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자연을 사실적으로 접근하는 김숙진 한국화가
[인터뷰] 대자연을 사실적으로 접근하는 김숙진 한국화가
  • 심은재 인터뷰어
  • 승인 2018.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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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 김숙진 화백, 사계(四季)의 자연 풍경 주로 화폭에 담아
-중년 넘어 진로 개척...20여년간 전업화가 활동
-국전 등 다수 미술대전서 수상...중등 교과서에 작품 수록 '희소식'
대자연을 사실적으로 접근하는 김숙진 한국화가. 김 화백은 중년을 넘은 나이에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후 20년간 전업화가로 활동해왔다. 한국미술대전 등 유수 전시회서 다수 수상한 그는 대한민국미술대전 구상부문 한국화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김 화백은 "자신 있고 좋아하는 일을 취미로 살려나가면 길이 보인다"며 "꿈이 있다면 용기를 내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사진=인터뷰365

[인터뷰365 심은재 인터뷰어] 지금은 한국화로 통칭되는 동양화든 또는 서양화든 화가들의 작품에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소재가 자연 풍광이다. 한국화 가운데 채색화에 기초를 두고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소호(小湖) 김숙진(金淑鎭 1951∼ 전 대한민국미술대전 구상부문 한국화심사위원) 화백은 인간의 발길이 긴 세월을 오가며 다듬어놓은 산길이나 숲길이 있는 사계(四季)의 자연 풍경을 주로 화폭에 담는다.

김 화백이 작품의 소재로 찾아낸 길은 어딘가로 이어지는 꼬불꼬불 좁은 황톳길이나 숲 사이를 지나가는 오솔길이 많다. 아주 오랜 옛날 누군가가 발길을 옮기면서 만들어진 옛길은 한 줄기 건조하고 단순한 지형에 불과하지만 그에게 자연 속의 길은 인간들의 체취와 자연의 정취가 어우러진 소중한 작품의 혼이 되고 주제가 되고 있다.

김 화백의 초기 작품은 오곡의 하나인 만추의 고개 숙인 조밭의 풍경 등 극사실화로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특선을 비롯한 세 차례 입선작품을 선보였고 이어서 대한민국현대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한 작품도 조 밭의 풍경화였다.

전통 채색화의 원류 소재인 꽃에서 이야기가 있는 풍경 쪽의 소재로 옮겨 개인전과 수많은 그룹전을 통해 작품을 발표해온 김숙진 화백은 채색화의 대가 석당(石堂) 우희춘 화백 문하에서 미술수업을 시작, 전업화가로 활동해 온 지 20여년을 넘어서고 있다. 결혼 후 자녀의 성장기까지 한가정의 주부로 착실하게 소임을 다하고 중년을 넘어 비로소 자신의 진로를 개척해 한국화가의 입지를 세운 소호 김숙진 화백의 평범하지만 특색 있는 인생의 성취담을 들었다.

'잊혀진 세월' 전시 앞에서 
작품명 '잊혀진 세월' 전시 앞에서/사진제공=김숙진 

-가장 최근에 개인전이나 그룹전에 전시한 작품은 어떤 작품인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한국전업미술가협회가 한 해를 마감하며 주최한 '2017 한국미술전'에 녹차밭을 그린 '보성의 봄'이라는 작품을 출품했다. 산허리에 띠를 두른 녹차 밭은 긴 고랑이 모두 길이다. 유럽 궁전의 잘 다듬어 놓은 녹색의 정원목처럼 원경이 아름답지만 순백의 한지에 녹색을 찍어나갈 때마다 내 마음에는 고랑 사이사이 땀내 나는 인간의 숨결로 이어진 길이 보인다.

최근에는 유채꽃 핀 제주도 해안 길을 주제로 삼은 '제주도의 봄'이 2018년도 개정판 중학교2 음악교과서에 수록된다고 저작권 관리 대행회사에서 연락을 받았다. 모처럼 보람을 느꼈다.

작품명 '제주의 봄', 김숙진 

- 미술작품이 70, 80년대는 수집가들이 많아 화가들의 작품 활동이 활발했으나 점점 갤러리를 찾는 미술 작품 마니아들이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디지털 영상미디어의 다양한 발전과 현대적인 감각의 그래픽이나 디자인을 비롯한 상업미술 분야가 미술시장의 큰길을 차지하면서 순수 미술이 고전화 된 듯한 경향으로 관심을 끌지 못하게 된 것으로 본다.

-요즘은 화가들의 개인전이나 그룹전을 통해 판매되는 작품에 대한 평가(가격) 기준을 어떻게 책정되는가?

대개 엽서 크기를 한 호의 기준으로 삼아 작가에 따라 호당 가격이 천차만별로 정해진다. 대다수 화가들이 소속된 한국미술협회에서 회원들의 활동 이력에 따라 호당 어느 정도인지 평가 기준을 마련해두고 있으나 실제는 참고 사항일 뿐 그대로 적용되는 경우가 드물다. 대체로 작가로서의 지명도와 성공도, 작품의 독창적인 예술성을 두고 미술계 안팎에서 인정하는 기준이 있지만 미술작품 거래 수집시장의 오랜 침체로 소수의 대가들 외에는 제대로 된 작품 평가와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분야는 신문이나 전문지의 공모 창구가 작가 데뷔의 관문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화가도 대한민국미술대전(과거 국전으로 약칭) 등 권위 있는 공모 전시회가 화가 지망생들의 활동 출발점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품명 '만삭의 추경', 김숙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는 특선을 포함해 세 차례 입선했고 대한민국현대미술대전은 최고상인 대상을 받은 이력이 돋보인다.

그런 공모 미술전의 입선이나 수상 경력이 화가로 평가받고 작품의 가치 기준으로 생각하던 시대는 지났다. 화가의 독창적인 작가 정신과 작품의 품격 있는 표현세계가 작품을 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예술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감동의 느낌으로 전달되지 않으면 경력이 화려해도 작품이 시선을 모으지 못한다. 같은 화가의 작품이라도 주제와 표현형식 등 내용에 따라 평가와 관심이 달라진다. 20여년 그림을 그리며 살았지만 여전히 나는 프로보다 아마츄어 세계를 넘어서지 못한 것은 아닌지 작품이 완성될 때마다 작품 활동에 대한 스스로의 고뇌와 성찰 시간이 깊어진다.

-시작하게 된 것은 전공의 연장선인가?

아니다. 막내 아이의 대학 입학 전까지 집안일에 충실한 평범한 주부로 살았다. 내가 비로소 좋아하던 취미생활을 선택해 치열하게 못다 이룬 꿈을 향해 깊숙이 들어가 보자는 생각은 자식들의 학업 뒷바라지를 마치면서 맞이했다.

작품명 '농가의 뒤뜰', 김숙진 

-미술은 기초과정부터 수업 과정이 필요하다. 독학으로 이룰 수 있는 분야가 아니지 않은가?

나의 형제들이 손을 통한 재능들이 좀 남다른데 나의 화가 지망은 타고난 소질이 어느 시기에 밖으로 노출된 거와 같다. 먼저 서양화보다 동양화인 한국화 쪽에 관심이 많았고 시대적으로 수묵화보다 채색화 쪽의 활동 영역이 넓다는 자각에서 채색화 분야의 대표적인 작가인 원로 화백 석당 우희춘 선생의 문하에서 미술수업을 시작했으니 독학은 아니다. 석당 선생은 한국화의 다양한 장르에서 많은 작품을 남기셨는데 중년이후는 주로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문화재급 유물을 주제로 한 극사실화를 발표해 전통 한국화의 독창적인 경지를 개척한 분이다. 나도 20여 년을 두고 창작활동을 해왔지만 아직도 그분과는 사제지간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술인들은 소속된 단체가 많은 것 같다. 부담이 큰 개인전보다 주로 소속 단체들이 주최하는 그룹 전시회를 통해 작품을 발표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단체에 소속되어 활동하는가?

누구나 협회에서 정한 자격이 인정되면 한국미술협회 회원으로 가입이 되고 또 많은 미술인들이 장르별이나 동우회별, 각종 미술상 주관 단체나 활동 지역별로 운영되는 다양한 미술 단체에 가입해 그룹전에 참여하고 있다. 나의 경우는 석당 화백 제자 출신 화가들이 창립한 창석회를 비롯해 미술협회, 한국전업작가협회 등 작품 전시활동을 함께하는 소속 단체가 6, 7개쯤 된다.

-개인전은 몇 번이나 개최했는가?

KBS 본관에 있는 갤러리를 비롯해 인사동에서 몇 차례 개최했다. 요즘은 대다수 화가들이 개인전 개최에 따른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그룹전 참가로 새 작품을 선보이는 경우가 많다. 나도 특별 초대전이나 일부 해외 전시를 비롯해 국내 미술단체나 소수의 그룹전 출품 횟수는 지난 20여 년 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왼쪽 맨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작품명 '능선 따라 가는 길', '산길', '보성의 봄', '천년의 흔적'. 김숙진 화백은 길을 주제로한 작품을 많이 선보이는 이유에 대해 "길은 인간의 이동경로이며 삶의 흔적"이라며 "옛길이 있는 자연 풍경은 하나의 스토리를 품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김숙진 제공

-작품의 소장자 가운데 소개해주고 싶은 단체나 개인이 있다면.

개인전 때 겨울 숲속의 하얀 눈이 내린 능선 고갯길을 소재로 한 작품 '산 길'을 영화배우 장미희 어머니인 최숙희 여사가 전시장을 들어서면서 첫눈에 낙점해 기억에 남는다.

-이제 '길'을 작품의 주제로 집착하게 된 동기를 듣고 싶다.

길은 인간의 이동경로이며 삶의 흔적이다. 그냥 아무 것도 없는, 인간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자연 풍물은 그냥 보이는 그대로 한 폭의 정물화와 다를 것이 없지만 꼬부랑길이나 들판을 가로지른 길, 아직도 도로가 되지 않고 남아 있는 옛길이 있는 자연 풍경은 하나의 스토리를 품고 있다.

들길이든 산길이든 조건 없이 그냥 길이 있는 풍경이 편안해 보이고 좋다. 초기에는 꽃에 집착하고 이어서 선조들의 손때 묻은 집이나 장신구, 농기구, 정자 등 옛집을 두리번거리며 찾아다니다가 길을 소재로 한 작품에 미련이 가고 집착을 하면서 그게 내가 가야할 길인 것처럼 길이 있는 풍경 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김 화백의 지난 성장 이력은 취미로 그림에 입문해도 언젠가는 전업작가, 직업작가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를 체험을 통해 보여준 롤 모델로 볼 수 있다. 젊은 시절 같은 처지의 후배 주부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누구나 살면서 언젠가 하고 싶은 꿈도 있고 하고 싶은 취미생활이 있지만 용기를 내지 못해 포기해 버린다. 분명히 남들보다 뛰어난 자신의 숨은 모종의 소질이 있다면 그 잠재 소양을 살린 취미활동의 계기를 어느 시기에 과감히 실행해야 한다. 자신 있고 좋아하는 일을 취미로 살려나가면 반드시 어느 지점에 전문가의 입지로 오르는 문이 열리게 되어 있다. 한 분야에서 인정받고 평가 받는 인물들이 초기에는 아주 높고 먼 곳 사람으로 보이지만 점점 가까이 다가와 동료 선후배가 된다는 것을 느낄 때가 온다. 좋아하는 공부를 평생한다는 생각을 하면 어떤 직종의 분야에서든 결실을 거두면서 지루하지 않고 즐기며 성장의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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