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동백꽃의 상징 '춘희'와 한국 영화 (78)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동백꽃의 상징 '춘희'와 한국 영화 (78)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20.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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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적 이미지를 일신한 서구적 풍모의 최은희 주연의 '춘희'
- 동양의 미모 김지미가 열연한 1967년의 '춘희'
- 신상옥 감독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오수미의 '춘희 '75'
- 트로이카 여배우 정윤희가 열연한 비운의 히로인 1982년 '춘희'
김재형 감독, 정윤희 주연의 '춘희'(1982)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 동백꽃을 좋아해 '동백꽃 여인'이란 대명사로 불리는 '춘희'는 19세기 프랑스 파리의 사교계를 무대로 전개되는 사랑과 애증의 통속물이다.

이 소설을 쓴 작가 뒤마는 '몬테크리스토의 백작'을 쓴 아버지와 구별하기 위해 뒤마 피스(fils, 아들이란 뜻)또는 '작은 뒤마'라 부른다.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로 더욱 유명해진 원작 '춘희'는 우리나라에선 1928년 '장한몽'을 만든 이경손 감독이 최초로 무성영화로 만들었다. 평양에서 올 로케한 '춘희'는 김일송을 히로인으로 정기택과 한병룡이 출연해 새로운 면모를 스크린에 펼쳐 보였다. 

신상옥 감독의 '춘희'(1959)
신상옥 감독의 '춘희'(1959)

66편의 영화를 연출한 거장 신상옥 감독은 1952년 데뷔작 '악야'를 비롯해 1963년 '횃불', 1971년 '전쟁과 인간', 그리고 '춘희' 마저 원본 필름이 분실되어 평생토록 회한을 지녔다고 한다.

영화 '춘희'에서 장래가 촉망되는 남자(김석훈)는 술집에 나가는 여인(최은희)를 사랑한다. 이 사실을 안 아버지(김승호)는 아들의 장래를 위해 멀리하라고 애원한다. 그녀는 단념치 않고 찾아오는 남자를 경원하지만 끝내는 오랜 지병인 폐결핵으로 숨진다는 스토리를 한국적인 상황으로 그렸다. 

당시 '꿈'과 '무영탑'으로 동양적인 여성상을 보여준 최은희는 1958년 '지옥화'로 과감한 '아프레 걸(Apres Girl)'의 상징인 양공주로 연기 변신한 전력이 있다. 신상옥 감독은 그녀를 과감히 '춘희'의 타이틀 롤로 택했다. 그리고 최무룡과 김진규 대신 '잊을 수 없는 사람들'로 음영 짙은 풍모를 보인 김석훈을 최은희의 상대역으로 과감히 기용해 히트를 쳤다. 

신상옥 감독의 '지옥화'
신상옥 감독의 '지옥화'(1958)에서 양공주로 연기 변신한 최은희.

정진우 감독이 1967년 신성일의 대항마로 '춘희'에서 김지미의 상대역으로 뽑은 오영일은 신성일이 지니지 않는 온화한 지성미로 새로운 연기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영일(오영일)은 대학 재학 중 고등고시에 합격해 부호의 딸(남미리)과 결혼하기로 약속한 사이였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춘희(김지미)라는 매춘부를 알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미국행도 포기하고 춘희에 빠진 아들을 보다 못한 아버지(김승호)는 춘희를 찾아가 장래가 유망한 아들과 절교하라고 강요한다. 자신의 처지를 안 춘희는 거짓으로 남자를 배신하고 사랑을 포기한다. 소식이 묘연한 그녀를 수소문해 찾았지만 춘희는 시한부 인생으로 세상을 떠난다.

김승호는 '춘희'에서 두 번씩이나 아버지로 출연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미모와 연기력의 앙상블이 돋보였던 김지미는 비운의 '춘희'를 보여줬다. 

정진우 감독, 김지미 주연의 '춘희'(1967)

1973년 신상옥 감독은 영화 '이별'의 로케를 위해 파리에서 신성일과 김지미 그리고 오수미를 대동하고 2개월간 촬영을 하다가 오수미와 스캔들이 터졌다.   

오수미와의 열애는 1975년 리메이크작 '춘희 '75' 탄생의 산물이 됐으나, 아내인 최은희와의 결별을 고하는 부산물이 되었다. 아버지 역으로 최남현, 아들 역으로는 뉴 페이스였던 신진일이 픽업됐다. 그는 신상옥 감독이 뮤지컬 '춘향전'을 기획해 뽑은 배우였으나 이 한편을 남기고 영화계를 떠났다.

신상옥 감독은 오수미의 마력에(?) 빠져 '춘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야심 차게 만들었으나, 70년대 관객에게 외면당해 평가절하 받았다. 아울러 오수미가 캐스팅된 '장미와 들개'는 예고편에 검열 미필 장면이 나가는 사고로 전통의 신필름이 폐업이 되는 비운을 맞게 된다.

TV연출자 김재형을 초빙해 1982년 칼라시대에 재현시킨 '춘희'는 2세대 트로이카 여배우 정윤희를 내세워 요란한 화제를 모았으나, 찻잔 속의 태풍이 됐다.

영일(최윤석)은 장래가 촉망되는 수재로 부호의 딸(김지수)와 결혼을 하지만, 창녀 춘희(정윤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뻔한 스토리지만 1936년 그레타 가르보의 '춘희'를 너무 모방한 나머지 현실감이 떨어져 엽전식 영화가 되고 말았다.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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