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석의 현장인터뷰] '민통선 사람들' 잊혀진 이야기, 연극으로 되살아나다
[서영석의 현장인터뷰] '민통선 사람들' 잊혀진 이야기, 연극으로 되살아나다
  • 서영석
  • 승인 2024.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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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호 연출 "민통선에 유폐된 사람들의 '가족의 아픔' 다뤘죠"
연극 ‘민통선 사람들’의 정재호 연출(극단 이구아구 대표)/사진=서영석

인터뷰365 서영석 인터뷰어 = 철원문화재단은 2024년 지역문화예술 콘텐츠 제작 사업을 통해 연극 ‘민통선 사람들’을 화강문화센타에서 20일 2회(오후 4시 30분, 7시 30분)에 걸쳐 공연한다.

이 작품은 철원 출신 고 임동현의 소설을 각색했다. 강원도 철원군 대마리를 배경으로 6.25전쟁 이후 민통선 마을이라는 특수 지역에 살아가야 했던 주민들의 애환을 그린다.

작가는 일반인들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민통선 마을 주민들의 고충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이 소설은 정재춘의 각색을 통해 극단 이구아구(대표 정재호)의 정재호가 연출을 맡았다.

연극 ‘민통선 사람들’ 연습 현장/사진=서영석

육군 상사 출신 황상사(윤상현 분)는 민통선에서 땅과 집을 무상으로 준다기에 민통선 이사를 감행하면서 극이 시작된다.

마을의 입주기념식이 벌어지고 그 와중에 군수(이일섭 분)가 지역 사단장에게 공로를 기린다며 공로패를 증정하자 저항 시인(이창익 분)이 자작시를 낭송하며 이들을 비판한다.

이에 마을 이장(황도석 분)이 말리고 사단장 부관이 그의 사상이 의심스럽다며 구타를 하며 그들만의 폐쇄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또 하나의 다른 대한민국, 민통선”

연극 ‘민통선 사람들’ 연습 현장/사진=서영석

이 작품의 특징은 같은 나라이면서 일반인들에겐 베일에 가린 민통선 사람들의 고충과 현실, 정부의 강압적 정책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 공연의 연출을 맡은 정재호는 “민통선에 유폐된 사람들의 ‘가족의 아픔’에 작품 포커스를 맞췄다”고 말했다.

“정부가 꿈을 안고 이주한 사람들에 서약서(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정부는 지지 않는다)를 쓰게 하고 기만하는 행위는 당연히 정부의 책임이죠. 폐쇄된 삶을 강요당하고 보호받아야 할 국민이 외면당해, 결국 엄마를 잃고 민통선을 떠나야만 하는 가족의 아픔에서 우리는 분단국가의 통일에의 염원이 다른 그림으로 드러납니다.”

시인 역 이창익 "다시 또 태어나도 연기해야죠"

연극 ‘민통선 사람들’의 배우 이창익/사진=서영석

배우 이창익은 ‘민통선 사람들’에서 시인 역을 맡았다. 그는 “시인이면서 목사이기도 한 애매한 성격의 역을 맡아 고민이 많았다. 인터넷을 뒤지며 그들(민통선 사람들의 삶)에 접근하려 고민을 했다”며 진중함을 드러냈다.

이창익은 제주도 출신 배우다. 체육학과(제주대) 1학년 당시 자퇴를 고민하던 중 친구의 권유로 우연히 입단한 극회에 매력을 느껴 연극이 천직이라는 마음으로 배우의 길을 걸었다. 한때 교사의 길을 고민하기도 했다는 그는 ROTC출신으로 해병대 중위 출신이기도 하다.

제대 후 제주에서 월급제인 예술단에서 한국무용과 연기를 배우며 배우 생활을 했지만 IMF 이후 민영화가 되면서 예술단이 문을 닫자 2001년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단다. 누구 하나 아는 사람이 없었던 그는 어찌 알게 된 한 선배를 통해 서울에서의 연기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2003년 문고헌 연출과의 만남은 그를 대학로로 이끈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 ‘울 엄마 그리기’(김영무 작/연출)를 꼽으며 “2인극 형식으로 장기 공연했던 공연인데, 배우로서 성장통을 겪은 작품이자, 연극배우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만들어 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연극 ‘민통선 사람들’ 연습 현장/사진=서영석

1970년생인 그는 이미 50을 넘긴 중견 배우로 활동 중이다. 결혼 생활 중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에 막노동, 알바 등 숱한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이창익은 “결코 연극배우의 길을 후회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작가나 연출의 의중을 빨리 간파해 그들이 원하는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 또 선후배를 떠나 배우끼리의 소통을 제 장점으로 꼽을 수 있겠네요. 선배라고 결코 후배들에게 연기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단점이라면 다시 또 태어나도 연기를 하리라는 것이죠. 하하.”

지난 20여년간 배우 활동을 이어온 이창익은 “여전히 연기에 대한 열망은 남부럽지 않다”며 연기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연출에게 가끔 욕을 먹어도 화를 내지 않습니다. 하하. 좋은 공연을 위한 서로의 격려로 받아들이니까요.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고 배우고…. 끝없는 탐구가 연극의 길이 아닌가 합니다.”

철원 출신 이현경, 무대서 펼쳐보이는 고향 이야기

연극 ‘민통선 사람들’의 배우 이현경/사진=서영석

이 작품의 막내 황병오 역의 이현경은 작년에 학부를 졸업한 신인배우이다. 중 2년 때 장난삼아 카메라 앞에 섰던 것이 평생의 직을 가질 수 있어 감사하다며 환하게 웃는다.

2003년 ‘공단빵 아이’로 무대에 데뷔한 그는 철원 출신으로 고향의 스토리에 자못 흥분이 되었단다. 하지만 정작 작품에 임하다 보니 자기가 알았던 ‘민통선 사람들’의 애환에 가슴이 아팠다고.

“민통선에 유폐되어 고통을 겪는 분들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정부의 더 적극적 관심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분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기도 했어요. 이 작품을 통해 민통선 분들의 애환에 대해 다시 공부하고 그분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수 있는 부분에 관심을 기울일 겁니다.”

연극 ‘민통선 사람들’ 연습 현장/사진=서영석

이 작품은 신구의 조화가 돋보인다. 지금도 대학로를 비롯 전국 무대를 휩쓰는 원로배우 이일섭부터 황도석, 임은연, 윤상현 막내 이현경까지 대학로의 간판급 배우들의 멋진 앙상블이 기대된다.

연출 정재호, 출연 이일섭, 황도석, 임은연, 이정인, 윤상현, 이창익, 정다은, 전용범, 강 운, 최재혁, 이현경, 음악 박광배, 무대 송훈상, 프로듀서는 임 밀이 맡았다.

서영석

인터뷰365 기획자문위원. 극작가 겸 연극연출가로 극단 「에저또」를 거쳐 다수의 연극에서 연출, 극작, 번역 활동. 동국대에서 연극학 석사를, 중앙대에서 연극학 박사를 취득했다. 동양대 연극영화학과, 세명대 방송연예학과 겸임 교수를 지냈으며, 현 극단 「로뎀」 상임연출이자, 극단 「예현」대표를 맡고 있다.

서영석
서영석
gnjal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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