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가장 치열했던 추석 영화의 경쟁 (85)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가장 치열했던 추석 영화의 경쟁 (85)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2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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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드라마로 경쟁한 1962년 추석 프로의 극장가
- '벤허' 열풍 타고 추석 시즌 사극물 전성시대
- 중국과 고조선 그리고 신라, 백제를 망라한 시대 변천사 영화들
- 5편의 영화 중 4편을 겹치기 출연한 신영균의 열연
1962년 추석 극장가는 사극물 전성시대였다. 그해 권영순 감독의 영화 '진시황제와 만리장성'
1962년 추석 극장가는 사극물 전성시대였다. 그해 권영순 감독의 영화 '진시황제와 만리장성' 장면컷.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 "명절 추석 극장 무대에 미친개 두 마리만 올려놓아도 손님이 꽉 찬다."

'영화의 메카' 충무로에서는 추석 대목을 앞두고 이런 우스개 말이 한 때 통용됐던 적이 있다.

50년 전 만해도 한국 최대 명절인 음력 설날과 한가위는 영화 제작자나 외국 영화 수입업자들에게 1년 장사를 노리는 골든 타임이었다. 

58년 전 추석이었던 1962년 9월 13일, 그해 추석 시즌 극장가는 사극물 전성기였다. 

1962년 2월 세계적인 화제작 '벤허'가 대한극장에서 70㎜ 대형 화면으로 상영하며 장장 7개월 간 흥행을 휩쓸었다. 그 와중에 6월 10일 화폐 개혁이 단행되면서 600환 하던 관람료는 60원으로 평가절하 되었지만, '벤허'의 인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벤허'의 흥행으로 사극물이 전국을 강타하자 한양대학교 계열 한양영화공사는 재빨리 당시 3000만 원이란 거액을 투입해 '진시황제와 만리장성'을 촬영했다. 최무룡과 신성일을 제외한 당시 A급 스타들을 총동원해 사극 영화의 위용을 과시했다. 시흥에 만리장성 세트를 짓고 촬영하던 중 태풍으로 무너져 다시 설치해 찍는 등 추석 상영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촬영을 진행했다. 

도금봉·허장강 주연의 '대심청전'(1962)

특히 1960년 '과부'로 늦깎이 데뷔 후 1961년 출연작 '연산군'으로 인기를 모은 신영균은 김진규와 최무룡을 제치고 1962년 추석 시즌 개봉작 5편 중에서 4편에 출연했다. 그의 이 같은 불가사의한(?) 겹치기 출연은 기네스북에 올릴 만하다.

도금봉은 평소 연기하고픈 심청 역을 택해 네 번째로 리메이크된 '대심청전'에서 우리 민족 전래의 효녀상을 열연했다. '성춘향'에서 향단 역으로 인기를 모은 도금봉은 신상옥 감독의 '신필름'을 영화 왕국 토대로 구축해준 배우다. 영화 속 심봉사로는 세 번이나 방자역을 맡은 허장강이 출연해 원숙한 연기로 감동을 안겼으며, 최은희가 특별 출연해 우애를 과시했다. 

1962년 추석을 겨냥해 개봉된 (사진 맨 위부터)영화 '화랑도', '인목대비', '칠공주'

1962년 장일호 감독은 '추석 특별 프로'와 '전국 일제 개봉'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영화 '화랑도'를 선보였다. 장 감독은 '자유부인'의 한형모 감독을 '색채 감독'으로 초빙해 신라 화랑(신영균)과 백제 공주(문정숙)의 비련의 러브어페어를 보여줬다.

을지로2가에 있던 을지극장(후에 파라마운트)의 상영일에 맞추기 위해 4편의 겹치기 출연에 여념이 없던 신영균이 가장 열연을 펼친 작품이었으나 흥행에는 실패했다. 더구나 남양주 벌판에서 전개되는 신라군과 백제군의 결투 장면은 엑스트라의 연기 부족으로 엉성한 씬이 됐고, 무더운 여름철이라 얼굴의 화장이 지워지면서 사극 영화의 시대상이 퇴색되기도 했다.

역사물인 사극 영화로 추석 프로 5편이 개봉 극장에 상영된 적은 유례가 없었다. 그중 영화 '대심청전'을 빼놓고 종횡무진 겹치기 출연의 신영균의 인기는 모두 '연산군'의 후광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풋내기 배우였던 신성일은 광풍의 역사극 추석 프로 경쟁이 끝난 11월 9일 인생판도를 바꾼 유현목 감독의 '아낌없이 주련다'로 청춘영화의 아이돌로 각광받는 스타로 군림하게 된다.

신영균은 영화 '인목대비'에서 광해군의 횡포와 국운을 바로잡기 위해 분연히 일어서는 능양군역을 맡았는데, 영화 '7공주'에서도 막내딸 7공주 역의 엄앵란과 함께 간신배와 역도를 물리치는 충신으로 나온다. 

1962년 추석 극장가의 전무후무한(?) 사극 동시 상영은 한국영화 100년사의 진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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