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출처를 밝히지 않은 한국 영화 (71)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출처를 밝히지 않은 한국 영화 (71)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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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1년 '정부'는 에밀 졸라의 '테레즈의 라캥'을 영화화한 '테레즈의 비극'이 원작
- 1954년 국내 개봉된 미국 영화 '백장미의 수기'는 1969년 김응천 감독의 '모르는 여인의 편지'로
- 존 포드 감독의 '아일랜드의 연풍'은 1971년 박노식 남정임 주연의 '용칠이 형님'으로 영화화
- 헤일리 밀스 주연 '헤어졌을때와 만났을때'는 강주희로 바꿔 1980년 '해뜨는 집'으로 개봉
1952년 '서부극의 대명사' 존 포드 감독의 '아일랜드의 연풍'은 (사진 왼쪽)은 1971년 김영걸 감독의 '용칠이 형님'으로 영화화 됐다./사진=정종화 제공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 현재 저작권이 명문화되면서 원작자의 동의나 허락 없이는 영화화를 할 수 없지만, 60년 전만 해도 몰래 무단 표절과 각색으로 영화를 내놓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특히 가까운 일본 작품이나 영화를 우리 것으로 포장하는 경우가 허다했는데, 규제할 수 있는 법적인 장치가 없었다. 어느 누가 1964년 일본 영화 '진흙 속의 청춘'을 각색한 신성일과 엄앵란의 '맨발의 청춘'을 표절 영화라고 돌을 던질 것인가?

에밀 졸라 원작의 '테레즈 라캥'을 1953년 영화화한 '테레즈의 비극'(사진 왼쪽)을 영화화한 백호빈 감독의 '정부' 포스터/사진=정종화 제공

1961년 백호빈 감독의 '정부'는 '목로주점'으로 유명한 '프랑스 자연주의 문학의 거봉' 에밀 졸라 원작의 '테레즈 라캥'을 1953년 영화화한 '테레즈의 비극'에서 따온 것이다.

1962년 '연산군'으로 인기를 얻기 전 신영균이 건장한 트럭 운전수로 출연해 병약한 남편을 둔 문정숙과 불륜에 빠지고, 남편을 기차에서 완전 범죄로(?) 없앤다는 줄거리다.

1948년 존 포테인과 루이 졸단이 출연한 미국영화 'Letter From an Unknown Woman'은 우리나라에서는 1954년 '백장미의 수기'라는 이상 야릇한 타이틀로 선보였다. 이 영화는 당시 전쟁의 포연(砲煙)이 휩쓸고 간 전후의 관객들에게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1954년 국내에 개봉한 미국영화 '백장미의 수기'(사진 왼쪽)와 1969년 이 영화를 우리 실정에 맞게 각색한 김응천 감독의 '모르는 여인의 편지' 포스터./사진=정종화 제공

영화에 매료된 서울대학교 철학과 출신의 김응천 감독과 송장배 시나리오 작가는 1969년 이 영화를 우리 실정에 맞춰 '모르는 여인의 편지'로 내놓았다. 

얼마나 달콤한 영화 타이틀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모르는 여인으로부터 편지가 오면서 각가지 사연이 가을날 낙엽처럼 흩날리는 추억의 편린을 통해 중년 신사(김진규)와 청초한 여대생(문희)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보여줬다. 

1952년 '서부극의 대명사' 존 포드 감독이 고향 아일랜드에서 존 웨인과 모링 오하라를 데리고 올 로케한 '아일랜드의 연풍(the quiet man)'은 목가적인 정취 속에 결혼지참금으로 신부가 될 오빠와 한바탕 소동을 벌이는 기상천외한 에피소드의 영화다. 존 포드 감독에게 4번의 아카데미 감독상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 

평소 이 영화의 매력에 빠져 작가의 꿈을 키웠다는 KBS 대하드라마 박경리 원작 '토지'의 각색자, 김하림 작가가 이 영화를 한국식으로 변형한 작품이 1971년 김영걸 감독의 '용칠이 형님'이다. 서울에서 권투선수(박노식)가 링에서 상대방을 철권으로 난타해 사망에 이르게 되자, 은퇴해 고향 순천으로 내려와 순정파 여인(남정임)과 결혼을 약속하나 오빠(허장강)와 좌충우돌하는 코믹물이다. 박노식을 위한, 박노식의 영화였다.

쌍둥이를 소재로한 할리우드 영화 '헤어졌을 때와 만났을 때'(사진 왼쪽)를 한국식 영화로 선보인 '해 뜨는 집' 장면/사진=정종화 제공 

1961년 제작된 후 1966년 피카디리 극장에서 개봉해 할리우드 배우 헤일리 밀스의 선풍을 일으킨 '헤어졌을 때와 만났을 때'는 쌍둥이를 소재로 기발한 1인 2역을 보여준 하이틴 영화의 최고작이다.

'고교얄개'의 석래명 감독은 윤삼육 작가와 함께 이 영화를 한국식 영화로 둔갑시켜 1980년에 영화화했다. 미국 영화 제목인 'The parent trap', 일본명 '함정에 빠진 파파와 마마'를 한국영화에서는 '해 뜨는 집'으로 지었는데, 마치 새마을 구호같은 제목으로 별반 인기를 못 얻었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미국 영화에서는 소풍을 간 팜스프링에서 자신과 똑같은 모습의 쌍둥이를 만난 헤일리 밀스(1인2역)가 각각 이혼한 아빠와 엄마 집으로 바꿔서 귀가하고 우여곡절 끝에 결합한다는 해피엔딩 스토리다.

한국 영화에선 엄마(태현실)와 살던 영아(강주희 1인2역)가 친구와 미팅을 나갔다가 닮은 정아를 보며 각각 어렸을때 헤어진 쌍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아빠(이대근)와 기발한 양동 작전으로 결합한다는 스토리로, 영화화권이 확립되지 않던 시대의 부산물이 아닐까 한다.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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