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호의 별들의 고향] “진우야, 권택이가 왔다. 진우야, 권택이가 왔어…”
[김두호의 별들의 고향] “진우야, 권택이가 왔다. 진우야, 권택이가 왔어…”
  • 김두호 기자
  • 승인 2026.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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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 직전 정진우 감독 병상 찾은 임권택 감독의 절규
 필자와 대화 중인 정진우 영화감독. 정 감독과 필자는 40년이 넘는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필자와 대화 중인 생전의 정진우 영화감독. 정 감독과 필자는 50여 년 인연을 이어왔다./사진=인터뷰365DB

인터뷰365 김두호 기자(/인터뷰어) = ‘영원한 영화인’으로 불리던 영화감독 정진우가 굴곡 많은 영화 인생의 막을 내리고 떠난 것은 8일 밤이었다. 임종 직전, 병상에 누운 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본 기자의 심경은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했다.

새파란 20대 무렵 같은 시기에 영화계에 입문해 70여 년을 친구로 함께 살아온 임권택 감독은 정진우 감독의 마지막 면회자였다. 임 감독 역시 건강이 여의치 않아 부인 채령 여사를 동반해 외출을 이어온 지도 오래된 상황이었다. 반쯤 눈을 뜬 채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말을 잃은 정 감독의 얼굴 가까이 다가선 임 감독의 목소리는 가늘고 힘에 부쳤지만, 또박또박 병실에 울려 퍼졌다.

“진우야, 권택이가 왔어. 진우야, 권택이가 왔어…”

같은 말을 열 번 넘게 쉬지 않고 되뇌는 그의 목소리는 눈물에 젖은 절규처럼 가슴을 파고들었다. 병상을 떠나며 임 감독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더욱 애틋했다.

“진우야, 너보다 내가 먼저 갈 줄 알았는데…. 네가 먼저 가면 편히 쉬고 있어. 나도 곧 갈 테니….”

정진우 영화감독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 위독 소식을 듣고 병상을 찾은 임권택 감독. 

정진우 감독은 임 감독이 병원을 떠난 지 40여 분 뒤,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눈을 감았다.

감독이자 제작자인 정진우 영화인과 기자의 인연은 50여 년에 걸친 직업적·인간적 교분으로 이어져 왔다. 불같은 성격에, 잘못됐다고 판단한 일에는 상대를 가리지 않고 거친 언사와 감정을 드러내 오해를 사기도 했던 그였다. 정치적 구설에 휘말려 고통을 겪은 적도 있었고, 인생은 늘 열혈 그 자체였다. 그러나 기자에게 그는 때때로 감춰진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정감을 드러내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더 정이 갔다.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며, 만나면 늘 반가운 관계로 오랜 세월을 이어왔다.

정 감독이 세상을 떠난 8일은 일요일이었다. 휴일 저녁, 동대문시장 골목 식당에서 오랜만에 가족과 외식을 하던 중, 그의 부인 한현숙 여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감독님이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것 같다”는 말이었다. 한동안 소식이 뜸하던 차에 들려온 위독 소식에 곧바로 입원 중이던 서울 압구정동의 요양병원으로 향했다.

정 감독은 두 달 전, 반려견의 목줄을 잡고 자택 계단을 내려오다 넘어지며 심각한 골절상을 입었다. 순천향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입원 기간 제한으로 압구정동 자택 인근 요양병원으로 옮겨 마지막 며칠을 보냈고, 그렇게 하늘로 가는 길에 올랐다.

인터뷰365를 통해 그의 생전 인터뷰로 삶을 재조명한 바 있지만, 정진우는 오롯이 자신의 인생을 영화에 바친 사람이었다. 연출가로서, 그리고 영화사 우진필름을 이끈 제작자로서 그는 한국 영화 중흥기에 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그의 이름은 이제 작품과 기억 속에서, ‘영원한 영화인’으로 남을 것이다.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88서울올림픽 공식영화제작전문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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