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대하드라마 의 사령탑 정영철PD
KBS대하드라마 의 사령탑 정영철PD
  • 신일하
  • 승인 2007.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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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드라마의 미다스를 만나다 / 신일하




[인터뷰365 신일하] KBS 스타 프로듀서 1호 정영철 총감독(60). 그는 TV무한경쟁시대에 국제경쟁력을 갖춘 대하 사극을 한류 문화 컨덴츠로 성공시키는데 크게 기여해 지난 2005년 정년퇴임식을 치룬 후 다시 정식 사원으로 입사, ‘금값의 최고 주가 프로듀서’로 방송가 화제 인물이 되었다. 대하 사극에 투자할 총제작비 규모와 예상되는 컨덴츠 가치 등을 마치 자로 재듯 꿰뚫어보는 안목을 지닌 데다 참여하는 작품마다 시청률 대박을 터뜨려 그는 대하드라마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 운다. “우리나라는 드라마 세트장 공화국”, “촬영 세트장은 혈세 먹는 하마”란 비판이 일고 있으나 전국 지자체장들은 “총감독님 한 번 볼 수 없나요”하며 마치 구세주를 찾듯 그를 기다리는 심정이다. 연기자들에게 ‘욕쟁이 PD’로 소문났던 그가 KBS 간판 프로인 대하드라마 프로듀서란 정식 TO의 직책을 가져 방송인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88만원세대’(월급 88만원인 비정규직)가 유행인데 들어보았나요? 외환위기 이후 계속된 경기 침체로 40대 직장인들이 명퇴 걱정해야 하는 시대인데 정년퇴임하고도 계속 직장에 근무하게 된 비결이라도 있다면.

방송국 안이나 현장(촬영장, 스튜디오)에 가보면 나 같은 쉰 세대는 거의 없다시피 하죠. 전부 20-30대라 그들이 얘기하는 걸 주로 듣는 편인데 대학을 졸업하고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부모에게 의지하여 세월을 보내는 ‘이태백’ 같은 청년실업자가 많다는 건 우리 경제의 부끄러운 일면입니다. 운도 따른 것 같았지만 나 자신의 능력을 미리 깨닫고 오래 전부터 철저하게 준비한 게 적중한 것 같다고 생각되는데요.


얼마 전 스타 박진영은 성공담으로 감각적인 패션과 프로의식이 투철한 자신의 이야기를 방송에서 털어놓는 걸 보았는데 성공한 방송인으로 미리 준비해온 걸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성공한 방송인이란 좀 과분한 표현인 것 같고 쉬지 말고 평생 일하고 살라는 운명을 타고나서겠죠 뭐. 88서울 올림픽을 위해 우리 정부가 1980년 컬러 방송을 서둘러 시작했지요. 컬러 방송은 우리 방송사에서 커다란 전환점이었어요. 많은 시행착오를 하면서 방송은 여러 색깔의 드라마를 내놓았고 나도 ‘전우’ ‘논픽션드라마’ ‘두형사’ ‘TV손자병법’ 등 많은 작품을 연출했어요. 그런데 나 자신이 연출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걸 느꼈어요. 탈출구를 찾다 선진국의 방송 제작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배운 게 있어요. 사전을 찾아보면 PD란 프로듀서 또는 방송 프로그램의 연출담당자(program director)라고 해요. 우리방송은 90년대 중반까지 PD의 의미를 구별하지 않았죠. 그런데 선진국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며 프로듀서는 TV프로그램의 기획, 제작을 총괄해 아웃푸트(out-put)에 대핸 모든 책임을 궁극적으로 지는 사람, 디렉터는 연출을 담당하는 사람으로 나누기 시작했죠. 80년대 중반 연수를 위해 NHK를 방문한 적이 있어요. ‘내 마음이여 금빛노을을 타고’(70분 4부작)의 프로듀서 나가노씨와 만나 대화를 하다 놀랐습니다. 유명 프로듀서라 그런지 국장이 그에게 깍듯이 대하는 자세를 보았어요. 프로듀서의 위상을 깨달은 겁니다. 돌아와서 그때부터 준비 작업에 들어갔고 그 대상을 대하드라마로 잡은 거예요. 할리우드에선 영화 프로듀서하면 하나의 작품이 극장에서 관객과 만나기까지의 제작과정 전반에 걸친 총책임자로 이해하는데 그걸 남보다 먼저 학습을 좀 한 거죠.


정 총감독이 프로듀싱해 대박을 터뜨린 드라마가 ‘태조 왕건’인데 오래전부터 자신은 연출이 아닌 프로듀서로 방향으로 나가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알았군요. 마치 ‘왕건’에서 궁예의 관심법을 일찍이 터득한 건 아니었던지?

사실 ‘왕건’을 집필한 이환경 작가와 친분이 두터운 편이죠. 드라마 기획 단계에서 궁예란 인물을 어떻게 이끌고 나갈지 귀띔해주었는데 그 ‘관심법’이 대유행어가 되었어요. 허허. 그런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할 만큼 쌓은 덕은 없습니다.


드라마 ‘태조 왕건’을 프로듀싱하면서 세트장을 문경 새재에 유치하게 된 게 정총감독의 큰 업적 중 하나로 손꼽히는데 지역 정서를 드라마 주제에 접목시키는 탁월한 안목이 뛰어난 것 같아요.

그건 연출을 하며 안 가본 지방이 없을 정도로 다닌 데다 능력 있는 작가, 연출자와 호흡을 맞출 수 있어 가능했죠. 대하 사극에 대한 미술적 시각이나 작품이 지닌 볼륨을 면밀히 분석해 보면 수익성 창출이 머리로 계산됩니다. 쉽게 설명하는 게 어렵네요. 쌓아온 노하우에 의존하는 거죠.


문경의 ‘왕건’ 세트장은 개장 첫해인 2000년 관광객 100만명, 다음해 406만여명, 종영한 2005년에는 100만여명으로 줄었어요. 그런데 지난해 ‘연개소문’ 세트장을 유치하고도 특수 효과를 못 본 것으로 아는데.

제대로 만들어진 사극 세트장은 허구마저 진짜처럼 느낌을 주는 마력을 발휘하죠. 세트장의 현실감과 규모는 사극의 완성도를 가늠하는 지표이자 흥행의 보증수표로 인식되어 왔는데 일부 지자체들의 과열 유치 경쟁으로 퇴색되어 버렸었어요. 세트장을 매개로 장기적 수익을 낼 테마파크 등 문화 컨덴츠를 개발해야 하는데 반짝 특수 효과만 노린 유치가 많아 ‘세트장이 혈세를 먹는 하마다’는 비판을 받았어요. ‘연개소문’은 내가 유치한 게 아니라 뭐라 말할 수는 없으나 이번에 문경시가 ‘대왕세종’의 세트장으로 리모델링하여, 새로운 모습의 관광지로 특수를 누릴 겁니다.



정영철 총감독은 자신이 프로듀싱한 대하드라마가 모두 성공하는 행운을 안았다. ‘태조왕건’에 이어 ‘제국의 아침’ ‘무인시대’ ‘불멸의 이순신’ ‘해신’ ‘서울1945’ ‘대조영’은 그가 프로듀서를 한 드라마다. 그러니 방송가에서 그를 “대하드라마 ‘미다스의 손’ 정영철 총감독”으로 극찬해줘도 손색없는 것이다. 미다스는 ‘탐욕. 과욕’을 ‘미다스의 손’(Midas touch)은 ‘돈 버는 재주’ 라는 뜻을 지닌 숙어로 쓰인다. 요즘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막대한 부를 얻었거나 기업에서 새로운 신화를 창조한 인물을 일컬을 때 ‘미다스의 손’이라 하는데 딱히 그에게 어울리는 표현이 아닐까. 지난 2005년 8월 ‘불멸의 이순신’ 쫑파티에 참석한 정연주사장은 그 자리에서 정영철감독이 정년퇴임하지만 대하드라마 팀에서 일하도록 정식 프로듀서로 인사발령을 내겠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정사장이 그 자리에서 밝힌 건 내가 SBS로 스카우트 된다는 소문을 듣고 그걸 잠재우려는 의도 같았어요. SBS 안국정 사장이 와달라는 요청을 받았거든요. ‘연개소문’의 집필을 맡았던 이환경작가가 어느 날 보자는 거예요. 별관 뒤에서 만났는데 ‘안사장이 불러 갔지. 정감독을 스카우트 해오라는 특명을 받았어. 스카우트 몸값은 엄청 나더구먼’하면서 강요를 하는 겁니다. 이작가와 관계가 남달라 고민을 많이 했어요.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그런데 정사장이 알았는지 그날 떠나지 못하게 쐬기를 박은 겁니다.” 자신이 가지 않는 바람에 SBS는 ‘연개소문’을 자체 제작하지 않고 외주 제작사로 넘겼다고 설명해주면서 “그러한 사연이 있어 문경시에서 ‘연개소문’ 세트장을 유치한다는 얘기를 듣고도 아무런 컨설팅을 해주지 못했다”는 겁니다. 전국에 영화나 드라마 세트장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 ‘드라마 세트장 공화국’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죠. 지역홍보와 수익사업 효과란 두 마리 토끼를 노릴 수 있어 지자체들이 경쟁이나 하듯 예산을 투자하고 있어요. 아마 전국에 대형 세트장이 30여 곳에 이르는 거로 추산되는데 애물단지로 둔갑한 것도 많아요. 세트장 조성 계획 단계를 세울 때 수익과 유지보수, 관리 인력규모 등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계획을 세우고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사업을 실시해야하지만 그런 기본적인 걸 무시해 버려 하자가 발생하는 겁니다.”


실패한 세트장들의 원인과 결함에 관해 정 총감독의 남다른 해석과 설명이 있었으나 여기서는 밝히지 않는다. 자신이 컨설팅 하여 ‘대조영’ 세트장을 유치한 한화리조트는 영상과 오락을 주제로 하는 테마파크로 조성해 놓아 종영 후에도 계속 수요창출을 일궈낼 것으로 내다본 그는 지금도 여기저기 스카우트 제의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어느 영화와 드라마 제작하는 회사로부터 오라는 제의를 받았죠. 그쪽에서 몸값 7억원을 제시하고 1억원을 통장에 송금했더군요. 1년간 통장에 넣어두었다가 얼마 전에 도저히 KBS를 떠날 수 없다며 돌려보냈어요.”



연기자들에게 허물없이 욕설을 퍼부어 ‘욕쟁이’로 유명한 정감독은 전국 사찰의 스님들에게 인기 있는 PD로 소문나 있다. 그의 귀가 마치 부처님 귀와 아주 흡사하기 때문이다. 귀를 보면 스님이 반해버려(?) 사찰 촬영 섭외가 어려우면 “정영철 총감독에게 부탁하면 오케이다”는 우스개 소리를 들을 정도다. 1969년 남산의 중앙방송 시절 입사해 여의도 KBS에서 평생 직장생활을 누려온 정 총감독과 인터뷰 중 찾는 전화가 수시로 왔다.


수억원에 이르는 대하 사극 제작비(주말 사극 ‘대조영’ 미술비는 회당 2.5억-3억으로 100부작이면 연간 250-300억원) 결제하는 날은 긴장된다고 털어놓은 그는 자신의 사인이 없으면 집행되지 않아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며 일어나는 여전히 바쁜 사람 정영철 PD. 2개의 핸드폰을 가지고 다녀야 할 만큼 그는 바쁜 올드 세대의 샐러리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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