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열의 시·그림과 함께 떠나는 우주여행](29) 청풍의 속삭임
[하정열의 시·그림과 함께 떠나는 우주여행](29) 청풍의 속삭임
  • 하정열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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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창조215004, 91X91㎝, 한지에 먹과 유채 ⓒ하정열

인터뷰365 하정열 칼럼니스트 = 목성에 근접하니 바람이 분다. 지구의 태풍이나 허리캐인보다 더 강한 바람이 분다. 목성 성층권의 제트기류는 극지 부근에서는 초속 400m, 시속 1450㎞에 이른다.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토네이도에서 측정된 최대 풍속의 3배를 웃도는 것이다. 이는 남위 20도 부근에서 붉은색으로 보이는 소용돌이 지역인 대적반(great red spot)에서 포착된 최대 풍속의 두 배가 넘는 것이다. 최첨단의 우리 우주선으로도 착륙이 불가능하다.

우주선 내의 텔레비전에서는 아름다운 푸른별 지구의 가을 단풍과 농부들이 수확하는 모습이 방영되고 있다. 지구에서 목성까지 거리는 6억 3000만㎞이니, 지구에서 송출되는 방송은 약 40분 후면 목성에서 시청할 수 있다. 갑자기 누런 황금벌판과 산들바람이 그리워진다.

대적반에 폭풍우가 몰아치는 목성과 달리 우리의 삶의 터전 지구에서는 산들바람이 농부의 귀에 ‘기원하던 풍년이에요’ 라며 속삭이며, 얼굴에 땀을 식혀주고 있다. 청풍의 속삭임에 들국화는 수줍은 듯 피어나고, 고추잠자리도 때를 만나 파란 하늘을 누비며 스로우 탱고를 추고 있다.

대부분의 행성에서는 바람이 강하고 산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여행이나 활동시 반드시 산소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달에서 산소마스크를 쓰고 여행하고, 화성의 지하터널에서의 견디기 힘겨운 화성인의 삶을 경험한 후에 목성의 혹독한 폭풍우를 보니 우리 지구에서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우주선 선장으로서 목성의 현 상황과 목성에 착륙할 수 없는 이유도 자세히 설명했다. 잔뜩 긴장하고 있는 승객들에게 우주에 떠 있는 하나의 창백한 푸른 점인 지구를 바라보며 시의 형태를 빌려 감상을 적어보도록 했다.

유리 가가린(Yurii Alekseevich Gagarin)은 러시아의 우주비행사로 1961년 4월 12일 보스토크 1호를 타고 1시간 29분 만에 지구의 상공을 일주해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에 성공하였다. 그가 지구에 복귀 후 우주에서 지구를 본 감상을 “지구는 푸른빛이었다”라고 한 말은 유명하다.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은 내가 존경하는 우주과학자이자 천문학자이다. 그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마리너호, 바이킹호, 갈릴레오호의 행성탐사 계획에 연구원으로 참여했다. 그는 외계 생명체 탐사에 매우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며, 생물학적이고 사회적인 관점에서 심도 있게 접근하였다. 그의 발의로 보이저 탐사선에는 인류문명의 수 백 가지 언어로 기록된 인사말과 지구의 위치, 인간의 모습 등이 녹음된 골든 레코드가 실려 있다.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란 명저를 통해 생명의 탄생에서부터 광대한 우주의 신비까지 까다롭고 난해한 개념을 이해하기 쉽도록 명쾌하게 통찰하였다. 나는 3번을 정독하였지만, 지금도 가끔은 그 책을 집어들고 그의 우주를 향한 집념과 선각자적인 지혜의 숲을 거닐고는 한다.

그는 “큰 우주 속에 지구에만 생명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낭비다”라고 주장하며 외계생명체 탐색에 앞장섰다. 그는 많은 사람들의 반대를 무릎쓰고 보이저호가 목성 부근을 지날 때 카메라를 지구를 향하게 하고 지구를 촬영하게 했다. 그 결과 우리는 지구가 우주 속에서는 아주 작은 '창백한 푸른 점'임을 알게 되었다.

그는 “저 점을 다시 보세요. 저것이 바로 이곳입니다. 저것이 우리의 고향입니다. 저것이 우리입니다.”, “우리의 만용, 우리의 자만심, 우리가 우주 속의 특별한 존재라는 착각에 대해, 저 희미하게 빛나는 점은 이의를 제기합니다. 우리 행성은 사방을 뒤덮은 어두운 우주 속의 외로운 하나의 알갱이입니다”라고 경고하였다. 그는 “헤아릴 수 없이 넓은 공간과 셀 수 없이 긴 시간 속에서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서 찰나의 순간을 그대와 함께 보낼 수 있음은 나에게 큰 기쁨이었다”라는 명언을 남기고 그가 온 우주의 어느 곳으로 홀연히 떠나갔다.

지구는 우주에서 보면 하나의 '창백한 푸른 점'이다. 그것도 지구에 근접한 행성인 목성 근처에서 보았을 때 하는 말이다. 만약 우리가 태양계를 벗어나 여행을 하게 되면 지구라는 행성은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이 창백한 푸른 점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은 찰나를 살다가는 우주의 미물인 우리 인간에게는 무척 고마운 존재이다. 칼 세이건의 혜안의 숲을 거닐면서, 농부에게 속삭이는 시원한 가을바람을 생각하며 '청풍의 속삭임'이란 시를 쓰고, 이를 그림 '우주창조 215004'로 그려보았다. 우주공간 어디엔가 공존하고 있는 외계인을 생각하며, 동시대에 지구에 함께 사는 우리 사람들과 고추잠자리, 매미, 귀뚜라미 등 모든 생명체에게 감사하는 마음과 경의를 표하고 싶다.

청풍의 속삭임

太初의 햇살은 눈부시다

고갱의 물감보다 
늘 푸른 하늘엔
고추잠자리 제 터를 잡다.

추수를 앞 둔
농부의 마음 되어 
모감주나무엔 
어느 샌가 
빠알간 四季가 
주렁주렁 매달렸다

창틈으로 스쳐 지난 
소음 이겨낸 매미의 교향곡
淸風의 속삭임 때문인가
홀로 서성이는 하루 
깊어만 간다

아! 
들국화처럼 수줍은 얼굴로
귀뚜린 
五線紙 타고 오려나 보다.

하정열 칼럼니스트

칼럼니스트, 육군소장(예), 북한학박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한국안보통일연구원 원장, 우주화가, 시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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