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추리극 '쥐덫', 친밀감 높았던 공연...디테일은 아쉬워
[리뷰] 추리극 '쥐덫', 친밀감 높았던 공연...디테일은 아쉬워
  • 서영석
  • 승인 2018.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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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탤런트 극단 창단공연 '쥐덫', 유명 배우들 한자리에
연극 '쥐덫'/사진=MBC 탤런트 극단

[인터뷰365 서영석 칼럼니스트] 연극 '쥐덫'은 MBC탤런트 극단 창단 공연이다. 8일 대학로의 SH아트홀에는 낮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MBC 탤런트 극회의 위상을 입증하는 듯 1층의 좌석은 거의 차있었다.

막이 열리자 평소 TV를 통해 낯익은 배우들의 출연으로 여느 공연과는 달리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다. 100여 분의 시간이 물결처럼 흘러 지나갔다. 관객들의 환호와 힘찬 박수를 받으며 공연은 막을 내렸다.

시연회에 이은 두 번째의 관람인데, 다소 미습한 부분이 눈에 띄었던 시연회 때와는 달리 역시 며칠 간의 공연으로 앙상블에는 많은 발전이 있었다.

방송에서는 20여 년 경력의 연기자들이지만, 이 공연을 위해 배우들이 장장 3개월간의 피나는 연습으로 무대 연기를 다졌다고 한다. MBC탤런트 극단 창단 공연을 위해 뭉친 이들의 열정을 느끼게 해주는 공연이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쥐덫'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폭설과 추위로 외부와 단절된 게스트하우스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담고 있다. 

신혼부부 몰리와 자일즈는 친척에게 물려받은 집을 게스트하우스를 개업한다. 라디오를 통해 런던에서 중년부인의 살인사건의 뉴스가 나오고 투숙객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폭설에 가까운 눈으로 상황은 극한으로 몰리고, 예약을 하지 않았던 손님도 들어온다.

더욱 거세진 눈보라로 인해 게스트하우스는 고립되고 경찰로부터 형사를 보냈다는 전화가 오고는 전화도 끊어진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또 하나의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트로터 형사는 런던의 살인사건과 연관지어 투숙객 중에 범인이 있다며 수사를 펼친다.  

연극 '쥐덫' 공연 장면/사진=MBC 탤런트 극단

좋은 공연을 만들겠다는 의욕은 대단하지만, 의외로 많은 부분들이 눈에 거슬렸다. 이 공연의 특징은 극적 긴장감이다.

원작이 추리소설이기에 감동이나 카타르시스를 요구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겠기에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승부해야하는 공연에서 조그만 빈틈(디테일 연기)도 관객의 몰입도를 무너뜨린다.

배우들의 등장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너무 춥고 힘들었다"가 거의 공통의 대사인데 배우들의 연기에서는 전혀 추위를 타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고참 배우들 제외하고는 다른 배우들은 모두 이러한 상황을 놓치고 간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볼 때 첫 장면 대사만 들어도 그 연극의 전부를 관통할 수 있다는 어느 연극인의 말이 생각난다. '햄릿'의 첫 장면도 한 겨울 야밤에 보초 교대를 하는 대사인데 거기서 우렁찬 대사로, "넌 누구냐?"로 말하면 그 공연은 볼 것도 없단다. 상황이 한겨울 야밤인데 아무리 군인이지만 추위에 얼어서 대사를 해야지, 군인이라는 단순한 직업에 잡혀서 우렁차게 대사하면 출연 배우보다 연출에 신뢰가 안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공연 역시 이러한 부분에서 좀 더 세밀한 연기가 요구되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또 다른 장면 하나, 자일즈 랄스톤이 불을 더 때야겠다며 벽난로에 장작을 넣는 장면에서 그 안에 있던 장작을 맨손으로 잡아 옮기는데 전혀 뜨겁지가 않아보였다.  

물론 불이 안 붙은 장작이라는 설정도 가능하지만 극이 진행되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이고 그 추운 날씨인데 1시간이나 불 속에 있었던 장작에 불이 안 붙었을까? 이처럼 작은 연기에서 관객들은 상황이 가짜라고 느끼며 긴장감을 풀어버린다.

연극 '쥐덫' 공연 장면/사진=MBC 탤런트 극단

무대 연기는 오랜 시간 연습을 통해 작품 전체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고 서로 간의 호흡을 맞추고 배우간의 '약속'을 하는 것이 방송 연기와의 차별점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앙상블은 무대연기에서 첫손 꼽는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리액션은 방송 연기와의 가장 큰 차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듯 싶다. 두세 달씩 모여 연습을 하는 정당성도 서로의 호흡을 맞추는데 있다 하는 데에서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겠다.

배우들의 행동선에서도 특히 눈에 두드러지는 부분이 있었다. 극의 중 후반 트로터 형사(박형준 분)가 각각의 배우들에게 사건이 벌어질 당시의 위치를 취조(?)하는 부분에서 메카프 소령(장보규 분)과의 대사에서 형사가 대사 도중 무대 중앙 쪽으로 이동을 하여 소령의 리액션 연기를 완전히 지워버린다.

이는 결과적으로 소령의 반전에 대한 복선을 완전히 지워버리는 사태를 초래했다. 방송에서라면 소령의 리액션을 카메라가 잡을 수 있지만 공연에서는 상대 배우의 연기를 가려버리는 결과가 되어 버렸다.

연극 '쥐덫' 공연 장면/사진=MBC 탤런트 극단

어쨌든 일반 관객들이 보기에는 좋은 공연이었다. 무대에서 보기 힘든 유명 탤런트들의 모습을 무대 가까이서 직접 대할 수 있으니. 뭔가 꼭 집어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관객들에게는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작품이다.

또한 이 공연은 여러 명의 배우들이 번갈아 배역을 소화하기에 몇 번을 보아도 또 다른 매력을 만날 수 있을 듯하다.

무대 연기는 관객과의 싸움이다. 관객과의 시선 싸움에서 밀리면 공연은 '꽝'이 된다. 관객들의 얼굴이 두 개의 카메라로 인식될 때, 그 수백 대의 카메라와의 시선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을 때 비로소 옥동자를 순산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로맨틱코미디가 범람하는 대학로의 공연풍토에 오로지 훌륭한 '정극'으로 승부하겠다는 MBC탤런트극단. 정통 명품 공연으로 추리극을 선정했다. 인지도가 놓은 유명 배우들도 반 공인이라는 의식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차기 공연에는 창작극 정극 공연을 넌지시 권유하고 싶다.

창단 과정에서 무수한 고통을 감수하고 드디어 무대에 작품을 올리는 MBC탤런트극단의 창단을 축하하고 무궁한 발전과 공연의 계속적 성공을 기원해 본다./3월 25일까지 SH아트홀.

 

서영석

인터뷰365 기획자문위원. 극작가 겸 연극연출가로 극단 「에저또」를 거쳐 다수의 연극에서 연출, 극작, 번역 활동. 동양대 연극영화학과, 세명대 방송연예학과 겸임 교수를 지냈으며, 현 극단 「로뎀」 상임연출이자, 극단 「예현」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