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여! 담배를 참아라.
스타여! 담배를 참아라.
  • 신일하
  • 승인 2007.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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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들은 흡연욕구를 어떻게 이길까? / 신일하


[인터뷰365 신일하] 전 세계에 생방송 된 2001년 아카데미식장. “남우주연상에 ‘뷰티플 마인드’의 러셀 크로우”하고 발표되었지만 그의 얼굴이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다. 좌석에 앉아 있는 줄 알았는데 없다니. 어찌 된 일인가. 방송 진행 팀은 혼비백산이 되어 찾았다. 사회자가 임기응변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사이 러셀 크로우가 연단에 뛰어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담배 피우러 시상식장을 벗어난 사이에 빚어진 일이다. 이 사실을 할리우드 참새들이 가만히 놓아 둘리 만무다. ‘중후한 그의 연기력이 배어나게 하는 건 흡연이었나?’하며 입방아를 찌었다. 초조하고 착잡한 심정이거나 긴장될 때 애연가는 흡연의 욕구를 강하게 느낀다고 한다. 러셀 크로우도 그 욕구 충족을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게 가십 거리가 되고 만 것이다.


‘백해무익’으로 치부되는 흡연. 얼마 전 20대 태국 여성이 기내 흡연을 했다가 발각되어 벌금 657달러를 물었다는 외신을 보았다.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는 거리에 꽁초를 버리면 벌금형에 처해지고 일본 길거리는 금연지역도 많다고 한다. 그러니 지구 곳곳에서 애연가들은 살맛나는 세상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도 힘든데 금연 장소와 빌딩이 많아져 마음대로 흡연도 못하다니. 어! 짜증나는 이 세상. 애연가 스타들은 어떨까. 그들은 장거리 해외여행을 자주 하는데. 혹시 기내 흡연의 비법 같은 건 없을지.

그 궁금증을 풀어보려고 미국 등 해외여행을 많이 하는 안방극장 중견 스타 A를 만났다. 그는 해외에 여러 개 의상숍을 가지고 있는데다 미국에 가족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전에는 비즈니스 석에 가 (흡연을) 해결 했어요. 승무원이 내가 누구인 걸 알므로 편의를 봐줬어요. 하지만 2002년 항공기 운항안전법 시행으로 기내 흡연이 금지되고 위반하면 100만원 이하 벌금을 내도록 바뀌어 비즈니스 석도 예외가 통하지 않아요. 인내하는 수밖에 없죠 뭐.”


하지만 비법이 있는 것 같은 눈치인데 뜸 들이며 가르쳐 주지 않았다. 어느 날 방송 외주제작회사 관계자들을 만나러 강남의 카페에 갔는데 A스타가 그들과 함께 술자리를 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취기에 젖어들자 그는 연신 담배를 피웠다. “여기는 흡연석 있는 카페라 다행이구먼. 없으면 우리 같은 애연가들은 안 오겠죠?” “서비스업이니 고객을 생각해야지. 그런데 A스타만의 기내 흡연하는 비법 있다며?” “어! 그걸 또 물어요. 뽀록나면 나 망신당해요” 그날도 입을 열기 힘들 거로 보았는데 조금 있다가 “오늘 계산하실 건가요. 그럼 가르쳐 드릴 게요”하는 거다. “오케이.”했더니 그는 만족한 듯 씨익 웃었다. 어디다 발설하지 않을 거라고 믿으며 털어놓겠다는 표정이었다.


“승무원을 불러 오늘 기장이 누구인지 물어요. 그동안 사귀어 놓은 기장도 많으니까요. 면회 가능하냐고 운을 떼죠. 승무원이 다녀오면 거의 오케이 되는 거예요. 스타라는 내 얼굴 때문에. 하하.” 그의 웃음소리는 게임에서 승자가 쾌감을 맛보고 내는 것처럼 룸에 크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조정실 보조석에 앉아 대화를 나누다 편의를 본다는 것이다. 비법이란 게 겨우 그거야. 꼼수 지. 가르쳐준 걸 아무나 따라 할 수 없어서다. 그러니 비법이 아니라고 우기다 헤어지고 말았다. 무엇보다 검증되지 않은 거라 그의 말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런데 A스타가 거짓말쟁이가 아닌 걸 우연한 자리에서 알았다. 박철수 영화감독은 해외여행이 많은 영화인이다. 새로운 영화제작 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다가서고 새로운 방식으로 한국영화의 미래상을 제시하기 위해 제도권과의 영합을 거부하고 새로운 영화운동을 펼쳐온 박감독은 해외영화제 참석이 많아 누구 보다 장거리 여행을 즐기는 편이다. 애연가인 그는 흡연 욕구를 어떻게 해결하는 걸까. 지난 10월 그가 제작한 영화 ‘301 302’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계약을 맺고 돌아와 저녁을 사는 자리였다. 소주를 마시다 A스타의 기내 흡연 비법을 말해주었더니 “그걸 써먹는 X이 있다구. 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더니. 나만의 비법인 줄 착각하고 살았는데. ”하는 거다.

성균관대학을 졸업한 그의 첫 직장은 대한항공이었다. 서울 소공동 시절의 KAL 초창기 공채에 응모, 입사한 그는 “경영 파트에 있었는데 그만 두고도 입사 기수 모임이 있으면 연락을 해와 참석했었지. 당시 기장들을 알고 있어 승무원에게 물어보거든. 탑승하면 기내 방송으로 기장이 내가 누구라는 걸 가르쳐 주지만.” 수년전 만해도 승선하면 꼭 조종실을 찾았단다. 옛 생각나는 얼굴의 기장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흡연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데다 즐기는 여행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이 많이 흐르며 그가 알고 있었던 기장이 모두 은퇴한데다 환경의 변화로 인해 이제는 써먹을 수 없는 비법이 되고 말았다는 거다.

“우리나라 법원에서 언제 판결이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요즘 승무원도 기내 흡연을 일체 못한데. 기내흡연 승무원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는 거야. 그러니 (항공기)조정사도 금연하는 거로 알아요. 괴롭지만 참는 방법 밖에... 와인 좀 마시고 자는 거야. 하늘 위 올라가보니 거기도 애연가에게 살맛나는 세상은 아니더라구” 박감독의 취중 선문선답 같은 설파(?)를 가끔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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