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권오룡 광명지회장의 ‘서독산 기적’
인터뷰365 신향식 칼럼니스트(/자연치유사) = 사람의 뇌는 정원 같다. 돌보지 않으면 잡초가 무성해지고, 기억이라는 꽃은 시든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물을 주고 햇빛을 쬐이면, 다시 피어난다. 마치 기적처럼. 그 정원을 다시 살리는 방법 중 하나가 있다면, 아마도 맨발로 걷는 일일 것이다.
“에이, 맨발로 걷는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사람들은 그렇게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경기도 광명시 서독산 숲길을 한 번이라도 걸어본 이들은 말한다. 맨발로 흙을 밟는 순간, 몸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언어로 자연과 대화하기 시작한다고.
서독산에는 신발을 벗고 흙길을 걷는 사람들 모임이 있다. 이들은 특별한 사람들이다. 누구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고, 누구는 치매로 기억이 흐릿하다. 가족들은 지쳤지만, 함께 걷는다. 물론 건강한 사람들도 함께 어울려 걷는다. 이 모임을 만든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의 권오룡 경기도 광명지회장('맨발걷기 바로하기' 저자)은 이렇게 말했다.
토요일 오후 서독산서 맨발걷기 모임 열려
“저도 예전엔 몰랐습니다. 어머니가 치매로 힘들어하실 때, 좋은 병원, 좋은 음식만 찾았죠. 하지만 너무 늦게 깨달았어요. 어머니에게 정말 필요했던 건, 그저 맨발로 함께 걷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의 고백 속엔 우리 모두의 후회가 숨어 있다. “다음에는 더 잘하겠습니다”라는 말. 하지만 삶은 ‘다음’이 없는 단막극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맨발걷기일까? 흙을 밟는다고, 정말 기억이 돌아오는가? 놀랍게도, 그렇다. 과학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맨발로 흙을 밟는 순간, 우리는 지구라는 거대한 배터리와 직접 연결된다. 전선도, 충전기도 필요 없다. 단지 발바닥만으로. 이걸 ‘어싱’ 또는 ‘그라운딩’이라 부른다.
우리 몸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전기가 흐른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 전기가 엉키고, 전자기파와 정전기에 둘러싸인 현대인은 마치 오작동하는 스마트폰처럼 멈칫거린다. 하지만 흙을 밟는 순간, 몸은 마치 재부팅 되듯 안정된다. 뇌에 혈류가 돌고, 전기 흐름이 정리되며, 과잉 흥분 상태의 신경이 차분해진다.
흙을 밟는 순간 지친 몸이 재부팅
이게 전부가 아니다. 맨발걷기는 발바닥이라는 감각 센서를 자극한다. 발바닥에는 무려 7천 개 이상의 신경 말단이 있다. 이 신호는 곧장 뇌로 전달되어, 마치 꺼졌던 전구에 불이 들어오듯 뇌가 반응한다.
맨발걷기로 기대할 수 있는 이야기 하나.
서독산 숲길을 몇 주 함께 걸은 한 치매 초기 어르신은, 멈췄던 책 읽기를 다시 시작했다. 아들과 함께 쓴 일기장을 들고 와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적었다. 파킨슨병으로 말이 없던 한 어르신은 맨발로 걷다가 갑자기 애국가 1절을 부르며 흙길을 걸었다. 가족들은 울었고, 그는 웃었다. 요양원에서는 접지 베개 하나만으로 어르신이 간병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처음으로 건넸다. 그 말 한마디에 며느리는 엉엉 울었다고 한다.
치매는 무섭다. 사랑했던 사람의 이름이 지워지고, 오늘이 내일이 되고, 아들은 낯선 남자고, 거울 속 나는 타인이 된다. 하지만 그 모든 상실 앞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걷는 선택을 할 수 있다.
맨발걷기는 약이 아니다. 하지만 약보다 더 깊은 곳에 닿을 수 있다. 자연은 늘 거기 있었고, 우리는 잊고 있었을 뿐이다.
기억이 희미해지면 맨발로 걸어라
권 지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맨발걷기로 치매를 완치할 수 있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고통을 함께 걸어줄 수는 있습니다. 그 길이 기적의 길이 될지는, 각자의 발끝이 가장 잘 압니다.”
신발은 벗는 순간 불안하지만, 걷는 순간 자유가 된다. 흙은 어제도 거기 있었고, 오늘도 거기 있다. 내일도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만약, 가족이나 친구, 혹은 자신의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다면 한 번만 신발을 벗어보자.
경기도 광명시 서독산 맨발걷기 숲길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권오룡 지회장이 맨발걷기를 지도해 준다. 참가비는 없다. 준비물도 없다. 단지, 걷고자 하는 마음 한 발짝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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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향식
신문기자 출신 글쓰기교육 전문가이자 대한민국 1호 생애기록치유사다. 한 사람의 생애를 기록하여 삶의 의미를 회복하고 내면을 치유하는 새 영역을 개척했다. 조선미디어그룹 스포츠조선과 경향미디어그룹 굿데이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이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등에 교육, 글쓰기, 자연치유를 주제로 글을 발표했다. 연세대에서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취득하며 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그 논문이 서울대 1학년 기초필수 교재에 모범예문으로 수록된 것을 계기로 대학과 전국 주요 고교에서 학술적 글쓰기 초빙강사로 활동했다. 또, 하버드대, MIT, 베를린공대, 함부르크대 등 해외 대학의 글쓰기교육 현장을 취재하며 글쓰기 교육 방법론을 연구했다. 국제 바칼로레아(IB)가 한국에 본격 도입되기 이전부터 그 교육적 가치에 주목해 선구적으로 취재했다. 대치동에서 신문기자 출신 강사진으로 구성한 논술학원을 17년간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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