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희 아빠’ 권상우, 소리 죽여 울다
‘룩희 아빠’ 권상우, 소리 죽여 울다
  • 이승우
  • 승인 2009.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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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진짜 사랑은 양치질 같다” / 이승우



[인터뷰365 이승우] 구설수. ‘남에게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을 듣게 될 신수’ 라는 뜻의 이 단어는 지난 몇 년 동안 권상우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그가 가진 화려한 인기와 명성만큼이나 드라마나 영화에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 실제 그의 삶에서 벌어졌다.

'~카더라'로 꾸며진 X파일에 누구보다도 강력 대응했던 사실이 잊혀질 즈음 일명 '피바다 공방'이라고 불렸던 사건으로 법원에 출두하는 모습이 9시 뉴스를 탔다. 한류스타로서 탄탄대로를 겪던 시기였다.

데뷔 후 8년간 가장 '핫'한 사건은 가장 개인적이어야 할 결혼을 통해서였다. 손태영 과의 갑작스런 결혼과 5개월만의 득남은 25만 명이었던 팬 카페 회원이 17만 명으로 줄어들 정도로 강력했다.

얼마 전에는 그가 아들과 함께 나누고자 했던 미래를 이야기 하면서 한 말이 "어렸을 때부터 한국이 싫었다"고 와전돼 또다시 상처 입어야 했다. 뭐든지 솔직하고 싶다는 그였기에 겪어야 할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아이러니하게도 권상우가 최근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이하 '슬픔‘)에서 맡은 방송국 PD '케이'는 시한부인생을 살며 마음을 숨긴 채 사랑하는 여자를 다른 남자에게 보내야 하는 캐릭터다.

영화 속에서는 진심을 고백하지 못했지만 인터뷰에서는 어느 때보다 진심을 털어놓겠다는 권상우와 마주앉았다.



영화 홍보 인터뷰 스케줄이 꽤 빡빡하다.

몸이 힘들긴 하지만 오랜만에 하니까 재미있다.


아들 이름을 '룩희'라고 지었다고 들었다. 어떤 뜻인가.

사실 태명이었는데, 느낌이 좋아서 그대로 갔다. 영어로 루키(Rookie:신인, 초심자)라고 들린다. 영문 이름으로도 좋은 것 같다.


얼마 전 '무릎팍 도사'에 나와 계획된 임신이라고 했는데, 태몽도 직접 꾼 건가.

아니다. 장모님이 꾸셨다.


이번 영화 ‘슬픔’은 '말죽거리잔혹사'(2004)의 유하 감독에 이어 시인 출신 감독과 두 번째 작업이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다. 연관성을 생각해보지 않아 몰랐다.


'숙명'(2008)의 김해곤 감독도 작가 출신이었지 않나. 그런 분들은 기성 감독들과 작업방식이 틀릴 것 같다.

감독님들마다 나름의 스타일이 있다. 원태연 감독님은 시인으로 유명했었고, 아무래도 처음 메가폰을 잡으신 거니까.


영화를 보다가 제작사(엠넷미디어)의 소속 배우들이 너무 많이 나와 거슬렸다. 연예계에서 거침없이 얘기하는 편으로 유명한데 그런 사실이 짜증나지는 않았나.

나도 좀 짜증나긴 했다.(웃음) 하지만 남규리씨는 진짜 잘하더라. 그런 시스템이 거슬리더라도 미는 배우가 잘하면 아무 말 안 한다. 규리도 잘했고. 다른 분들도 기본 이상은 했다.


'슬픔'은 짧은 제작 기간으로 유명했다. 40일간 찍느라고 정신없었을 것 같은데.

그것 때문에 기자들이 대부분 너무 기대를 안하고 왔다가 보고난 후 재밌다는 반응이 많다. 음반제작자로 유명한 김광수 대표가 만든 영화에 시인이 연출하고, 촬영시간도 짧고, 제목도 좀 그래서 기대도 안 했다고 하더라. 우신 분들도 많다. 막판에 반전이 진부하지 않고, 감동이었다고. 일단은 기대를 너무 안하고 봐서 그런지 만족도가 높다. 사실 기술시사 봤을 때 나도 울 뻔했다. 시나리오 보고 출연 결정하고, 중간에 원작을 구해 읽어봤을 정도니까. 책도 무척 잘 읽히지만 영화가 더 잘 만들어진 것 같다.


출연 배경이 궁금하다. 많이 알려졌다시피, 결혼 후 첫 작품이어서 신중하게 골랐다는 모범 대답 말고.

물론 이 작품이 말도 안 되는 비현실적이긴 이야기긴 하다. 하지만 신파 느낌이 아니었고, 감정을 숨기고 간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사실 소리 내어 우는 건 창피하고 그렇지 않나. 그런 흔한 신파가 아니라는 것, 시인 원태연에 대한 향수를 가진 사람들이 30대 초반에서 후반까지인데, 나 역시 그랬다는 점이 많이 작용한 것 같다. 물론 20대도 아는 시인이고, 영화 성격상 10대들도 볼 수 있는 영화라 잘만 찍으면 관객 폭이 넓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멜로가 하고 싶었다. 슬픈 연기를 제대로 하고 싶었는데, 그때 이 영화가 나한테 온 거다. 100% 울어야지 슬픈 건 아닌데, 극중 그런(대놓고 울리지 않는) 장치들이 좋았다.


'슬픔'이 순애보적인 남자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영화를 보면 성숙한 여자의 희생적인 사랑을 다룬 것 같다.

분명 이제까지 알고 있는 멜로의 툴과는 다를 것이다. 그래서 더욱 그 부분을 관객들의 판단으로 남기고 싶다.



언론에는 개런티 전액을 투자했다고 나왔다. 투자결실을 맺을 것 같나.

솔직히 개런티 많이 안 받고 찍었다. 그 일부를 투자한 건데, 이제 돈 벌고 안 벌고는 중요하지 않다. 이 영화가 성공해야 하는 이유는 결혼 후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나는 '처음'이란 것에 강박관념이 있는 편이다. 우리나라 언론이 또 얼마나 그런 부분에 예민한가. 결혼 후 첫 작품이 망하면 '권상우, 인기 떨어지나'그런 식의 기사 나올 것 뻔하고.


여태껏 아쉽지 않을 만큼 벌지 않았나. 또 언론의 시선에 좌우 되는 성격도 아니고.

그런 말이 나오니까 좀더 열심히 잘 하고 싶고, 더욱 잘 되고 싶은 거다. 큰 성공이 아니더라도 '음, 그래 권상우 이 정도면 잘했군'이란 평가를 듣고 싶다.


극중 케이는 순애보의 극치로 나온다. 배우로서 보는 케이와 남자로 보는 케이는 어떤가. 여자형제 없이 자라서 그런 아기자기한 사랑 법이 어색했을 것 같은데.

믿을지 모르겠지만 모두 공감됐다. 그 입장이나 성격들이. 나 역시 극중 케이스러운 부분이 많다. 학교 다닐 때 미술학도였는데 운동도 꽤 잘하는 편이였다. 예술적인 감정과 남성적인 면, 이런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대학 가려고 실기 보러 갔더니 사람들이 미술실기가 아닌 사회체육과 실기 치러 온 줄 알았을 정도니까. 감정도 그런 것 같다. 나에겐 분명 '말죽거리 잔혹사'의 현수 같은 와일드한 면도 '슬픔‘의 케이 같은 감성도 있다. 대중들은 그런 면을 못 보지만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모두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대중이 권상우에 대해 가장 오해하는 게 뭔가.

내가 이미지 관리 잘하고 내 실제를 안보여주면 일반 배우들처럼 똑같을 거다. 하지만 대중들이 알고 싶은 건 권상우 아닌가. 그래서 나를 최대한 숨김없이 보여주려 한다. 여러 가지 오해들이 쌓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일례로 영화 '내 사랑 내 곁에'를 안 하게 된 이유도 그쪽 입장만 강조해서 먼저 보도 자료 내버리니깐 내가 나쁜 놈 돼버리는것처럼. 그렇게 된 전후 과정이나 진실은 묻혀지고 그냥 스타 권상우만 비춰질 뿐이다. 하지만 난 욕을 먹을지언정 소신 있게 행동한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 나에게 떳떳하도록.


영화 속에서 목폴라로 입을 가리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본인의 설정인가.

평소에 내가 그렇게 하고 다닌다. 알고 보니 감독님도 그게 습관이라더라. 그냥 그게 가장 케이 같아서 영화 속에서도 똑같이 했더니, 감독님도 좋아하셨다.


말을 들어보면 평소에 무척 애교스러운 것 같다. 이벤트하는 거 좋아하는 것 같고.

감정을 잘 표현하는 편이다. 사랑은 표현을 해야 한다. 이벤트를 잘 하진 못한다. 하지만 집에 들어가서 아내가 자고 있으면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깨워서 "사랑해"라고 꼭 말하고 잔다.


손태영씨가 예쁘긴 예쁘지 않나.

그렇긴 하다. 하하. 손태영씨가 무뚝뚝한 편이다. 내가 의외로 애교 많고.


하지만 성격과 달리 그동안 연기했던 캐릭터들('청춘만화','숙명','말죽거리잔혹사')이 여자한테 사랑하는 마음을 숨기고 다가가지 못하는 공통점이 있다.

(캐릭터로서는) 그게 매력인 것 같다. 말 못하고 망설이고. 우리나라는 그래도 여자가 안아주고 싶은 남자가 좀더 매력적인 것 같다.



연예계 대표 몸짱에 꽃미남으로 군림해왔는데, 요즘 떠오르는 후배들을 보고 있으면 솔직히 어떤 느낌인가.

모르겠다. 나랑은 다른 영역인 것 같다. 난 원래 꽃미남과도 아니었다. 잘생긴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데. 사실 내가 잘 생긴 얼굴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준수하게 생겼고, 깨끗한 느낌이지. 그리고 나 혀 굉장히 길다. 안 짧다. 하하.


얼마 전에 '최고의 유부남'으로 선정된 거 아나? 결혼 발표 후 팬이 됐다는 사람도 있다.

어린 친구들보다는 결혼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나 성숙한 여자분들이 많이 격려해주신다. 하지만 이런 식의 스타 구분은 솔직히 별로다. 난 똑같은데 그렇게 분류되는 게 싫다. 원하지도 않고. 내가 유부남이라고 꼭 유부남 역할만 하는 건 아니고, 언제 또 교복 입을지 모르는 아닌가. 이 영화에서도 입었지만.


손태영과의 결혼 후 이제는 '한국의 브렌젤리나'로 살겠다고 한 인터뷰를 봤는데, 그렇다면 앞으로 부부끼리 한 영화에 출연할 계획도 있는 건가.

'무릎팍 도사'에 나가서 결혼하고 CF다 끊겼다고 했더니, 직접 연락 온 광고가 있었다. 손태영씨랑 애기랑 같이 나오라고. '그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했다.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특히 한 영화에 같이 나오면 사람들이 욕할 것 같다.


그런 거 신경 안 쓰지 않는 편이라더니…

근데…(잠시 생각하더니) 그건 안 되는 것 같다. 일단 감정 몰입이 안될 것 같다. 일단 아직은 아이가 태어난 지 한 달밖에 안됐다. 내가 그렇게 말한 건 앞으로 숨지 않고 모든 걸 오픈 할 거라는 얘기다. 앞으로 내 아들을 유치원 데려다 주는데, 숨길 필요는 없지 않나. 앞으로 당당히 나갈 거다.


개인적으로 멜로가 맞는 것 같나.

이전 소속사 사장이 영화를 보고 난 뒤 "넌 멜로가 어울린다"고 전화로 말씀해주셨다. 그 전화 받고 기분이 정말 좋았다.


'숙명' 속 거친 이미지도 나름대로 좋았다.

나도 그 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촬영했고, 캐릭터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흥행이 잘 안돼서…..


이제 흥행에 많이 신경 쓰는 단계인가? '슬픔'은 BP(손익분기점)이 50만이라고 들었다.

당연하다. 흥행에 신경 많이 쓴다. 홍보비가 늘어서 BP가 70만으로 늘었다. 그 정도는 할 것 같다. 하지만 그게 쪽팔린 거다. 내 입장에서는. 이제는 BP를 넘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권상우가 하니까 150만도 약간 망한 느낌이라 200만은 돼줘야 하는 거다. 그래서 감히, 이 영화의 목표는 200만 관객이다.



눈물을 진짜처럼 흘려서 놀랐다.

남자배우건 여자배우건 눈물 흘리는 신에서 안약 넣는 거 보면 '저건 좀 아닌데'라고 생각한다. 연기를 오래하면 트릭은 있겠지만 그것보다 관객들에게 보여질 때 그 배우가 전달하는 감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가짜로 보여주는 게 가장 싫다. 그것도 관객들에게만큼은.


배우가 안됐으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나.

미술선생이거나 아니면 자유로운 직업을 가졌을 것 같다. 분명 얽매이지 않는 일을 하고 있을 거다. 지금도 그림을 그리냐고? 집에서는 안 그린다. 나중에 은퇴 후로 계획되어 있다.


벌써 은퇴계획까지 세워놓은 건가.

그림은 언젠가는 하고 싶은 일이다. 더 공부하고 싶기도 하고.


학창 시절이 궁금하다. 인기 많았을 것 같은데.

농구 잘하는 걸로 대전에서 유명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어리석었던 게 전혀 여자한테 관심이 없었다. 하하. 고등학교 때부터 군 제대 할 때까지 짝사랑했던 누나만 생각하고 제대로 놀아 본 적이 없다. 나이트나 커피숍은 절대 가면 안 되는 곳으로 알았고. 그래서 중고등학교 때 제대로 못 놀아본 게 후회된다. 초등학교 때야 뭐 쌈질 좀 하고 그랬지만 그 뒤로는 아주 평범하고 조용하게 지냈다.


'슬픔'은 배경이 방송국이다. PD들한테 인사하러 다니는 장면이나 유명해지기 위해 오고 가는 로비들 같은 것들도 나오던데. 신인일 때 생각도 나겠다.

확실한 건 나 때문에 뒷돈 쓴 사람은 없었다는 거다. 그럴 돈도 없었고. 내가 신인일 때도 누구한테 인사하러 가면 '저 좀 시켜주세요' 라거나 굽실거리는 걸 못했다. 만나서 얘기하다가도 너무 거만한 것 같으면, 그냥 나오고 그랬다. 아쉬운 소리 안했다.


이제 인기는 얻을 만큼 얻었고, 작품 위주로 가고 싶은 것 같다.

작품도 좋고 흥행도 맞물려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 사실 흥행을 떠나서는 상상할 수 없다. 내가 상업배우인데 어떻게 그러겠나.


상 욕심도 있겠지.

받고 싶다. 솔직히. 상은 신인상 인기상만 받아봤다. 그런데 발음 나빠서 주겠나? 하하하. 사실 '권상우는 스타배우' 라는 편견이 있으니까. 남우주연상 받으면 좋겠지만 인기상이 더 좋다. 인기 많으니까 주는 거지. 없으면 주겠나.



사랑을 화두로 한 영화에 출연한 만큼, 당신이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가 뭔지 궁금하다.

영화 속에서도 나오지만 진짜 사랑은 양치질 같다. 남들 보라고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양치도 나 좋으려고 하는 거지 남들 위해 하는 거 아니니까. 사랑도 그런 것 같다. 여자한테 빌붙어 먹으려는 사람도 있고, 결혼도 좋은 집안 따지고 별 사람 다 있지만 난 그런 거 못하겠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한테는 내가 해줘야 속이 편하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잠도 안 오고 한없이 줄 수 있는 감정이 사랑 아닌가.

마찬가지로 영화적으로도 사랑을 거창하고 어렵게 표현할 필요가 뭐가 있겠나. 그런 면에서 '슬픔'은 유치하고 닭살스럽지만 사랑의 복선 없이 단순하게 전달한다. 이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조금이라도 훌쩍거릴 수 있다면 난 성공했다고 본다. 고백하자면 어느 배우도 자기 연기 보고 울기는 쉽지 않은데 이번엔 눈물 나더라. 그거 보이기 싫어 언론시사 때도 일부러 뒤에 앉았다. 아까는 안 울었다고 했다고? 사실…소리 죽여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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