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무당 '모화'를 둘러싼 1971년 '무녀도'의 배역 사건 (27)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무당 '모화'를 둘러싼 1971년 '무녀도'의 배역 사건 (27)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19.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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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역 파문 일으킨 '무녀도'의 윤정희와 김지미의 법정다툼
-1979년 '신궁'으로 다시 한번 무당역을 맡은 윤정희
-같은 해 '을화'로 '무녀도'의 한을 푼 김지미의 신들린 무당 연기
-'신궁', '을화' 두 작품 모두 촬영한 정일성 카메라 맨의 회심의 역작
윤정희 주연, 최하원 감독의 '무녀도' 포스터/사진=정종화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1971년 김동리 원작 최하원 감독의 '무녀도'의 배우 교체를 놓고 김지미와 윤정희의 불꽃 뛰는 '명예 전쟁'은 한여름의 충무로를 용광로처럼 달아오르게 했다. 

태창영화사는 처음 '분례기'를 끝내고 유현목 감독에 김지미를 주연으로 '무녀도'를 제작하려고 했다. 그러나 당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만들어지는 70㎜ '춘향전'의 제작 관계로 잠시 지연 됐고, '분례기'는 내용이 어둡다며 '대종상' 작품상에 '해당 없음'으로 끝나고 말았다.

태창의 김태수 사장은 심기일전해 '무녀도'로 다시금 대종상에 도전하기 위해 최하원 감독에게 윤정희를 기용해 촬영하게 했다.

그러자 김지미는 스케줄 관계로 '무녀도'를 지연한 적이 없으며 배역 교체에 따른 하자가 없다고 주장하며 '무녀도'를 제작하지 못하게 가처분 신청을 했다. 또 윤정희를 배우 협회에서 제명시켜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하였다.

도대체 '무녀도'가 어떤 영화이며 주인공 '모화'역이 무엇이길래 법정까지 비화되었는지 한번 짚어보기로 하자.

'무녀도'의 모화는 무당이었다. 공교롭게도 윤정희는 8년 후 임권택 감독의 '신궁'에서 왕년이로 나오면서 다시금 무당 역을 해냈다. 윤정희는 장선포 무당의 대를 이어 무당이 된다. 그의 아들 옥수와 결혼하지만 선주인 판수는 늘 왕년이에게 흑심을 품고 있었다.

풍어로 축제 굿이 한창 신명 날 때 가보로 내려오는 신궁인 활로 판수를 쏘며 싸늘한 미소를 짓는 무당 윤정희. 그녀의 무당 역은 일품이었다.

윤정희 주연의 '신궁'(1979), 김지미 주연의 영화 '을화'(1979)/사진=정종화

'무녀도'의 한(?)을 풀기 위함인지 김지미도 1979년 김동리 소설가가 '무녀도'를 개작하여 다시 내놓은 '을화'에서 무당 역을 했다. 김지미는 어느날 '강신무'가 되어 굿당에서 돌아오던 날 성방돌(백일섭)과 눈이 맞아 결혼을 하고 전실 아들 영술을 기림사로 보낸다.

세월은 흘러 을화는 굿이 싫어 마을을 떠나고 이 마을에는 교회가 세워져 예수교 신자가 늘어난다. 그리고 아홉 살 때 기림사로 떠난 영술이(유장현)가 독실한 신자가 되어 돌아온다. 을화는 영술이의 성경을 불태우며 굿을 벌이다가 들고 있던 식칼로 아들 영술이를 죽이고 흘러가는 강으로 목숨을 던진다.

'무녀도'의 배역 파문을 일으킨 후 선후배로서 우정 어린 화해를 하고 각자의 연기세계를 달려온 두 스타가 같은 해 '무당'역으로 영화를 내놓았음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두 작품 모두 촬영을 정일성 카메라맨이 했는데 누가 더 연기를 잘했느냐는 질문에는 "반반이었다"라고 애써 코멘트했다.

'을화'의 김지미와 '신궁'의 윤정희는 한국 영화 100주년에 연기 산맥의 이정표를 세운 연기자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리라.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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