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열 우주화가의 시·그림 우주여행](92) 시가 된 우주
[하정열 우주화가의 시·그림 우주여행](92) 시가 된 우주
  • 하정열 칼럼니스트
  • 승인 2025.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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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창조 2020-8, 162x130cm, 한지에 먹과 유채
우주창조 2020-8, 162x130㎝, 한지에 먹과 유채 ⓒ하정열(Cosmos Painter Ha, Jung-Yul) 

인터뷰365 하정열 칼럼니스트 = 나는 어렸을 때부터 시를 써왔다. 시로 처음 수상한 것은 중학교 1학년 백일장으로 기억된다. 그때 부모님의 은혜를 생각하며 지은 시로 상을 받았으니, 벌써 60여 년이 시와 함께 흘러갔다.  

군대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하늘과 자연을 벗 삼은 나날을 보냈다. 살아있다는 것에 대하여 늘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자연의 사시사철 변화하는 아름다움에 반하여 이를 시로 표현해보았다. 특히 별이 총총 빛나는 밤에 야간 근무를 서거나 순찰을 할 때는 아름다운 밤하늘에 매료되어 이를 시로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영롱한 별들은 나의 시의 소재가 되었다. 나는 내 시의 날갯짓으로 구름이 되어 하늘에 닿고 싶었다. 해와 달과 별을 맛깔스럽게 버무려서 우주의 꿈을 희망으로 전하는 시를 쓰고 싶었다. 

나는 60여 년 동안 시를 써서 5권의 부족한 시집과 6권의 시화집을 세상에 내놓았다. 시를 쓰면서 이 아름다운 풍광과 시의 내면세계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따라서 나의 시의 주제는 대부분 우주에 대한 것이다. 시는 우주와 소통한다. 우주와 소통하는 시를 그림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시는 우주의 소리요, 그림은 우주의 형체이기 때문이다. 즉 시와 그림은 결국 우주의 다른 표현이다. 시는 형체가 없는 우주이고, 그림은 형체가 있는 우주다. 그림은 말 없는 우주이고, 시는 말하는 우주다. 나는 오랫동안 말하는 우주를 쓰면서 이를 형체가 있는 우주로 그리고 싶었다. 따라서 나의 시와 그림은 서로 통한다.  

과거 선비들은 그림을 그릴 때 좋은 시 한 구절을 함께 적었다. 북송 때의 예술가 곽희(郭熙)는 “시는 형체가 없는 그림이요, 그림은 형체가 있는 시이다(詩是無形畵, 畵是有形詩).”라고 표현했다. 왕유의 그림을 보고 송나라의 시인 소동파는 “시 안에 그림이 있고, 그림 안에 시가 있다(詩中有畵, 書中有詩)”라고 평가했다. 그리스 시인 시모니데스는 “그림은 말 없는 시이고, 시는 말하는 그림이다(Painting is a mute poetry and poetry is a speaking picture)”라고 말했다. 즉 시와 그림은 표현방식이 다를 뿐 원리는 서로 통한다는 것을 가리킨다.  

내가 이러한 시를 그림으로 표현한 지도 어언 20여 년이 되었다. 2018년에는 이러한 시와 그림을 모아 ‘그림이 된 시, 시가 된 그림’이라는 이름으로 첫 시화집을 발간했다. 인사동에 있는 인사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제9회 개인전을 위한 시화집으로 자작시 40편을 먼저 고르고, 소재에 맞춰 그림 40점을 그려 전시를 하게 되었다. 그때 시의 감흥과 정신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그 후 4년여가 지난 시점인 2021년 ‘시가 된 우주, 우주가 된 그림’이라는 이름으로 시화집을 발간했다. 시화집을 발간한 목적은 인사동 갤러리 레스토랑 ‘담’과 롯데백화점의 기획초대전(제19회, 20회 초대개인전)을 시화전 형식으로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시화집의 주제는 ‘우주’로 정했고, 우주삼라만상을 소재로 쓴 시 34편을 뽑아, 이에 맞춰 그림을 그렸다. 즉 우주시가 먼저 탄생하고, 우주의 그림이 뒤따라오는 첫 시화집의 형식을 따랐다. 

나는 우주를 시로 노래하고, 이를 그림으로 다시 표현한 우주작품을 보는 관객들이 우주를 향해 무한한 상상력을 펼쳐보길 바란다. 우주를 여행하는 꿈을 꾸고, 우주를 개척하려는 도전정신을 발휘하길 기원한다. 

나는 우주를 주제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동안 32회의 개인전과 초대전을 했다. 각종 공모전에 참여하면서 과분한 좋은 상을 받기도 했고, 초대작가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나를 성찰하는 계기로 삼았다.  

그러한 의미를 담아 그림 ‘우주창조 2020-8’을 그리고, 시 ‘시가 된 우주’를 썼다. 

시가 된 우주

시의 꿈들이 영롱한 별이 되면 
별과 별 사이에 다리를 놓아 
한 아름 꿈을 따다 뿌려주는 시인의 손길이여 

시의 날갯짓이 구름 되여 하늘을 수놓으면 
구름의 문을 활짝 열어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내는 시인의 환상이여 

시의 신음소리 천둥으로 몰아치면 
서둘러 저무는 마루 끝 
그믐달로 사라지는 시인의 슬픔이여  

별과 해와 달을 맛깔스럽게 버무려서 
하늘벽을 넘어 은하를 넘나들며  
우주의 꿈을 희망으로 전하는 시인의 발상이여 

우주의 작은 속삭임도 귀담아 듣고 
우주 깊숙이 박힌 빛의 파동을 캐내어 
시가 된 우주를 노래하는 시인의 감성이여 

시가 된 우주는  
힘든 이의 꿈이 되고  
가난한 이의 희망이 되고 
방랑자의 이야기가 되고 
꿈꾸는 화가의 그림이 된다       

/우주화가 하정열(Cosmos Painter Ha, Jung-Yul) 

하정열 칼럼니스트

칼럼니스트, 육군소장(예), 북한학박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한국안보통일연구원 원장, 우주화가, 시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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