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에 돌아온 ‘친구’ 곽경택감독(상)
12년만에 돌아온 ‘친구’ 곽경택감독(상)
  • 이희승
  • 승인 2013.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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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오성과 서로 조심하고 상처 안주려 애썼다”

【인터뷰365 이희승】이북을 고향으로 둔 한 남자가 있었다. 17살 때 내려와 갖은 고생 끝에 첫 아들을 얻었다. 그의 나이 34살이었다. 그 아들은 듬직하게 자라 의대생이 되었지만 고작 1년을 다니고 “CF감독이 되겠다”며 학교를 뛰쳐나왔다. 호기롭게 성공하겠다던 아들은 충무로에서 온갖 고생을 경험하더니 이번에는 미국 유학을 고집했다. 어린 손주의 재롱이 한참이 시기였다.
아버지는 뉴욕으로 유학을 가는 아들에게 “대신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유학생이 되거라”며 학비 외에는 한 푼도 지원하지 않았다. 아들도 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학업와 육아를 함께 책임지면서 성적 상위 3%에게만 영화를 찍게 만드는 학교에서 졸업 작품을 완성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비단길 같은 성공은 없었지만 꽤 의미있는 결과물이 필모그래피로 쌓이면서 그는 마침내 ‘감독’의 자리에 올랐다. 꽤 독특한 데뷔작(‘억수탕’)과 흥행역사를 바로 쓴 영화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던 것.
충무로 이야기꾼 곽경택 감독의 이야기다. 그의 모든 영화들은 시나리오 과정부터 아버지의 혹독한 질타와 검열을 거쳐서야 시작된다고 하니 12년 만의 속편 ‘친구2’가 얼마나 고난한 길을 걸어왔는지 충분히 가늠이 된다.
“엔딩에 대한 고민을 같이 했다. 아버지가 지적한 부분은 당시에는 반기를 들었을지 몰라도 결국은 찍었다. 게다가 곧 군 입대를 앞둔 아들은 현장 편집본이라도 보여 달라고 난리였다. 개봉 때는 군대에 있으니 어떻게 찍었는지 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다나. 아버지와 아들이 나의 피를 말리면서 탄생한 영화가 ‘친구2’다.”
지난 2001년 개봉한 ‘친구’는 수많은 유행대사와 800만 명이라는 기록적인 관객 수로 화제를 모았다. 적어도 10년간은 비슷한 아류작들이 수없이 탄생했다는 점에서 ‘친구’의 탄생은 기념비적인 영화로 꼽히고 있다. 실제 부산 출신인 곽경택 감독이 찍은 부산 조폭의 우정과 비애는 수많은 남성들의 영혼을 울렸다. 분명 그 생생한 사투리와 부산 거리 곳곳의 바다 냄새는 감독의 고향이 아닌 곳에서는 나오지 않을 시너지였다.
‘친구2’의 탄생도 2012년 당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러 가기 위한 차안이었다고 하니, 부산과 곽경택 감독, 그리고 영화로 이어지는 결과물에 대한 기대치는 한껏 달아오른 상태다. 게다가 오는 14일 개봉을 앞둔 ‘친구2’는 그가 표현한 대로 ‘대부2’의 오마주에서 시작했다. 17년 만에 친구의 아들을 만난 준석(유오성)의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인터뷰를 끝날 말미에서야 이 영화가 곽경택 감독이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사랑의 결과물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친구’의 팬들은 2편 제작 소식에 대해 그리 호감이질 않았다. 당시 주요 관객층이 중년이 되어서인지, 준석의 힘 빠진 모습을 보기 싫어하는 게 아닐까.
‘친구2’에 대한 인터뷰를 소화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김우빈 캐스팅에 대한 건데 이런 질문을 들으니 반갑다. 그 다음으로 자주 받은 질문이 ‘부산에 내려가다 든 생각에서 출발한 시나리오인데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나?’였거든. 내려가는 차안에서 재미삼아 이야기를 한 건데 반응이 좋아서 투자와 캐스팅, 촬영이 들어가게 된 거다. 반응을 보니 도리어 현재 20대 관객들의 기대가 크다더라.


12년 전인 2001년작 ‘친구’(위) 그리고 2013년작 ‘친구2’(아래)


그때가 영화 ‘미운 오리새끼’의 무대인사차 부산에 가는 차안이라고 들었다.
고속도로가 주는 묘한 분위기가 있지 않나. 뭔가 죽죽 달려 나가는데, 내 옆의 풍경들은 휙휙 사라져 가고. 그때 때마침 추석 때 TV에서 ‘대부2’를 다시 본 여운이 있어서 ‘준석이가 지금쯤 나오면 20년이 지나서인데 그 기분이 어떨까. 젊다는 소리를 듣다가 중년 후반부쯤 나오면 들어갈 때와 다르다는 걸 단번에 알 텐데 대가리가 되기 위한 공격일까, 삶에 대한 수긍일까’를 상상했다. 당연히 전자라고 봤다. 준석은 그런 피를 타고났으니까. 1편에 화장실에서 동수(장동건)과 준석이 싸우는 장면이 잠시 나온다. 거기서 갑자기 문이 열리며 한 여자가 배시시 웃으며 “앗, 미안. 내 쉬 좀 하려고.”하고 들어온다. 그때 열 받은 상황에서 동수가 걔하고 사고를 쳤다면 그 아이는 어떻게 자랐을까를 생각했다.


꽤 자극적인 출발이다.
이야기꾼의 본능이랄까.(웃음) 남자 둘이 험악하게 싸운 후의 상황에서 꼬실 수 있는 당돌한 아이의 유전자와 반항심과 자격지심이 남다른 동수의 유전자를 타고 난 아이라고 생각해봐라. 아마 건전하게 잘 성장할 가능성도 있었겠지만 주먹질 하고 돌아다니지 않았을까. 그러면서 두 캐릭터가 형성된 거다. 그러다 세월이 흘러 준석이 나올 때가 될 때쯤 자신의 아이를 부탁하는 거다. 기억도 가물가물한 여자가 갑자기 찾아봐서 친구의 아들을 들먹이는데, 하필이면 옆 감방에 있다니 궁금한 거지.


그후 어떻게 진행됐나?
일단 차안의 반응이 나쁘지 않아 지금의 영화 제작사인 대표를 해운대 그랜드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그냥 말만 들어보라고 대충 스토리를 말했더니 “무슨 영화 이야기예요?”해서 “‘친구2’야” 했더니 하자는 거다. 그래서 내가 “드라마로도 한 번 했고, 10년이나 지난 영화를 누가 관심이나 갖겠냐?”고 반문했더니 일단 써서 보자는 거다. 영화제 기간이라 밤에는 내내 술먹고, 아침에 일어나서 끄적거리며 골격을 완성했다. 원래 아침에 글을 쓰는 편이기도 하고.(웃음)


시나리오는 10일 만에 나왔다고 들었다.
당장 얼마를 어떻게 하겠다는 게 아니라 정식으로 투자에 관심 있다는 회사가 나타났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당시 수중에는 30만 원뿐이었다. 그 길로 베어스 타운에 쌀 하고 부식만 사서 1고를 탈고했다.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결국엔 (유)오성이도 동의했고, 다른 캐스팅도 조심스럽게 한 사람씩 진행했다. 결과적으로는 개봉까지 1년이 걸렸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서둔 게 하나도 없다. ‘친구2’를 하면서 감독 17년 만에 기획의 무서움과 중요성을 절감했다. 이래서 다들 2편을 찍는구나 싶었고. 나는 언제나 기획에 탄력이 붙은 상황에서 들어갔었는데, 신기하더라. 하지만 분명한 건 과정은 쉽지 않았다는 거다.


그 중심은 아무래도 주연 배우인 유오성과의 관계가 있었을 것 같다. 절친이었지만 영화 ‘챔피언’으로 법정까지 간 사이다. 수익문제였던 만큼 꽤 요란했었고.
분명 쉽지는 않았지만 둘 다 요령이 있는 상태에서 들어간 건 있다. 서로 조심하고 상처 안 주려고 노력했다. 프로답게 할 일 하자고. 촬영 현장에서 흔히 한두 잔 하는 술자리도 일부러 잡지 않았다. 괜히 술 마시고 이성 통제가 안 된 상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으니까.


깊게 들어가 보자. ‘홍보성’ 친분은 절대 아니다?
감독은 안다. 배우가 얼마나 자기 분량을 열심히 연습하는지. 이건 처음 밝히는 건데, 첫 촬영부터 예뻐 보였다. 하지만 가장 애정이 폭발한 건 장례식장 촬영분이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그 신의 오성이 표정은 단연 최고다. 너무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오죽하면 평소 모니터링도 안하고 감독이 만족했으면 됐다고 했던 애가 “곽 감독, 나 이거 모니터로 좀 봤으면 해”하기에 보여줬더니 자기도 만족하더라. 정말 짜릿했다.


애정이 뚝뚝 흐른다.
뭐랄까. 치열하게 해서 여기까지 왔구나 싶더라. 첫 촬영이 극중 혜지하고 면회 장면 찍는 건데 자기 조율을 확실하게 해 놓고 왔다. 감정을 표시 안내고 꾹꾹 누르는 연기를 보여주니, 감동을 안 할 수가 없던 거지.


‘친구2’ 촬영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곽 감독


극중 잔인한 면이 없지 않았다. 전기톱 장면은 특히.
내가 보진 않았지만 들었던 이야기가 하나 있다. 수년 전에 남포동 한가운데서 반대파 조직원을 잡고 그 자리에서 톱으로 자릴 잘라 버렸다는. 그때 주변 사람들이 기겁하고 난리가 아니었단다. 시내 한복판에서 얼마나 무섭고 대범한 행동인가. 솔직히 고민도 많았다. 1편에서 내가 받았던 가장 기분 좋았던 평가가 한국형 느와르의 진수와 액션을 한 단계 높였다는 거였거든. 2편은 수위의 문제라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새로운 걸 보여주는 건데 머릿속에는 딱 두 가지 뿐이었다. 준석이는 백주 대낮이 배경일 것, 속도는 전광석화 같을 것. 괜히 칼 몇 번 쓰고 하다가 다른 조직원들 우르르 오면 더 작살나는 거니까. 근접할 수 없게 만들어야 고민하다가 전기톱이 생각난 거다.


그 장면에 반대는 없었나?
뭔 소리. 요즘 젊은 사람들이 더 잔인하더라.(웃음) 스태프들이 “잘린 손을 준비하려는데 톱날이 손에 어디까지 박히냐?”고 물어보는 거다. 그래서 그냥 소리로만 해결하고 이미지로만 갈 거라고 했더니 특수분장 팀장이 촬영 당일 “혹시 몰라서...”라면서 덜렁거리는 손을 가져왔다. 나보다 수위가 높다.


병원을 배경으로 한 장면도 은근 무서웠다.
누군가를 담그기엔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공간이 역으로 먹힐 거라고 봤다. 그런데 병원이란 곳은 형광등이 너무 환해서 느와르 적인 장면이 안 나오더라. 그래서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불을 끄는 게 어떨까 싶었다. 그리고 마스크를 써서 성훈이의 눈만 보이게 하자. 죽여야 하는 대상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리게 해서 야수 같은 눈빛이 드러나게 만들었다. 그 장면에서 김우빈이 정말 잘 했다.


그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는 건가.
영화라는 게 자기복제하면 죽음이다. 새로울 것, 아니면 진실할 것 이 두 가지는 기본이다. 게다가 ‘친구2’는 전작에 뿌리를 뒀기 때문에 기술적인 새로움이 분명 필요했다. 나는 느와르에 강한 편이니 항상 그런 고민만 한다. 감독으로서는 그런 반복 훈련이 많이 도움되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는 스태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성훈이의 캐릭터는 현장에 아빠 없이 자란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자신이 자라면서 경험한 정서를 많이 나눠줬다. 극중 “아버지가 아니라 어른 남자”라는 것도 그들한테서 나온 대사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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