸비한 수작들을 남겼는데, 특히 '처녀들의 저녁식사'에서 “내 아랫도리를 왜 국가가 관리하냐구”라는 간통죄에 관해 날린 돌직구 대사는 잊을 수가 없다. 

이렇게 강수연은 1980-90년대 천부적인 연기력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한 전천후 연기자로, 또한 '영원한 여주인공'으로 남은 몇 안되는 배우였기도 하다.
 
강수연의 열성팬인 한예종 이진원 교수는 그녀가 아역 때 출연했던 '비둘기의 합창'을 보면서 그녀에게 매료되었고, 인생의 영화가 되었다고 늘 얘기한다. 이는 강수연이 이미 어린 시절부터 관객을 매료시킬 정도로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강수연은 '문예봉-최은희-김지미-윤정희-장미희-강수연-전도연'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전설적인 여배우 계보를 이은 여배우이기도 하다. 

한국영화가 아카데미영화상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이런 호강을 누리고 있는 영화인들은 한국영화발전에 크게 기여한 강수연이라는 배우를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고 그 시절 그녀의 영화를 보면서 열광했던 우리들은 여배우 강수연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안규찬

영화인물사료수집가 겸 칼럼니스트. 2007년 12월 22일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윤정희 40주년 특별전을 개최 주관하기도 했다.

안규찬
안규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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