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는 한국 영화 흥행 공식...'틈새시장'과 '미시담론'
바뀌는 한국 영화 흥행 공식...'틈새시장'과 '미시담론'
  • 김리선 기자
  • 승인 2019.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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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 '치킨게임'의 과열 양상 속에 겨울 성수기 시즌 피한 '말모이', '틈새시장' 공략 성공
-무거운 거시적 담론에서 탈피해 소소한 웃음만으로 관객몰이에 성공한 '극한직업'
영화 '극한직업'/사진=CJ

[인터뷰365 김리선기자] 지난해 극장가 성수기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 내놓은 대작영화 성적은 부진하다 못해 '참담'했다. 메이저 투자 배급사에서 세편의 대작 영화들을 동시기에 쏟아낸 탓에 모두 흥행에 쓴맛을 봤다. 

이 같은 극장가 '치킨게임'의 과열 양상 속에 작은 영화지만 틈새 시장 공략에 성공한 영화 '말모이'와 무거운 사회적 이슈에서 탈피해 소소한 웃음으로 천만 관객 돌파에 성공한 코믹 형사물 영화 '극한직업'의 성공 사례가 주목된다. 

25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9년 1월 한국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1월 한국영화는 전년 동월 대비 15.0% 감소한 1195만 명을 기록했다. 외국영화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0.5% 감소한 617만 명을 기록한데 그쳤다. 

이는 '마약왕'(쇼박스), '스윙키즈'(NEW), 'PMC: 더 벙커'(CJ) 등 제작비 150억 원 이상의 대작영화 3편이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동시기에 개봉하면서 과당 경쟁을 펼친 탓이다. 결국 3편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어서지 못했다. 

영화 '말모이'/사진=롯데

이러한 가운데 영화 '말모이'(롯데)의 행보가 주목된다. 롯데는 영화 '말모이'를 국내 메이저 투자배급사 겨울 성수기 영화 중 가장 늦은 시기인 1월 9일 개봉을 택했다.

그 결과 268만 명의 관객을 동원, 1월 전체 흥행 순위 2위에 올랐고, 286만 명(2월16일 기준)의 누적 관객을 기록해 손익분기점(280만 명)을 넘어서며 조용한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김성희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정책연구원 객원연구원은 "크리스마스 시즌의 치열한 삼파전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 1월 초 개봉을 택한 것이 손익 분기점을 넘길 수 있었던 주된 이유"라고 분석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대작영화가 한꺼번에 몰린데다 흥행까지 부진하면서 1월 초 부터 '극한직업' 개봉(1월 23일)전까지 2주간의 한국영화 틈새시장이 생겼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백까지 더해지면서 '말모이'와 '내 안의 그놈'(메리크리스마스)이 선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것. '내 안의 그놈' 역시 개봉 12일 만에 제작비를 모두 회수했다.  

이 결과 1월 전체 영화 흥행 순위에서 '말모이'는 268만 명으로 2위에, '내 안의 그놈'은 189만 명으로 3위에 올랐다. 

전체 흥행 상위작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9년 1월 한국영화산업 결산'

'스타 배우'의 출연이나 블록버스터급 '대작' 중심의 흥행 공식도 깨지고 있다. 올해 1월 전체 흥행 1위는 이 기간동안 481명을 동원한 '극한직업'이었다. 순제작비 65억 원의 중급영화인 이 작품은 2월 25일 현재 1500만명을 동원, 역대 전체 영화 흥행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겨울 성수기에 볼만한 영화가 없어 영화 관람을 미뤘던 관객들을 극장으로 모두 불러 들였고, 설 대목 관객까지 모두 흡수하며 침체되어 있던 극장가에 새로운 활력을 안겨줬다. 

무엇보다 잠복수사를 위해 치킨집을 창업한다는 참신한 스토리와 여기에 '말맛'까지 어우러지며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었다.무겁지 않은 스토리와 코믹 요소는 웃음이 목말라 있던 극장가에 단비 같은 영화였다.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갈비인가 통닭인가"란 대사는 유행어로 떠올랐다. 

김성희 연구원은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을 전후로 개봉한 영화들이 사회비판, 분단, 민족이라는 거대담론을 테마로 삼았던 것과 달리 코믹 형사물 '극한직업'은 자영업자인 소시민을 소재로 삼았다"며 "이는 극장가의 헤게모니가 미시담론으로 이행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징표이기도 해 시사하는 바가 컸다"고 밝혔다. 

 

김리선 기자
김리선 기자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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