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현실을 전통 연희극 형식으로 그려낸 대전 마당극패 '우금치'의 서울나들이①
[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현실을 전통 연희극 형식으로 그려낸 대전 마당극패 '우금치'의 서울나들이①
  •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승인 2018.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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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극 '쪽빛 황혼'과 '천강에 뜬 달'
-"그래! 이것이 우리네 놀이였고 예술이었어" 천도굿에 설움 북받쳐...'쪽빛 황혼'
쪽빛 황혼 사진=우금치
대전 마당극패 우금치의 '쪽빛 황혼'/사진=우금치 공식 홈페이지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우리 전래의 관혼상제와 굿. 그 의식과 제례 자체가 연극이었다. 대학로예술극장(7~12일)에서 공연중인 대전 마당극패 우금치의 '쪽빛 황혼'은 잊혀져 가는 우리네 정한을 우리 춤과 소리, 몸짓으로 구성지게 그려내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어느새 현실이 된 노인 문제에 초점을 맞춰 요즘의 세태를 드라마로 삽입했으나 그 부분이 없어도 굿과 춤, 창과 사설, 그리고 국악으로 '토털씨어터'를 구현해냈다.

서울에서도 보기 드문 이런 연희단이 대전에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서울 초청을 하지 않았다면 접하기 힘든 소중한 공연이었다.

문제는 이리 귀한 우리 문화유산이 방치되거나 맥이 끊기고 있다는 것이다. 30~40년 전만 해도 허규 선생이 이끈 극단 민예 등이 우리 전통의 계승과 현대화에 힘써 '물도리동' 등 걸출한 연희극을 공연했다.

그런데 지금은 국공립에서조차 전통 연희를 소홀이 다루고 이를 응용한 창작극도 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의 마당극패 우금치가 1990년 창단 이후 30년 가까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것은 놀랍고 숭고한 일이다.

첫 작품 '호미풀이' 부터 '돼지잔치'에 이르는 우금치 표 마당극은 민속 연희를 계승하여 우리 시대의 이야기를 축제처럼 펼친다는 점에서 대중 친화적이다. 또한 한국인의 신명을 끌어내 누구나 어깨춤을 추게하는 마력이 있다.

우금치에는 류기형 예술감독이 있다. 올해 대전에서 열린 대한민국 연극제 개막행사에서 뛰어난 기획력과 연출력을 드러낸 그는 사라져가는 "전통연희를 발굴, 계승하여 가장 한국적인 연극을 만들어내는 연출가"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40여 편의 마당극을 직접 쓰고 연출하고 북채까지 쥐는 귀한 인재가 어디 또 있을까 싶다.

마당극 '쪽빛 황혼' 포스터

이날도 개막 전 공연안내를 하며 남성 춤사위 한동작을 했는데 거기에 우리 얼과 흥이 응축되어 있었다. 말로만 듣던 우금치 마당극을 서울에서 두 편이나 본 이번 여름은 행복했다.

'천강에 뜬달'이 사회적 메시지가 강했던데 비해 '쪽빛 황혼'은 노인 문제를 백년해로한 부부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로 풀어내 중장년 관객들에게 절실하게 다가왔다.

탄생마당의 해학이 춤과 잘 어울렸고 당산제의 미장셴도 멋졌다. 라스트의 천도굿은 마당극의 압권이었다. 만가, 지전무, 길닦음으로 노인부부의 극락왕생을 축원하는 북춤과 풍물굿에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 이제 그 고비가 되어서인지 우리 것이 더 절실하고 입에 맞았다.

우금치에는 이주행과 김황식 등 전통 기예와 현댁극의 연기력을 두루 갖춘 숙련된 배우 10여명이 마당극을 천직으로 여기고 혼신을 다하고 있다.

류기형·이주행·김황식·함석영·성장순·임창숙·이신애·이광백·김시현·이상호·김연표·박지현·김미희·김강산·김성일·김산하·이동혁 등이 우금치 사람들이다.

유급으로 이들을 끌어가는 단체의 힘도 대단하지만 20대 젊은이들이 전통에 뛰어들어 마당극을 지키고 전국을 찾아다닌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이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의상과 소도구를 보며 돌아가신 이병복 선생님 생각이 났다.

그래 “이것이 우리네 놀이고 예술이었어”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무대였다.

쫓빛 황혼 아래 왼쪽부터 김황식 정중헌 이주행
대전 마당극패 우금치의 '쪽빛 황혼' 배우들과 함께한 필자. 배우 김황식(왼쪽)과 이주행(오른쪽)

이어서 ▶[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대전 마당극패 '우금치'의 서울나들이②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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