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색다른 공간, 색다른 체험...카페 연극 '파티'
[리뷰] 색다른 공간, 색다른 체험...카페 연극 '파티'
  •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승인 201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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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해롤드 핀터의 '생일 파티' 성천모 연출작
-공연 시작 전 30분간 커피와 함께 하는 티타임...객석 사이를 오가며 공간 전체 활용
-'카페 연극' 시도...신선한 발상
연극 '파티' 포스터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지하철 1호선 종로 5가역 6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앞 건물 4층에 종로예술극장이 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4층에 다다르면 여느 카페나 다름없는 작은 공간이 있다. 이곳에서 해롤드 핀터의 '생일 파티'를 성천모가 연출한 '파티'(10월 26일~11월 25일)가 공연되고 있다.

개막은 7시 30분으로 되어 있으나 30분간은 티타임이다. 성 연출이 직접 내려주는 커피 향이 매우 진하다. 테이블 몇 개에 벽 쪽으로 의자를 놓아 최대 30명까지 입장할 수 있다는데 7일 저녁에는 15명이 관극했다.

예전에 명동에 있던 카페 테아트르는 무대가 있었는데 종로예술극장은 무대도, 조명도 없는 것이 특징이다. 차를 만들던 도구들을 치우면 주방 포함해 공간 전체가 공연장이 된다.

2011년 창단된 극단 종로예술극장의 전용 공간인 종로예술극장은 "반극장 운동을 통해 지속적인 예술 행위를 추구하기 위해" 6명의 연극인들이 공동 출자하고 운영하고 있다. 그간 다양한 공연을 했다는데 '파티' 는 고전 시리즈 6이다.

영국 작가 해롤드 핀터(1930~2008)는 부조리극으로 유명한 노벨상 수상 작가다. 국내에선 '귀향', '풍경', '관리인' 등과 함께 자주 공연되는 작품이 '생일 파티'다. 필자도 몇 차례 보았지만 볼 때마다 모호하고 해석이 달라 이해가 잘 안됐다.

이번 성천모 연출의 '파티'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전에 본 작품들이 좀 선정적이고 폭력적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살롱 연극이어서인지 선정적이거나 폭력성은 자제했다. 전체적으로 부조리극 냄새는 나지만 리얼리즘 양식으로 풀어냈다.

신기한 것은 무대가 따로 없는데도 배우들이 객석 사이를 오가며 공간 전체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조명도 전원을 끄고 켜는 것이 전부인데 불만 끄는 것으로 공포 분위기를 살려냈다.

이것은 섬세한 연출의 동선과 배우들의 숙련으로 이루어진 것이기도 하지만 관객의 상상력이 더해진 결과라고 생각된다. 성 연출은 개막 전 관객들에게 이곳은 4층이지만 1층으로 생각하고 문을 나서면 해변이고, 공간 뒤편에 정원이 있고 손님방은 이층에 있다는 암시를 주었다. 필자는 앞만 보는 좌석이어셔 뒤편에서 이뤄지는 배우들의 움직임을 보지 못했지만 연출의 공간 활용이 탁월함을 느낄 수 있었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하숙집에 스탠리라는 사내가 묵고 있는데 어느날 골드버그와 맥켄이라는 두 남자가 찾아와 스탠리의 생일 파티를 열어준다. 그런데 그들의 정체가 모호한데다 파티도 고통과 폭력으로 얼룩진다.

자연히 “왜?”라는 질문이 나오지만 핀터는 이런 일이 왜 벌어지는지 등장인물의 정체가 무엇인지 설명하지 않는다. 단지 유태인인 작가가 나치 치하의 억압과 2차 세계대전 후 인간의 실존 문제와 소통 부재를 그렸을 것으로 유추할 뿐이다.

이 색다른 공연은 후배 고인배 배우의 초청으로 경험했는데 고 배우는 하숙집 주인 역으로 가장 정상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하숙집 안주인 역의 이엘리는 야릇한 배역을 잘 연기했으나 상대역 스탠리와의 앙상블이 약해 상상력을 부추기지는 못했다.

스탠리 역의 홍수영, 골드버그 역 이양호, 맥켄 역 한동안 등이 연습량이 묻어날 만큼의 열연을 펼쳤으나 한동완을 빼고는 연령대의 한계를 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룰루 역 한수민도 좀 더 성숙한 연기를 보였으면 좋았다고 본다.

대학로에 많은 소극장이 있고 연말 앞두고 많은 작품들이 막을 올리고 있지만 새로운 형식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동대문시장 한편의 건물에 카페와 갤러리를 갖춘 종로예술극장이 반극장 운동을 통해 카페 연극을 시도했다는 것은 신선한 발상이자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본다.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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