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신과함께' 김용화 감독, 한국형 판타지물의 새 역사 쓰다
[인터뷰]'신과함께' 김용화 감독, 한국형 판타지물의 새 역사 쓰다
  • 김리선 기자
  • 승인 2017.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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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함께-죄와 벌' 개봉 7일만의 500만 돌파...손익분기점 달성
-김용화 감독이 이끄는 VFX전문업체 '덱스터'의 토종 기술력 '결실'
-2편으로 동시 제작된 '신과 함께'...화두는 '용서'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김용화 감독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김용화 감독이 스크린에 돌아왔다. '잘나가는' 기업인에서 감독으로, 4년만의 복귀다.

김 감독은 2003년 데뷔작이자 400만명을 동원한 '오! 브라더스'부터 '미녀는 괴로워'(2006년·662만명), '국가대표'(2010년·848만명)까지 줄줄이 히트시킨 '흥행제조기'로 불린다. 2013년 CG(컴퓨터 그래픽)로 완성해낸 고릴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미스터 고'가 비록 흥행에 고배를 마시긴 했지만, 당시 불모지였던 한국 VFX(Visual Effects·시각효과)기술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4년이 흐른 현재, 그는 할리우드에 맞먹는 토종 VFX 기술력으로 한국적 판타지물인 '신과함께-죄와 벌'을 내놓았다. 이 작품은 개봉 일주일만에 손익분기점인 누적관객수 500만명을 돌파하며 '대박'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관객들의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은 김 감독이 이끄는 시각특수효과전문업체인 '덱스터'의 기술력이 총동원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상상 속 저승세계를 현란한 CG로 사실감 넘치게 구현해내며 호평을 얻고 있다.

인기 웹툰을 영화화하기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다. 방대한 서사를 2시간내에 함축적으로 담아야 하는 데다, 상상 속 저승세계의 스크린 구현 역시 난제였다. 팬덤도 워낙 많은 작품이다보니 기대감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컸던 영화였다. 그러나 그는 용기를 냈고, 과감히 도전했다. 

직접 시나리오를 써온 그는 늘 관객과의 소통을 중시해온 이야기꾼이다. 이번 작품 역시 웹툰의 큰 드라마 줄기에 한국의 보편적 정서를 보강했다.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위로와 감동은 이 영화를 관통하는 감정선이기도 하다. 원작을 각색하면서 그는 '진심'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모든 어머니께 바치는 영화"라고 말했다. 이 영화는 그의 사모곡 같은 영화이기도 하다. 20일 '신과함께'의 개봉 첫날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김 감독을 만났다.

◆"'신과함께', 어머니가 하늘에서 꼭 보셨으면" 

-출발이 좋다.

기분이 좋다. 사실 영화가 개봉하면 매일이 살얼음이다. 개봉 첫날 새벽 5시에서야 잠이 들었다. 반응들이 좋아서 감사하고 고맙더라.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은 화재 현장에서 죽음을 맞이한 소방관 '자홍'이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 7개의 지옥 재판을 통해 사는 동안 지은 크고 작은 죄들을 알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자홍이 저승에서 치뤄야 하는 7번의 재판 동안 삼차사 강림, 해원맥, 덕춘은 그를 변호하고 호위한다. 영화는 한국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사후 49일 동안 7개의 지옥 재판을 무사히 거쳐야만 환생할 수 있다는 전제로 이야기를 확장시켰다.)

-영화 원작자인 주호민 작가도 만족스럽다는 글을 SNS에 올렸는데.

좋은 영감을 준 원작을 만든 분이고, 인간적으로도 신뢰가 많이 갔다. 그 글을 보고 정말 이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지더라. 기분이 너무 좋았다. 원작을 잘 계승했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거니까.

-영화의 배경이 사후 세계다

무신론자다. 직선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쓰면서 돌아가신 어머니가 하늘에서 이 영화를 꼭 보셨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소망이 생겼다. 시나리오에 어머니에 대한 내 생각이나 경험들을 투영해 썼다. 마지막 부분에 '이 땅에 계신 모든 어머니께 이 영화를 바칩니다'란 헌사를 하려고도 했었다. 이 영화를 보시면서 관객분들께 좋은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5년전 연출제안을 고사했다가 참여했는데

처음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인기 웹툰을 시각적으로 상상력을 더해 화면에 옮긴다는것 자체가 두려웠다. 시간이 흐르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비로소 저승 세계를 잘 구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고, 용기를 내 영화를 준비하게 됐다.

-웹툰의 영화화에 대한 우려들이 있었는데

감정적으로는 영화화에 자신 있었다. 시나리오 작업시 제가 모르는 감정을 쓰는걸 두려워한다. 이 이야기를 거짓감정이나 거짓경험이 아닌 진심을 담는다면 관객과의 소통지점이 분명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그 점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어떻게 만들어낼까는 그 다음 문제였다. 기술적인 측면은 우리 회사가 많이 발전해 충분히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배우들이 캐스팅 되면서 이러한 오묘한 조합들이 의외로 신선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사모곡'이 감정선을 자극하는데

영화를 만들면서 가짜가 아닌 진실한 울림을 전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제가 함부로 예단은 못하지만, 관객분들이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그 속에서 위안과 위로를 받고 또 희망이란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셨을 것 같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호연이 중요했다. 처음엔 그런 감정을 배우들이 담아낼 수 있을까 걱정도 했다. 그런데 자홍역의 차태현씨와 수홍역의 (김)동욱이, 어머니(배우 예수정)까지 앙상블이 너무 좋았다. 거짓스럽지 않으니 관객분들도 감정적으로 크게 받아들이신게 아닌가 싶다.

-신파란 지적에 대해

흥행이란 일차원적인 목적을 위해 2시간동안 쌓아왔던 모든 장치를 무시하고 슬픔 만을 과도하게 끌어내려 했다면 신파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영화는 마지막 장면까지 하나로 귀결되는 흐름이었다고 본다. 과도한 감정선만으로는 관객분들도 공감을 못했을 것이다. 

-전작인 '미녀는 괴로워' '미스터 고', '국가대표'에 이어 이번 작품 역시 시나리오까지 담당했다. 시나리오를 직접 쓰는 이유는. 

글 쓰는건 너무 힘들다. 심지어 난 글을 잘 못쓴다. 시나리오 쓸 때는 정말 고통스러운데, 가장 행복한 작업이기도 하다.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글을 쓰는 이유기도 하고.

이 작품도 제주도에 가서 두편을 한꺼번에 쓰는데, 입에서 나도 모르게 "내가 언제까지 이 작업을 해야하는거야"라며 욕이 튀어나오더라.(웃음) 글은 마치 박동이 느껴지는 생명체 같다. 엔딩 쯤에서 클라이막스가 오면 "이거 내가 쓴거야?"라며 만족스러울때가 있는데, 그 기분은 말로 설명이 안된다.  

김용화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은 '미녀는 괴로워'(2006), '국가대표'(2010), '미스터고'(2013)

-'신과함께' 시나리오 만족도는

점수로 매기면 70~80점? 시나리오의 3대원칙이 있다. 첫번째 구조, 두번째 구조, 세번째 구조다. 구조만 잘 만들어놓으면 대사가 엉성하다고 하더라도 배우들과 리허설을 하는 과정에서 대사는 윤택해진다. 여기에 여러가지 효과들이 덧붙여지고, CG(컴퓨터 그래픽)나 사운드가 보강되면하나의 종합예술품이 완성되는 것이다. 뼈대와 골격이 가장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그 정도 점수는 줄 수 있을 것 같다.

◆ 2편으로 동시 제작된 '신과함께'...화두는 '용서'

-한국 영화 사상 최초의 2편 동시 연출

원작의 저승편, 이승편, 신화편을 보고 두 편으로 정수를 잘 뽑아 '용서'란 화두로 전체를 만들면 좋은 작품이 나오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귀인 조차 이승에서는 모두 죄인이었고, 죄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용서를 담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1부는 감정적으로 끝을 보여주고 싶었고, 2부는 캐릭터들의 과거를 보여주면서 집을 지키는 신(神), 성주신(마동석)과 해원맥(주지훈), 덕춘(김향기)의 알콩달콩하고 재미있는 스토리를 병행한다면 원작을 잘 계승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저승 삼차사의 리더 강림(하정우), 해원맥(주지훈), 덕춘(김향기)

-1편에 대한 성공 가능성을 염두해놓고 2편을 제작 한건가.

각 편당 500만명 전후가 손익분기점(BP)이다. 500만이 전혀 적은 수치는 아니지만, 1편에서 이 정도 관객이 안들었다 하더라도 2편에서 만회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투자배급사가 가능성을 봤던 것 같다.

-2편 작업은

현재 편집 마지막 단계다. CG는 이미 시작했다. 

-2편 스토리는

수홍(김동욱)은 강림(하정우)과 저승을 가게 되고, 해원맥과 덕춘은 성주신인 마동석과 함께 이승을 책임지게 된다. 또 1부에 나왔던 염라대왕(이정재)의 등장 이유도 2부에서 확인 할 수 있다. 또 재판을 위주로 하기 보다는 로드 무비 형태로 보여진다. 1부의 '나태'지옥이 빠지고 세 곳의 지옥이 확장되어 보여줄 예정이다.

-박중위(이준혁) 캐릭터가 1편에서는 짧게 등장했는데.

짧게 나오는 역할일수록 '절대악인'을 만드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박중위란 캐릭터는 물론 죄의 처벌을 달게 받아야하는 인물이지만, 그가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개연성을 1부에 넣는게 좋겠다 싶었다. 당초 박중위가 처벌받는 신은 1부 시나리오에 있었고, 촬영도 했다. 일반인 모니터 시사를 했는데, 사족처럼 느껴진다는 의견들이 많아서 편집했다. 어짜피 연장선상으로 2부에도 나오니까.

◆영화 '미스터 고' 계기로 시각 특수효과 회사 설립..."극장에서 볼 만한 이유가 있는 영화 만들어야"

-사후 세계의 스크린 구현까지

원작에서는 저승에 대한 묘사가 정확히 나와 있지 않다. 또 그 부분을 치중한 작품도 아니었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 등 일곱 지옥의 재판과 재판 사이를 여정하는 로드무비의 성격이 필요했는데, 처음에는 많이 헤맸다.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판타지스런 숲처럼 시네마틱하게 가느냐, 아니면 극사실적으로 가느냐 고민한 결과, 지구에 있는 물성을 가진 요소들이 각 지옥의 형벌에 맞는 요소로 구성하면 어떨까 싶더라. 결국 극사실적인 쪽으로 방향을 잡아 불, 물, 철, 얼음, 거울, 중력, 모래 등 7개의 자연의 물성을 차용해 지옥 형벌과 연결시켜 만들었다. 이를 위해 아티스트들과 연출부, 미술감독과 수많은 회의를 거쳐 많은 그림들이 나왔다. 

모니터링을 했더니 반응이 긍정적이더라. 영화 속 저승차사가 이동하는 부분은 사운드와 함께 속도적 쾌감을 줄 수 있도록 하자는게 기초 아이디어였다. 예산 대비 비교적 잘 나온 것 같다.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에서 특수효과 입히기 전(사진위)과 후(사진 아래) 

-시각 특수효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김용화 감독은 시각 특수효과 및 영상 콘텐츠 제작업체 덱스터 스튜디오의 대표를 맡고 있다. 2012년 영화 '미스터고' 당시 VFX(시각적인 특수효과)에 대한 갈증을 느낀 그는 자비를 털어 '덱스터'를 설립했으며, 2015년에는 코스닥에 상장됐다. 덱스터는 '적인걸2: 신도해왕의 비밀'(2013) '몽키킹'(2014) '지취위호산'(2015) 등 다수의 중국작품 뿐 아니라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서부전선'(2015) 등 한국영화의 시각효과에 참여해오며 현재 아시아 최고 수준의 스튜디오로 자리매김 했다. 이번 영화 역시 덱스터의 VFX 기술을 총 동원, 현실감 넘치는 시각 특수 효과를 완성해냈다. 덱스터는 '신과함께'의 기획, 투자, 촬영, 후반작업 등에 모두 참여했다.)

제가 중앙대 연극학과를 나왔는데, 학부 때도 예술영화를 안봤다.(웃음) 오로지 스티븐 스필버그, 제임스 카메론, 마이클 만, 토니 스콧, 피터 잭슨 이런 감독들의 영화를 광적으로 좋아했다. '미녀는 괴로워'에도 CG가 상당부분 쓰였고, '국가대표' 때도 1000컷이 넘는 샷들이 CG로 쓰였다.

앞으로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영화와 극장에서 보지 않는 영화로 양분화 될 것으로 본다. 넷플릭스나 IPTV 등이 거대 예산을 들여 공격적으로 확장할텐데 극장에서 볼 만한 이유가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드라마를 수반한 충분한 시각적 효과와 사운드를 관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다면 계속 극장을 찾지 않을까 싶다.

-특수 효과 완성까지는 얼마나 걸렸나.

1년 넘게 걸렸다. 미국의 경우 예산이 100억정도의 영화라면, 50억이 CG로 쓰이는 영화는 기초단계인 시나리오 단계가 시작되자마자 스태프가 바로 붙는다. 우리 회사 역시 모든 공정을 담당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유리했다.

영화 '미스터고'의 경우 고릴라 털 한올 한올에 집중했는데, 이번 영화의 경우 CG작업에는 관여는 안하고 컨펌만 했다. VFX수퍼바이저에게 맡겼다. 난 CG보다는 편집에 신경을 썼다.

영화 '미스터고'의 경우 성인 관객들이 아무런 관심이 없는 고릴라를 주인공으로 야구를 한다는 발상 자체가 너무 엄청났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물 안 개구리 같다.

 국내 최초의 풀 3D 영화 '미스터 고'에서 100%CG로 완성한 고릴라

-한국영화에서 흔치 않은 VFX영화를 고집해왔다

(22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 '미스터고'는 흥행에 참패했지만, 당시 국내 최초의 풀3D영화를 순수 우리 기술로 구현해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 작품이다. 영화 속 고릴라는 100% CG로 완성해냈다.) 

안하는 일을 한다는 건 리스크가 더 크다. 그러나 이런 도전이 좋다. 저를 믿어주고 따라주는 회사와 직원들이 있기에 제 자신을 벼랑에 세우면서 더 열심히하고, 도전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신과함께'가 국내 영화 개봉에 앞서 해외 103국에 선 판매 됐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 한국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 자국에서 안되는 영화가 어떻게 타국에서 잘되겠나. 이런 영화가 외연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한다. 좋은 시도였고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

-할리우드 히어로물 '프로디걸' 작업은

(김용화 감독은 마블 히어로의 창시자인 스탠 리의 제작사 파우엔터테인먼트가 만드는 히어로 물 '프로디걸'로 할리우드 진출을 앞두고 있다.)

지금 각색중이다. 1차적인 목표는 내년 말 촬영이 예정되어 있다. 예산이 적지는 않다. 3~4천달러보다 높다. 시기는 조율될 수 있다. 만약 더 늦어진다면 현재 한국에서 준비하고 있는 작품도 있어서 순서는 바뀌어질 수 있을 것 같다.

김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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