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어송라이터 ‘앨리샤 키스’ 삶과 음악에서 탄생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 2024년 토니어워즈 13개 부문 노미네이트 & 2025년 그래미어워드 뮤지컬 앨범상 수상
인터뷰365 주하영 칼럼니스트 = 성장에는 계기가 있다.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불리는 어른과 아이 사이에 놓인 청소년기의 혼란 속에서라면 더더욱 미숙함과 모호함으로 흔들리는 불안정한 삶을 붙들어줄 무언가를 찾아야 할 필요가 생긴다.
터질 듯 들끓는 욕망, 질식할 것 같은 답답함, 채워지지 않는 욕구로부터 벗어나 온전히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일은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이 되곤 한다.
예술은 종종 분출될 곳을 찾아 헤매는 폭발적인 감정과 혼란, 상처, 절망의 훌륭한 출구가 되어준다.
부정적인 모든 것과 긍정적인 모든 것이 교차하며 이야기로, 음악으로, 춤으로, 그림으로 승화되고, 누군가의 감정이 창조한 그 무엇이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되어 삶을 견디도록, 보다 성장하고 깊어질 수 있도록 만드는 전체의 과정은 예술이 품은 긍정적 측면이다.
자신이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자신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모르는 채로, 무엇이 그토록 숨 막히고 고통스러운 것인지 혼란스럽기만 한 시기에, 감정을 표출하고 일정 거리를 확보하며 새로운 길을 찾는 예술의 변화와 치유로서의 기능은 어쩌면 청소년기에 가장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GS아트센터에서는, 그래미 어워드 17회 수상에 빛나는 미국 싱어송라이터 ‘앨리샤 키스’의 삶과 음악에 기반한 뮤지컬 '헬스키친(Hell's Kitchen)'의 한국 초연이 펼쳐지고 있다.
2024년 브로드웨이 개막 이후 2년 만에 빠르게 선보이는 세계 첫 라이선스 무대인 이번 공연은 뮤지컬 '헬스키친'의 작곡/작사가이자 프로듀서인 앨리샤 키스가 보컬 표현 하나까지 직접 디렉팅하는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전 세계 9천만 장이 넘는 앨범 판매량을 기록한 키스의 잘 알려진 히트곡들뿐 아니라 뮤지컬만을 위해 새롭게 작곡된 곡들을 만나볼 수 있는 뮤지컬 '헬스키친'은, 2023년 오프브로드웨이 초연 당시부터 호평을 받으며 총 2회의 공연 기간 연장을 거친 바 있다.
2024년 브로드웨이 슈버트 시어터에서 개막한 공연은 제77회 토니어워즈 13개 부문 최다 노미네이트를 기록했으며,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또 2025년에는 제67회 그래미어워드에서 최우수 뮤지컬 앨범상을 수상했다.
뉴욕 맨해튼 8번가에서 서쪽으로 허드슨강까지 이어지는, 타임스퀘어에 인접한 지역 ‘헬스키친’에 살고 있는 17세(한국 나이 18세) 주인공 ‘앨리’의 성장기라고 할 수 있는 뮤지컬의 탄생은 13년에 걸친 제작 기간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키스는 뮤지컬 창작 과정을 다룬 책 '헬스키친 비하인드 스토리'에서, 2000년대 초반 브로드웨이와 TV, 영화에서 흑인을 비롯한 다양한 인종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좌절감”이 작품의 시발점이었다고 설명한다.
언젠가 자신의 삶과 자신이 아는 공동체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을 제작하겠다는 막연한 생각은 2011년, 리디아 R. 다이아몬드의 희극 '스틱 플라이(Stick Fly)' 공연의 프로듀서 겸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작곡가로 참여하면서 조금씩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인종과 계급, 경쟁, 정체성을 다룬 작품에 매료된 키스는 독특한 시각을 가진 다양한 이야기를 창작하기 위해 설립한 AKW 프로덕션을 통해, 자신이 성장한 ‘뉴욕 헬스키친 공동체’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소망을 품었다.
처음부터 주인공이 “공동체와 예술, 정체성, 사랑, 성장에 대한 고민”을 품은 17세 소녀여야 한다는 것과 “무언가가 싹트기 시작하는 걸 느끼지만 그것이 무엇이 될지는 몰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던 키스는, 백인 싱글맘으로 자신을 키운 어머니 ‘테리아 조셉’과 어린 시절 자신의 경험을 작품의 뿌리로 삼았다.
1971년에 뉴욕대를 졸업하고 배우로 활동하던 키스의 어머니 테리아는 수입이 불안정한 예술가와 노인, 저소득 주민을 위해 45층 규모의 두 개의 타워동으로 건축된 임대 아파트 ‘맨해튼 플라자’에 1978년 입주했다.
몇 년 후, 비행기 승무원 크레이그 쿡과 사귀면서 임신하게 된 테리아는 친구의 도움으로 법률 보조원으로 일하면서 키스를 홀로 키웠다.
포르노 극장과 핍 쇼가 가득한 타임스퀘어에 인접한 헬스키친 지역은 아이를 키우기에 전혀 적당한 곳이 아니었기에, 테리아는 키스가 위험한 무리와 어울리거나 나쁜 사건에 휘말리지 않도록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
백인 싱글맘으로 마약과 매춘, 범죄가 만연한 90년대의 헬스키친이 품은 ‘위험’으로부터 흑인 혼혈 딸 앨리를 안전하게 지키고자 분투하는 엄격한 엄마 ‘저지’는 테리아에서 출발한 캐릭터이다.
하지만 꿈을 포기하고 딸을 보호하는 데에만 주력하는 저지와 달리 테리아는 연기를 그만둔 적이 없다. 테리아는 육아와 일, 무대 활동을 병행했으며, 리허설이 있을 때면 딸 키스를 데리고 갔다.
공연은 키스와 어머니가 “유대를 쌓는 통로”가 되었으며, 키스의 “세계관과 예술적 감각”에 큰 영향을 미쳤다. 키스가 성인이 되자 테리아는 연기 활동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연극과 TV, 영화는 물론 키스의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했다.
뮤지컬 '헬스키친'이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을 예정했을 때, 키스는 어머니에게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연극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어머니의 경력은 키스가 안정적으로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신뢰를 쌓는 데 도움을 주었다.
2011년, 키스는 퓰리처상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극작가 크리스토퍼 디아즈와 대본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작품이 뉴욕의 길거리 문화와 예술에 관한 완전한 경험이 되길 바랐던 키스는 ‘버킷드럼(bucket drum)’의 의미를 이해하고 ‘숨’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극작가를 원했다.
디아즈는 뉴욕이라는 도시의 음악적 레퍼런스와 문화에 익숙했고, 히스패닉계 남성으로서 흑인과 백인의 혼혈 여성인 키스의 시선에 더해 청소년기 주인공의 성장과 공동체의 배경에 다양성과 새로운 관점을 부여할 수 있었다.
디아즈는 키스에게 음악적으로 영향을 준 예술가들에 관한 이야기를 듣던 중 주인공 앨리에게 멘토가 될 선생님 캐릭터가 필요하다는 확신을 품었다.
입주민의 70퍼센트가 예술가들로 구성된 맨해튼 플라자의 공용 공간 ‘앨링턴 룸’에서 늘 같은 시간에 피아노를 치는 ‘미스 라이자 제인’의 캐릭터는, 키스의 성장에 지도를 아끼지 않았던 여러 여성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키스에게 연민과 우아함, 단단함을 가르쳐 준 ‘친할머니’, 맨해튼 플라자에 거주하면서 일곱 살의 키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준 ‘마가렛 파인’, 음악뿐 아니라 정치적 사고에 있어서 큰 영향을 미친 싱어송라이터·피아니스트 ‘니나 시몬’, 어떤 음악가로 성장할 수 있을지 실질적 본보기가 되어준 고등학교 음악 교사 ‘아지자 밀러’가 조합된 ‘라이자 선생님’은, 앨리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고 성장시킬 뿐 아니라, 삶의 의미를 찾고 추구하도록 이끄는 이상적인 멘토로 구축되었다.
또한 젊은 흑인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바라보는 미국 사회의 편견 속에서도 건물 외벽에 페인트칠하는 일을 하면서 성실하게 살아가고자 애쓰는 앨리의 첫사랑 ‘넉’과 더불어 흑인 공동체가 인내해온 인종차별의 역사를 노출하는 역할이 부여되었다.
앨리를 과보호하는 엄마 저지는 길거리에서 친구들과 함께 버킷드럼을 치면서 현실의 암담함과 좌절감을 표출하고 덜어내려는 ‘넉’이 딸과 가까워지지 못하도록 경찰 공권력을 동원한다.
저지가 보이는 과민반응은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는 예술가 ‘데이비스’와 사랑에 빠져 앨리를 임신하면서 꿈을 포기한 자신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기도 하지만, 백인으로서 흑인 남성을 바라보는 편견적 시선을 거두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라이자 선생님은 오디션과 공연으로 늘 부재한 아빠 데이비스를 대신해 흑인 문화와 역사의 연결고리가 되어준다. 라이자 선생님은 앨리에게 미국 사회에서 흑인이 겪어온 분노와 좌절, 슬픔, 질식의 역사를 예술로 승화하고 기억할 것을, 흐르는 강물처럼 멈추지 않고 삶을 지속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나갈 것을 당부한다.
헬스키친 맨해튼 플라자에서 보낸 키스의 어린 시절에 기반하지만, 사실보다 허구가 훨씬 더 많은 이야기는 “회복력, 꿈의 추구, 예술의 힘”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무엇보다 “엄마와 딸의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2015년, 뮤지컬 '렌트', '넥스트 투 노멀', '디어 에반 핸슨'을 연출한 마이클 그라이프가 합류하면서 엄마와 딸의 ‘갈등과 화해, 사랑의 서사’는 작품 전체의 축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그는 싱글맘과 딸의 사랑 이야기가 “예술적으로도, 사업적으로도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중심에 둔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극장을 찾는 대부분의 관객이 엄마와 딸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그라이프는 앨리의 성장에 필요한 비극과 관련해 여러 버전 중 멘토인 라이자 선생님과의 관계에 주목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앨리의 첫사랑인 넉을 통해 대변되는 흑인 남성이 겪는 억압과 비극의 서사가 초안에 있었지만, 모녀 관계라는 핵심 주제를 흐릴 가능성으로 인해 배제되었다.
대신 라이자 선생님과 넉의 넘버를 통해 흑인 공동체가 겪어온 차별과 편견, 배제의 역사를 투영했다. 학교가 끝나면 바로 집으로 돌아올 것을 요구하는 엄마의 통제 속에서 질식할 것 같은 답답함을 느끼는 앨리에게, 라이자 선생님은 음악적·문화적·인종적 유산을 탐구하고 개척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한편, 저지는 암사자와 같은 기백과 강인함에도 불구하고 반항하는 딸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몰라 실수도 하고, 후회도 하는, 취약한 면모를 가진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는, 앨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보호막’이 되어주었다.
늘 곁을 지키지 못하는 아빠 ‘데이비스’ 또한 무책임한 인물이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인물로 표현하려는 노력이 있었는데,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키스의 소울 발라드 곡 '이프 아이 에인트 갓 유(If I Ain't Got You)'는 데이비스가 딸 앨리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작곡한 노래로 등장한다.
뮤지컬 '헬스키친'의 가장 독특한 점은 히트곡들을 엮어 극의 이야기와 구조에 맞게 재구성하는 ‘주크박스 뮤지컬(Jukebox musical)’과 유사하면서도, 다른 독창적인 방식을 적용해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것이다.
키스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관객들이 자신의 히트곡을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 방식으로 듣게 될 것”임을 강조했는데, 기존 곡에 담긴 감정과 이야기가 다른 맥락에 배치됨에도 전혀 무리 없이 뮤지컬의 서사를 만들어내는 ‘넘버(노래)’로서 기능한다는 점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라이프는 '브로드웨이 인바운드'와의 인터뷰에서, 장면에 대해 논의한지 며칠 만에 새로운 곡을 완성하는 키스의 작곡가/작사가로서의 능력에 놀라움을 표하면서, “노래가 극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뛰어난 감각”을 가진 “재해석자”라고 칭송했다. 실제로 뮤지컬 '헬스키친'에서 빛을 발하는 노래들은 키스가 새롭게 작곡해 삽입한 곡들이다.
엄마와 싸운 앨리가 허드슨강을 바라보면서 자신 안에 꿈틀대는 무언가를 느끼는 넘버 ‘The River’와 저지가 딸을 과보호하는 이유가 드러나는 넘버 ‘세븐틴(Seventeen)’, 만화경처럼 다양한 내면의 색채와 교감하며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어 하는 넘버 '칼레이도스코프(Kaleidoscope)'는 뮤지컬 넘버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특히 키스가 오래전에 써두고 공개하지 않았던 곡인 ‘칼레이도스코프’는 앨리의 넘버로서 뮤지컬 '헬스키친'의 시그니처 송과 같은 역할을 한다.
키스의 전설적인 데뷔곡 '폴린(Fallin')'과 비공식적 뉴욕 찬가로 불리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Empire State of Mind)',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오른 최대 히트곡인 '노 원(No One)', 드럼비트가 두드러지는 파워풀한 '걸 온 파이어(Girl on Fire)’ 등과 같은 그래미어워드 수상곡들은 스트리트 댄스 군무와 결합해 90년대 뉴욕의 개성과 감각을 고스란히 무대로 불러온다.
오프닝 넘버인 '더 가스펠(The Gospel)'은 활기와 에너지가 가득한 헬스키친의 분위기를 담아내기 위해 5갤런 페인트 통을 엎어놓고 드럼 비트를 선보이는 세 청년을 강조하는데, 키스가 처음부터 중요하게 여겼던 이 ‘버킷드럼’은 “방법이 없는 곳에서 방법을 찾아” 음악을 만들어내려는 열정을 대변한다.
페인트 통을 드럼 대신 두드려서 사운드를 만드는 버킷드럼 연주는 1970~80년대 뉴욕에서 ‘래리 라이트’에 의해 처음 시작되었다고 한다. 킥과 스네어가 매우 강렬한 버킷드럼 연주는 편견을 지닌 대다수에게 “마약, 총, 갱단”과 같이 부정적인 이미지로 여겨졌는데, 협력 음악 감독인 릴리 링에 따르면 이들이 콘서트용 스네어 드럼을 들고 나타났다면 완전히 다른 취급을 받았을 것이라고 한다.
버킷드럼은 공공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로 경찰 신고가 가능했기 때문에 넉을 포함한 친구들은 맨해튼 플라자 경비나 경찰에 의해 연주를 제지당한다.
키스는 '헬스키친 비하인드 스토리'에서, 자신이 경험한 헬스키친에서의 시간은 대체로 긍정적이었지만 그곳을 미화된 모습으로 그려내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또 그곳에 내재된 갈등을 선정적으로 부각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에, 제작진은 뉴욕이 품은 모자이크와 같은 정체성과 인종 풍경을 솔직하게 담아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많은 브로드웨이 관객들이 뮤지컬 '헬스키친'이 “뉴욕과 뉴요커에게 보내는 헌사이자 러브레터”라는 데 공감을 표한 것은 그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한국 공연은 그러한 인종적인 다양성과 문화의 측면을 시각적으로 인식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댄스 앙상블의 역동적이고 폭발적인 스트리트 군무와 LED를 활용해 콜라주처럼 표현되는 맨해튼 플라자와 헬스키친 거리의 무대 연출, 라이브 밴드의 음악과 넘버의 힘만으로도 뉴욕의 느낌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엄마와 딸이 서로 대립하고 화해하며 더 견고해지는 이야기는 한국 관객에게 매우 익숙한 서사이지만, 누구나 경험하는 보편적인 것이기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된다.
갈등을 통해 엄마 저지는 딸이 스스로 판단하고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보는 일의 중요성을 인식한다. 한편, 딸 앨리는 언제나 자신의 곁을 지키며 희생해 온 엄마의 사랑과 보살핌에 감사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 또한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깨닫는다.
키스는 '시카고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앨리가 “삶의 어느 지점에서든 각자의 길을 찾으려 애쓰는 우리 모두를 대변한다”라고 설명한다. 성인과 아이 사이에 갇힌 청소년기의 혼란이 아니더라도 삶에서 길을 찾을 필요는 존재하고, 자신 안에 있는 열정과 꿈, 재능을 펼쳐서 더 큰 흐름의 일부가 될 책임과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주인공 앨리가 유명해지고 성공에 이르는 여정이 아니라 삶의 길을 찾아 스스로를 단련하는 노력을 하면서 예술을 통해 위로받고 치유받는 교훈을 얻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관객 또한 뮤지컬 '헬스키친'을 통해 각자의 맥락에서 위로와 치유를 경험한다.
드럼 비트를 심장 박동처럼 강렬하게 느끼거나, 멘토로서 위엄을 갖춘 라이자 선생님의 조언에 공감하거나, 앨리와 엄마 저지, 아빠 데이비스의 관계를 바라보면서 자신의 부모를 떠올리는 관객은, 뮤지컬 '헬스키친'의 이야기가 90년대 뉴욕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것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한다.
부당함 앞에서 느끼는 “분노는 마땅한 감정이지만 분노에 삼켜져서는 안된다”는 라이자 선생님의 가르침을 깊이 새긴 채로, 어둠을 마주하더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강물이 되어 담담하게 흘러갈” 것을 다짐하는 앨리가 관객을 향해 전달하는 성장 이야기는 모두의 ‘교훈’이 된다.
마치 관객이 “가장 친한 친구”인 것처럼 화자인 앨리가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쏟아내는 뮤지컬 '헬스키친'을 통해 우리 각자가 얻게 되는 감동은 무엇이 될까? 각자가 발견하는 즐거움과 기쁨, 깨달음은 무엇이 될까? 11월 8일까지 GS 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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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하영 칼럼니스트
앨리스(Alice 한국명 주하영)박사는 영문학자로 주목받을만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관람하고 리뷰를 써온 프리랜서 공연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상지대 겸임교수, 대림대 겸임교수, 한국외국어대 객원교수를 거쳐 현재 한국공학대학교 지식융합학부(교양교육센터)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월간 《한국연극》 편집위원과 한국연극평론가협회 편집위원 및 이사, 세계문화예술경영연구소 초빙연구원, 외국문학연구소 초빙연구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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