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과 돌, 거세의 욕망 ‘뫼비우스’
칼과 돌, 거세의 욕망 ‘뫼비우스’
  • 김다인
  • 승인 201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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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치열한 고민을 하는 시간이지 호객을 하는 시간이 아니다”

【인터뷰365 김다인】지난 8월 29일 김기덕 감독의 19번째 필름 ‘뫼비우스’가 언론 시사회를 열었다. 이미 이 영화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두 차례 제한상영가 등급을 판정받았고 국내 상영 여부에 대해 공청회를 여는 등 화제의 중심에 서 있었다. 결국 문제 부분을 3분 가까이 삭제하고 19금 영화로 5일 개봉하게 됐다.
김기덕 감독은 현재 이 영화를 들고 베니스영화제에 가 있다. 국내 시사회가 끝난 후 김기덕 감독은 ‘뫼비우스’에 관해 더 이상의 기자회견은 없을 것이라는 점과 베니스영화제 규정 때문에 베니스 프리미어가 열릴 3일 오후까지는 엠바고를 부탁했다. 이 기사가 지금 실리는 이유다.
개봉에 앞서 미리 본 ‘뫼비우스’는 과연 김기덕 감독 영화의 진행은 어디까지일까에 느낌표(의문부호가 아닌)를 찍게 만든다. 그가 그려내는 세계는 전혀 예측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뫼비우스’ 역시 여느 김기덕 영화처럼 ‘안 보면 몹시 궁금하고 보고나면 왠지 불편한’ 선에 놓여 있다. 아버지, 엄마, 아들을 중심으로 한 인간의 욕망이 거세라는 모티브를 두고 순환적으로 집요하게 표현된다.
필자는 이 영화에서 강렬하고 충격적으로 보여지는 생물학적 거세보다는 살짝 코믹함까지 풍기는 욕망의 표출을 눈여겨봤다. 그 상징은 칼과 돌이다. 자해의 고통을 수반한 쾌락의 수단으로 등장하는 칼과 돌은 각각 남성과 여성의 성적 상징으로도 해석된다. 쾌락과 고통이 자웅동체처럼 동시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에서 ‘뫼비우스’는 김기덕스럽게 터프하다.
시사 후 1시간 동안 진행된 기자간담회는 영화의 본질에 대해서보다는 영화 전반적인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시간상 깊이있는 논쟁까지야 불가능하겠지만, 오랜만에 참석해본 소회로는 조금 아쉬웠다. 이 자리에는 김기덕 감독과 서영주 이은우가 참석했고 드라마 촬영으로 좀 늦게 조재현이 합류했다.


(기자간담회를 시작하면서 김기덕 감독이 먼저 입을 열었다.)
김기덕; 먼저 불구영화를 보여드려 죄송하다. 전체적으로 3분 정도 생채기가 났고 특히 마지막 꿈 장면은 2분이 잘려 나갔다. 영화가 온전히 보여질 수 없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 우리 자화상이다.


2년 연속 베니스영화제에 초청됐다. 감회가 어떤가.
김기덕; 베니스에 5번, 칸에 3번, 베를린에 3번 갔다. 이전 베니스영화제에는 한국영화가 내 작품밖에 없다. 내게는 기회지만 한국영화로서는 별로 행복한 일이 아니다.


세 분 모두 베니스영화제 의상은 준비했나.
서영주, 이은우; 멋진 의상을 준비했다.
김기덕; 지난해 베니스 때 옷 때문에(비싼 옷이라고) 욕을 많이 먹어 한 10년 입으려 한다. 같은 옷을 입을 예정이다.


(좌)뫼비우스’ 국내 시사 후 기자간담회에서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 (우)베니스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영주, 이은우, 김기덕 감독


영화가 상처가 났다고 말했는데 완성도에는 문제가 없나.
김기덕; 기차가 종착역 도달 직전에 고장난 격이다. 잘려진 것이 영화의 심장부분이긴 하지만 그 때문에 전체가 훼손된 것은 아니다.


영화 만들 때 영등위가 제한상영 판정을 내리리라 생각했나. 영등위 쪽에서 ‘영화를 보면 왜 제한상영가인지 알 것이다’라고 했는데 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기덕; 영화 만드는 17년 동안 늘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다행히 차츰 내 맞은편에 있는 사람들을 많이 이해하게 됐다. 그들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그 역할 때문에 이 영화의 가치가 객관화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무삭제판을 국내나 외국에서 볼 수 있나.
김기덕; 해외에서 이 영화를 많이 초청했는데 모두 무삭제판을 원했다. 베니스 버전만 무삭제판으로 하고 다른 곳은 모두 한국판을 상영하는 것이 옳지 않나 싶다. 무삭제판을 보냈을 때 불법 복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목을 ‘뫼비우스’로 한 이유는.
김기덕; 처음부터 ‘뫼비우스’는 아니었다. ‘몽정’ 등 많은 제목이 있었고 수정 중에 ‘뫼비우스’라고 정했다. 추상과 구상이 경계선 없이 허물어지는 지점을 의미하는데 ‘빈집’이 그것을 잘 표현한 바 있다. 가족은 무엇인가, 성욕은 무엇인가, 성기는 무엇인가가 영화의 작의인데, 우린 모두 욕망으로부터 태어났다고 본다. 이건 내 개인적인 고민일 수도 있다. 김기덕 영화는 늘 김기덕으로부터 출발한다.


이쯤에 조재현이 도착해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무게’로 베니스에 가게 된 소감을 묻자 조재현은 “영화제에 가는 건 행복한 일이지만 이번에는 드라마 스케줄 때문에 못 간다”고 밝혔다.


렘브란트 그림 등 영화 속 소품이 가지는 의미가 궁금하다.
김기덕; 이 영화는 내가 카메라를 들고 빨리 찍었기 때문에 거기까지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대부분 미술팀이 대개 알아서 했다. 다만 서랍 속 총을 꺼낼 때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가 보이는 것이라든지 불상, 칼 등은 내가 준비한 것이다. 불상과 칼은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에서 썼던 것인데 10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


(서영주에게)올해 나이가 몇 살인가.
만으로 15세, 고등학교 1학년이다.


영화에서 서영주는 바람 피운 아버지에 대한 복수로 어머니에 의해 거세당하는 아들로 출연한다. 영화 중 실제 노출은 없지만 미성년자가 하기에는 ‘터프’한 연기를 해내고 있다.


이 영화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뭔가
서영주;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할 수 있을까 고심했다. 부모님과 함께 감독님을 만나고 신뢰가 생겼다.
김기덕; 어머니와 함께 셋이서 대본 리딩을 했다. 현장에서 찍을 때는 너무 능숙하게 여배우를 리드해서 두 번 태어난 사람, 한 번 살고 다시 태어난 사람이 아닌가 싶었다.


영화 속 아들을 100퍼센트 이해했나.
서영주; 100퍼센트 이해하지는 못했다. 감독님이 장면을 설명하면서 이해시켜줬다. 어려운 점은 별로 없었다.
김기덕; 아들 역 캐스팅을 고민했다. 19세 배우도 생각했는데 나이차 때문에 어색했다. 그래서 어리면서도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를 찾았다. 실제 촬영현장에서는 아무리 야한 것을 찍어도 야하다고 못 느낀다. 일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이은우 씨가 아름답게 위쪽을 드러내 준 것 외에는 노출이 없다. 효과음이나 분위기, 드라마 연결상 그렇게 보는 것뿐이다. 영화는 치열한 고민을 하는 시간이지 호객을 하는 시간이 아니다.


‘뫼비우스’의 아버지, 아들, 그리고 슈퍼마켓 여자와 어머니.


(조재현에게) 김기덕 감독 영화를 6편이나 했다. 김 감독의 팬인가.
처음 ‘악어’를 할 때는 김기덕 감독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럼 뭘 믿고 김 감독 작품을 했나.
조재현; 그 당시 믿을 사람이 많지 않아서.(웃음) 김기덕 감독과 처음 만났을 때 무명이었지만 시나리오가 좋았고 ‘악어’를 통해 억눌렸던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다. 김기덕 감독과 작업한 지 10년, 얼굴 본 지 8년이다. 최근 1년 동안 본 김 감독이 좋다. 영화 만드는 것, 세상 보는 것도 지금이 좋다. 많이 유해졌다.


이 영화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어땠나.
조재현; 시나리오 받기 전 김 감독으로부터 얘기를 먼저 들었다. 무엇을 얘기하려는지는 알았지만 내가 할 줄은 몰랐다. 아내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비밀문서 주듯 쑥스럽게 시나리오를 건네줬다. 나는 충격적이지 않았으나 완결 후 대중에게 어떻게 보여질지 감독도 나도 긴장했다.


(이은우에게) 1인2역이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했나.
촬영 스케줄이 짧아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게 더 문제였다. 초반에 슈퍼 여자를 찍고 후반에 엄마 역을 찍어 감정적으로는 무리가 없었다.


평범한 얼굴의 배우 이은우는 이 영화에서 가장 집중이 되는 배우다. 영화 초반 아버지의 애인인 슈퍼마켓 여자에서 광기어린 엄마, 그리고 아들의 욕망의 대상에서 다시 엄마로 180도 변하는 이미지를 놀랄 만큼 잘 소화해 내고 있다.


김기덕; 처음에는 엄마 역과 슈퍼 여자 역을 따로 캐스팅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은우 연기를 보니 아버지 애인 역만 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분장팀에게 어머니 메이크업을 시켜 보라고 했다. 메이크업 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우발적으로 한 결정이지만 효과적인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영화에 대사가 없는 이유는 뭔가.
김기덕;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다. 나름의 작은 시도라 할 수 있다. 대사에 집중하는 대신 이미지에 집중하도록 했다.


영화가 유해졌다.
김기덕; 내가 좀 변하긴 했다. 지금도 ‘아리랑’에 나오는 집에 살고 있는데, 더 이상 인생을 살면서 정신적 물리적 쓰레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사람을 미워하는 감정도 쓰레기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유해졌다고 하는데, 이 영화를 자세히 보면 스킨 마스터베이션은 유한 장면이 아니다. 나는 영등위 지적으로 잘라낸 부분보다 스킨 마스베이션이 더 논쟁거리일 거라고 생각했다.


왜 늘 이런 영화를 만드나.
김기덕; 달달한 영화는 만들 줄 모른다. 이 영화 시나리오는 상당히 우발적으로 쓰여졌다. 다른 시나리오의 캐릭터를 어떻게 풀까 고민하다가 나온 것이다. 세상을 돈으로 조종하는 남자가 있는데 성기가 없다, 왜 성기가 없을까를 고심하다가 ‘뫼비우스’를 쓰게 됐다.


(조재현에게) 영화 속 세 가지 타입(욕망, 부성애, 질투)으로 변하는 아버지 중 어느 연기가 가장 힘들었나.
가장 힘들었던 건 쾌락을 느끼기 위해 돌멩이로 피가 날 때까지 문지르는 것이었다. 실제로 돌멩이로 문질러서 피부가 다 까졌는데 느끼지는 못했다.(웃음) 더 까져야 한다는데 거기까지는 못하겠더라.


영화 완성본을 봤나.
조재현; 촬영 때는 김 감독이 직접 촬영을 해서 모니터링을 못했다. 완성된 후에 기분 좋게 봤다. 정리가 안돼서 영화 안될 줄 알았는데 김 감독 머릿속에는 이미 연결이 다 되어있었다. 아 참, 영주는 영화를 봤나?
서영주; 미성년자라서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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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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