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영화 속 배정자를 연기한 여배우들(73)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영화 속 배정자를 연기한 여배우들(73)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2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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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미의 새로운 연기와 스타일을 일신한 '요화 배정자'
- 윤정희의 절제된 여성상을 발산한 '속 배정자'
-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 서구적 풍모로 연기 개안을 보여준 방성자의 배정자 연기
- 민비와 배정자 그리고 엄상궁의 스토리 '경복궁의 여인들'서 문희 열연
김지미 주연의 '요화 배정자'(사진 왼쪽)과 윤정희 주연의 '속 요화 배정자' 포스터.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 1966년 '요화 배정자'를 김지미가 스크린으로 재현하면서 극장가는 그야말로 들썩거렸다. 그동안 야사로만 전해온 '조선의 마타하리' 다이마 사다코의 전모가 펼쳐지던 순간이었다.

사극 영화의 베테랑 이규웅 감독이 '장희빈'과 '춘향전'으로 성녀와 마녀 역을 오간 김지미의 새로운 연기 광맥을 채취하듯 배정자의 화신을 구현해냈다.

특히 궁중 연회의 일본 옷 기모노는 당시 국내에서 제조하는 의상실이 없어 거금 60만원을 들여 일본에서 주문했을 정도로 열정을 쏟았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요화 배정자'는 흥행 대박을 쳤다. 이 작품은 '산불', '야행', '영자의 전성시대'의 명 제작자 김태수 사장의 창립 기념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배정자는 1870년 태어나 1952년 사망했다. 경남 밀양에서 기생으로 팔렸다가 탈출한 후 양산 통도사에 은신해 불교에 입교한다. 3년간의 수도생활 후 비구니가 된 전력이 있는 그녀는 어두운 젊은 날의 인생유전을 겪었다. 

1971년 태창영화사가 70㎜ '춘향전'에 이어 선보인 '속 배정자'에서는 윤정희가 캐스팅 됐다. 태창영화사는 당시 '무녀도' 배역 사건으로 김지미와 소송과 배우협회 제명 사건에 휘말린(참고무당 '모화'를 둘러싼 1971년 '무녀도'의 배역 사건 (27)) 보상책으로 윤정희를 위로하기 위한 우애의 배려였다. 

이등박문(이토 히로부미)의 수양딸인 배정자(윤정희)는 한 여자로서 일생을 보내는 것을 원했기에 그를 버리고 독립투사(신성일)를 따라 북간도로 가지만 가정생활과는 유리되어 헤어지게 된다. 그 후 신성일은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본군에 쫓겨 서울로 오고 윤정희와 감옥에서 재회한다. 백방으로 구명운동을 했으나 그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새로운 인생역정을 겪는다.

정진우 감독의 1972년 작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 장면 컷, 배정자 역으로 방성자가 열연했다./사진=정종화 제공

'배신', '초우', '하숙생' 등 청춘 영화를 중심으로 연출력을 보인 정진우 감독은 1972년 고종황제 역의 최무룡과 민비 역의 문희 그리고 이등박문 역으로 장동휘를 포진시켜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을 내놓았다. 

무엇보다 충무로에서는 누가 배정자를 맡는가가 화제였다. 트로이카 여배우인 남정임은 결혼한 상황이었고, '분례기'와 '무녀도'의 이미지로 연기파 스타로 승승장구한 윤정희는 요염한 배정자 역에 거부감이 있었다. 태현실과 최지희가 배정자 역으로 꼽혔으나, 정진우 감독은 예상을 뒤엎고 방성자를 기용했다. 

방성자는 대구사범을 나온 엘리트 배우였다. 1960년 최훈 감독의 '애수에 젖은 토요일'로 데뷔해 주로 엄앵란의 대학생 친구로 출연하면서 발랄하고도 육감적인 역으로 인기를 끌었다. 김지미와 윤정희에 없는 섹시한 매력을 지닌 방성자를 정진우 감독이 파격적으로 캐스팅해 새로운 풍모의 배정자 역을 선보였다.      

'단종애사', '정동대감', '요화 장록수' 등 수많은 사극 영화를 내놓은 이규웅 감독은 1966년 '요화 배정자'에 이어 다시금 1971년 '경복궁의 여인들'로 조선 왕조의 쓰러져 가는 국운을 펼쳐 보였다.  

고종황제(최무룡)를 둘러싸고 민비(윤정희)와 엄상궁(홍세미) 그리고 배정자로는 문희가 출연해 궁중의 암투와 일제의 야욕을 복합적으로 전개했다.

중전 민비 역할을 맡은 윤정희는 표독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며 고종 황제의 총애를 받는 상궁들을 처참하게 내쫓는다. 이에 엄상궁(홍세미)이 배정자(문희) 집으로 피신하는 삼각 구도 속에서 고종을 둘러싼 한말 풍운의 암투가 스크린에 담겼다. 이 영화는 역사와 야사를 압축하지 못해 관객의 공감을 얻지는 못했으나 문희의 배정자 열연은 그나마 위안으로 남는다.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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