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을 평정한 토종 한우의 ‘명연기’
'식객'을 평정한 토종 한우의 ‘명연기’
  • 김희준
  • 승인 2008.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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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 대접을 받은 소의 뒷모습은 다르다 / 김희준



[인터뷰365 김희준] 소 연기(?)가 뛰어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온 나라가 뒤숭숭한 가운데 드라마 <식객>에서 소의 연기가 시선을 빼앗았다.

월화드라마 <식객>의 어제 방영분에는 한우를 고르는 과정이 방영됐다. 운암정 식구와 성찬, 편수 측이 각각 편을 먹고 최고 한우를 가장 빠르게 잘 정형하는 시합에서 맞부딪히게 될 모양인데, 그 전과정으로 가장 좋은 한우를 고르는 경쟁이 있었다.

운암정 측이 좋은 소를 선점하고 성찬 측은 소년이 동생처럼 아끼는 소를 1박2일의 설득 끝에 사게 된다.

운암정 측과 성찬 측은 소를 다루는 방법에서 차이가 난다.

운암정 측은 소를 거칠게 다루고 고속도로를 이용해 시속 1백킬로로 달려간다. 그 과정에서 고속도로의 소음에 놀란 소가 어쩔 줄 모르고 공황상태에 빠지며 무릎을 꺾는다.

반면 성찬 측은 소년의 꽃목걸이 환송을 받은 소를 편수의 고집대로 국도를 이용해 천천히 이동시킨다. 운암정 측 소보다 훨씬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도축장에 들어설 때 운암정 소를 비롯한 다른 소들은 억지로 끌려가는 데 비해 성찬 측의 소는 마지막 하직인사를 하듯 천천히 도축장의 좁은 통로를 스스로 빠져 나간다. 짧은 통로를 걷다가 소는 잠시 멈춰 선다. 그러더니 마치 작심한 듯 왼쪽으로 꺾어져 사라진다.

소를 찍은 대부분의 장면은 카메라의 앵글과 편집, 다시 말하면 찍는 사람의 의도가 깊게 개입돼 연출된 장면일 뿐 실제 소가 연기를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도축장 통로를 걸어들어가는 소의 뒷모습은 실제로 소가 죽음으로 가는 길임을 알고 망설이다 마지막 걸음을 떼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자니 극중 성찬처럼 필자도 미안해졌다.

소는 자신이 죽을 때를 안단다. 그리고 눈물도 흘린단다.

살아있는 소에 기계를 갖다대고 모니터를 보며 “이 소는 마블링이 좋다”라고 말하는 인간에 대해 소는 어떤 생각을 할까. 작금의 광우병 사태는 변형된 사료를 먹여 몹쓸 병에 걸리게 한 인간들에 대한 소의 복수에 다름아닐 것이다.



소는 평생 사람을 위해 일만 하다가 죽어서도 사람의 음식이 되어주는, 농경을 주로 하는 우리 민족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동물이었다. 광우병 논란으로 소가 무릎이 꺾어지거나 입에서 거품을 내뱉고 쓰러지는 자료화면을 수십 차례 반복해서 보는 동안, 소가 우리 민족의 소중한 ‘식구’였다는 사실을 잠시 잊었다.

이제 <식객> 다음 주 방영분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도축된 운암정의 소는 최상급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달라진 육질로 복수를 할 것이다. 반면 인간적인 대접을 받은 성찬의 소는 그에 상응한 보답을 할 것이다.

얼마 전 정부 관료들은 미국산 쇠고기가 아무 문제가 없다며 공개 시식을 했고 낙향한 전대통령은 한우 농가를 살리겠다고 한우 고기 시식을 했다. 영화 <강철중>의 형사 강철중도 영화 속에서 1인분에 5만원이 넘는다는 한우 고기를 구워 먹었다.

미국산 쇠고기는 걱정되고, 한우 고기는 비싸서 못먹는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다음주 <식객>에서 편수가 정형하고 성찬이 요리한 ‘인간적인 한우 고기’를 눈으로나마 시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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