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하기 힘든 빌런 '정팔' 역...어려운 캐릭터였다
- 내게 아직 대표작은 오지 않았다...차기작은 '범죄도시 4' 빌런 역
[인터뷰 내용엔 디즈니+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16부작 ‘카지노’ 최종화가 지난 22일 공개된 후 가장 큰 ‘후폭풍’을 겪는 배우를 꼽자면 이동휘가 아닐까 싶다.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의 신작인 ‘카지노’는 파란만장한 인생의 굴곡을 거쳐 필리핀 최대 규모의 카지노의 전설적인 존재가 된 차무식(최민식)과 각기 다른 욕망으로 얽히고설킨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묵직하고 흥미진진하게 펼쳐낸다.
각각 8부작으로 ‘시즌1’과 ‘시즌2’로 선보인 ‘카지노’ 시리즈는 디즈니+ 역대 한국 오리지널 작품 중 최대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지만, 예상치 못한 역대급 결말로 많은 시청자에게 충격을 안겼다.
극 속 ‘차무식’의 오른팔이자 친한 동생으로 등장하는 양정팔은 '카지노 시즌2'의 충격적인 결말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극 초반 능글능글하고 능청스러운 면모로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인물이지만, 결국 차무식에게 총을 겨누는 악랄한 ‘빌런’으로 변모한다.
‘카지노’ 종영 후 양정팔을 향한 시청자들의 원성은 고스란히 이 역을 맡은 이동휘에게로 쏟아졌다. 지난 24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동휘는 결말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에 공감하면서도 "나 역시 이렇게 끝날 줄 몰랐다. 욕 많이 먹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인터뷰하는 중간 그가 보여준 인스타그램엔 결말에 대한 항의 댓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그간 '응답하라 1988'(2015), '극한직업'(2019), '부라더'(2017),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2019) 등에서 유쾌한 캐릭터로 사랑받았던 그였기에 마음고생도 많을 터. 그는 "마음고생이요? 이제 시작이죠"라고 말했다.
▶①[인터뷰] 이동휘, '카지노' 결말 후폭풍 "욕 많이 먹어...짱돌 맞지 않을까 걱정했죠"에 이어서
양정팔과 차무식의 관계는
- 정팔의 문제 있는 행동에도 차무식은 그를 늘 감싸주며 마지막까지 신뢰한다. 양정팔과 차무식은 어떤 관계일까.
“선배님과 내게 큰 숙제이기도 했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본 상엔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위험한 상황에서 정팔이가 차무식의 목숨을 구했다는 개연성이라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아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분량 등 불가능한 벽에 부딪혀 무산됐다. 그래서 선배님과 내린 결론은 연기자로서 연기를 통해 표현해보자였다. 어떻게 보면 도전이었다. 선배님은 완벽하게 완수하셨지만, 저는 부족함을 느낀다. 정팔이 저런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그럴 수도 있겠다고 느껴질 정도의 연기적인 완성도가 있었다면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정팔이란 캐릭터에 완벽한 공감을 하지 못하다 보니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 둘이 함께 한 신이 워낙 많다. 버디 무비 같은 분위기도 있다. 대선배인데 부담스럽거나 불편하진 않았나.
“선배님은 어떤 현장에서도 지각하지 않으신다. 항상 한 시간씩 일찍 도착해서 준비하신다.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게 하는 그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다. 선배님은 농구 경기를 언급하시면서 많은 변수와 변칙이 오가는 시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합이라고 말씀하신다. 연기 역시 현장에 와서 막 하는 게 아니라, 엄청난 준비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선배님을 통해 많이 느꼈다. 촬영하면서 선배님의 연기에 누가 되지 않을 정도로 준비를 해야겠다는 숙제가 늘 있었다. 더 많은 노력과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자극을 받았다. 좋은 경험이었다.”
- 최민식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선배님과 가장 많은 신과 일정을 함께 했는데, 완벽한 마에스트로 같은 느낌이었다. 카지노란 작품은 최민식 선배님이 다 했다고 생각한다. 완벽하게 조율하고 지휘하며, 설정에 맞는 완벽한 연기를 하셨다. 화를 내는 장면도 약 올리면서 비꼬기도 하고, 어떨 때는 자기 분에 못 이기는 모습으로 표현하시더라. 다른 인물을 만날 때마다 연기가 모두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대체 어느 정도까지 계산을 하신 건가 싶더라.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완벽한 지휘였다.”
- 극 속에서 최민식 배우와 허물없는 형과 동생 사이로 나오는데, 사실 나이 차이가 크게 나지 않나.
“사실 외적인 부분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나이를 들어 보이게 하려고 살도 찌우고 메이크업도 거의 안 했다. 일부러 지저분하게 보이려고 했다. 조금 더 빠른 노화(?)를 위해 담배도 더 자주 피우려고도 했다. 하하. 절 모르시는 분들은 제가 나이가 좀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얼마 전 프랑스에 갔는데, 어떤 분이 ‘카지노’에선 아저씨처럼 나오던데, 실제로 보니 젊다고 말씀하시더라. 그 말을 듣고 한 10초 정도 멍했던 기억이 있다.(웃음)”
'카지노' 공개 후 ‘정팔이’로 많이 불려
- '디즈니+'를 통해 OTT로 전 세계에 공개된 후 인기를 실감하나.
“‘카지노’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프랑스에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편집숍을 갔더니 그 직원분이 제 이름을 언급하며 알아보시더라. 놀랐다. 글로벌 콘텐츠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 그동안 ‘응답하라 1988’(2015)의 동룡 역의 이미지가 컸다. 이번 ‘카지노’ 작품을 통해 강한 인상을 남기며 또 다른 대표작이 추가됐다.
“‘응답하라 1988’ 시작한 후 작년까지도 지나가는 분들이 동룡이라고 부르셨다. 심지어 도룡뇽인데 도마뱀이라고 하신 분도 있다. 최근에는 ‘정팔이’로 많이 불린다. 신기하다. 오랜 시간 동안 도룡뇽으로 많이 불렸는데,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게 생소하다.
아직 제 대표작은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제 대표작이라고 하긴 제가 많이 부족하다. 최민식 선배님의 대표작이다. 저는 선배님이 계셨기에 이 작품도 탄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저같이 부족한 배우와 이렇게 연기를 해주셨다는 것만 해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관객 웃는 모습 보면 희열느껴요
-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영화 ‘극한직업’,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 등의 작품에서 유쾌하면서도 능청스러운 캐릭터로 사랑받았는데, 이런 이미지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는가.
“선호하는 것 같다. 자신감이 있어서 선호한다기보다는, 보람을 느껴서랄까. 재미있는 장면에 관객들이 막 웃는 모습을 보면 배우로서 감사하고 희열을 느낀다. 저의 재주로 관객들이 고단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잠시나마 잊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뿌듯하다.
다만, 배우의 자세는 끊임없이 도전하는 게 맞다. 안주하는 순간 겸손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제 마음은 늘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열려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지점이기도 하다. 선택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니까. 범죄물이나 코미디에 특화된 배우에겐 계속 비슷한 작품들이 들어온다. 그래도 10년간 일을 하다 보니 배우의 이런 고민을 이해해 주시는 제작자나 감독님이 계시고, 주변의 수많은 반대가 있어도 기회를 주시는 걸 보면 실낱같은 희망을 느낀다. 어떤 포지션에서든 중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하면 반드시 그런 기회가 올 것이란 희망을 품고 살아왔다. 그러나 그 기회가 언제 올지 불확실하다 보니 기대를 하진 않았는데, ‘카지노’란 작품을 만났다.”
- ‘카지노’는 이동휘에게 어떤 것을 남겼나.
“변해가는 정팔로부터 받은 느낌은 내가 맡았던 어느 인물보다 훨씬 더 악랄한 인물이라고 생각됐다. ‘타짜 2’에서 맡은 찰리 역은 일종의 자격지심과 열등감이 원인이었기에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었는데, 정팔 역은 정말 어려웠다. 타인의 상처나 감정에 대한 배려나 공감을 하지 못하고 자기 것만 바라보는 인물이다.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였기에, 마음을 굳게 먹었다. 공교롭게도 내년쯤 공개될 ‘범죄도시 4’도 그렇고 점점 조금씩 캐릭터를 확장해 나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중심을 잃지 않고 차근차근 숙제를 해결해 나가는 배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 ‘범죄도시 4’에서도 빌런 역할을 맡았다. 전편에 악역을 맡은 손석구 배우도 센 캐릭터였는데, 이에 대한 부담은 없나.
“부담이 엄청나다. 그래도 시즌 6, 7, 8쯤에 안 나오고 시즌4에 빨리 출연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갈 수 있을 때 빨리 나가는 게 부담도 그나마 덜 느낄 수 있으니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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