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하영 365칼럼] ‘존엄’한 삶을 위한 선택...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주하영 365칼럼] ‘존엄’한 삶을 위한 선택...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 주하영 칼럼니스트
  • 승인 202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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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박사의 문화로 보는 세상풍경]
- '냅코 프로젝트' 참여 독립운동가 ‘유일한 박사’ 이야기 기반 창작 뮤지컬
7.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공연 장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미국을 떠나 조국으로 돌아온 '유일형(유준상)'은 OSS에 한반도의 정세를 비밀리에 전달한다./사진제공=컴퍼니연작 & 올댓스토리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공연 장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미국을 떠나 조국으로 돌아온 '유일형(유준상)'은 OSS에 한반도의 정세를 비밀리에 전달한다./사진제공=컴퍼니연작, 올댓스토리

인터뷰365 주하영 칼럼니스트 = 신념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들을 뒤로 하고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자신의 안위를 보장할 수 없거나,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런 결정은 어려운 일이 된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 우리는 그런 선택을 한 영웅들을 발견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구원에 대한 기대를, 두려움을 이겨내는 용기를, 뜨거운 인간애를 불러온다.  

독일의 저명한 신경생물학자 게랄트 휘터(Gerald Huither)는 '존엄하게 산다는 것'에서, “자기 자신뿐 아니라 타인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내면의 나침반”이 바로 ‘존엄’이라고 말한다.

그는 “모든 인간에게는 무엇이 자신을 존엄하게 만드는지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삶에서 마주치는 관계들을 통해 “뇌 속에 깊이 잠들어 있던 내면의 나침반, 즉 존엄을 의식할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반드시 한 사람의 인생이 와르르 무너져 내려야만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휘터는 “성공 가도를 달리며 살아온 한 경영자가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존엄성을 결코 잃지 않았던 누군가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라고 덧붙인다.  

6.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공연 장면. 조국으로 돌아와 유일제약을 창립한 '유일형(신성록)'은 아픈 조선인이 없도록 약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한다./사진제공=컴퍼니연작 & 올댓스토리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공연 장면. 조국으로 돌아와 유일제약을 창립한 '유일형(신성록)'은 아픈 조선인이 없도록 약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한다./사진제공=컴퍼니연작, 올댓스토리

최근, 일제강점기 조선에 제약회사를 창업한 기업인이자 독립운동가로 활동한 ‘유일한 박사’의 삶을 모티브로 창작한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이하 스윙 데이즈)의 공연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정보기관이었던 OSS(중앙정보국CIA의 전신)가 미일전쟁 종식을 위해 주도한 비밀 첩보 작전 ‘냅코 프로젝트(NAPKO Project)’에서 ‘암호명 A’로 활동한 독립운동가로서의 유일한 박사의 삶을 조명한 뮤지컬 '스윙 데이즈'는, 2024년 초연되면서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제9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뮤지컬 '스윙 데이즈'는 작품의 모티브가 된 실제 인물 ‘유일한 박사’가 1926년, 미국에서 사업체와 재산을 정리해 조국으로 돌아와 설립한 유한양행 100주년을 맞이함과 함께, 보다 업그레이드된 무대와 촘촘해진 서사로 성공적인 재연을 선보였다.  

사진 5 -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공연 장면. 모든 상황을 ‘게임’으로 받아들이는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사업가 '유일형(박은태)'은 승리를 주도하는 ‘미스터 갬블러’로 불린다./사진제공=컴퍼니연작 & 올댓스토리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공연 장면. 모든 상황을 ‘게임’으로 받아들이는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사업가 '유일형(박은태)'은 승리를 주도하는 ‘미스터 갬블러’로 불린다./사진제공=컴퍼니연작, 올댓스토리

영화 '실미도', '공공의 적2', '한반도', '국화꽃 향기' 등을 집필한 김희재 작가의 첫 뮤지컬 도전작인 '스윙 데이즈'는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상당 부분 허구로 창작된 작품이다.

유일한 박사가 전쟁 종식과 한반도의 독립을 위해 구성된 특수 부대 작전인 냅코 프로젝트에 참여한 19인 중 한 명이었다는 사실은 1993년 OSS 기밀 문서의 해제와 함께 알려지기 시작했다.

가족을 포함한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암호명 A’로 조국 독립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고자 했던 그의 선택은, 혹독한 훈련을 마치고 ‘제1조 조장’으로 작전을 시작하려던 차에 일본이 항복하면서 프로젝트가 종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12 -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공연 장면. 유일 제약 전단지에 비밀 암호를 새겨 넣은 '유일형(박은태)'은 일본군의 수상한 움직임을 OSS에 전달한다./사진제공=컴퍼니연작 & 올댓스토리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공연 장면. 유일 제약 전단지에 비밀 암호를 새겨 넣은 '유일형(박은태)'은 일본군의 수상한 움직임을 OSS에 전달한다./사진제공=컴퍼니연작, 올댓스토리

김희재 작가가 여러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재미 한인으로 이미 성공한 사업가였고 아내와 두 아이가 있었던 50세의 나이에 “목숨을 걸고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독립운동에 뛰어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던 것이 작품의 출발이 되었다.

유일한 박사를 모델로 한 주인공 ‘유일형’의 캐릭터는 모든 상황을 승리를 겨냥한 ‘게임’으로 받아들이는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사업가이자 ‘미스터 갬블러’로 실제와 상당히 다르게 변경되었는데, 현실에 안주하는 삶에서 타인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결심으로 나아가는 ‘변화’가 극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었다.

프로그램북에 따르면, 1942년 OSS 자문회의에서 유일한 박사와 교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진 노벨문학상 수상 소설가 ‘펄 벅’의 캐릭터 또한 작전에 민간 자문을 제공한 사실과 달리 ‘OSS 요원’으로 보다 능동적으로 변경되었다.

냅코 프로젝트의 작전 대상지 역시 한반도가 아니라 ‘일본 본토 침투’로 변경되었는데, 주인공이 위태로운 환경에서 벗어나 안락함을 추구할 수 있었음에도 어려운 선택으로 기꺼이 투신하는 영웅적 면모를 부각하기 위해 “위험을 극대화”하고 “극적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설정상의 변화”였다고 한다.  

사진 1 -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공연 장면. 소년병들을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사용될 줄 알았던 마약성 진통제가 카미카제 작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유일형(유준상)'은 고뇌에 빠진다./사진제공=컴퍼니연작 & 올댓스토리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공연 장면. 소년병들을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사용될 줄 알았던 마약성 진통제가 카미카제 작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유일형(유준상)'은 고뇌에 빠진다./사진제공=컴퍼니연작, 올댓스토리

뮤지컬의 제목은, 유일한 박사의 영문 자서전에 삽입된 ‘단오(端午)’에 그네를 뛰는 장면 삽화 제목인 ‘Swing Day(스윙 데이)’와 냅코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부여된 암호명 ‘A’를 결합해 적용했다.

또 뮤지컬이 다루는 시대 배경이 미국에서 빅밴드 중심의 재즈가 유행하던 ‘스윙 시대(Swing Era)’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음악적으로 배경을 드러내는 스윙 비트의 곡들이 포함되었다.

서구 문화에서 ‘그네’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스윙(swing)’은 앞뒤로 흔들리며 땅에서 점점 멀어져 하늘로 향한다는 점에서 “신체적 구속과 사회적 인습으로부터의 해방”, 안도 혹은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정서적 피난처”로 많이 은유되어 왔다.  

스페인의 역사학자 하비에르 모스코소에 따르면, 그네를 타는 행위는 여러 문화 속에서 “정치적 폭풍, 사회 억압 구조, 개인적 비극으로부터 피신”할 수 있는 ‘일시적 공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그네가 회전축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에서 예속과 지배, 억압 또한 상징하게 되는데, 뮤지컬 '스윙 데이즈'는 두 가지 의미를 복합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네는 일제 식민지 치하에 있던 조선의 답답한 상황을 은유하기도 하지만,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적으로 맞설 수밖에 없었던 인물들이 공유한 어린 시절의 따뜻한 기억에도 자리하기 때문이다.  

2.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공연 장면. 조선 총독부 총독으로 취임한 '곤도(황만익)'는 유일 제약 수익의 절반을 자신에게 상납할 것을 요구한다./사진제공=컴퍼니연작 & 올댓스토리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공연 장면. 조선 총독부 총독으로 취임한 '곤도(황만익)'는 유일 제약 수익의 절반을 자신에게 상납할 것을 요구한다./사진제공=컴퍼니연작, 올댓스토리

미국에서 성공한 조선인 사업가로서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유일형’과, 조선 총독부 총독으로 취임한 일본인 아버지와 조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일본군 중좌 ‘야스오(보웅)’, 그리고 어릴 적 두 사람과 소꿉친구로 어울리면서 오랜 세월 일형의 사업 파트너로 함께한 ‘황만용’에게, ‘그네’는 새로운 세상을 향한 ‘열망’과 ‘자유’, ‘기대’를 품었던 따스한 ‘봄날’을 의미한다.

단오제에서 그네를 뛰면서, 떨어지지 않게 꼭 잡아주겠다고 약속했던 날의 우정과 평안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보웅(야스오)의 아버지 ‘곤도’로 인해 깨지고 만다.

사진 9 -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공연 장면. 유일형의 사업 파트너로 오랜 시간 함께한 '황만용(김승용, 왼쪽)'은 어릴 적 '야스오(고훈정)'의 모습을 기억하며 변해버린 것들을 안타까워한다./사진제공=컴퍼니연작 & 올댓스토리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공연 장면. 유일형의 사업 파트너로 오랜 시간 함께한 '황만용(김승용, 왼쪽)'은 어릴 적 '야스오(고훈정)'의 모습을 기억하며 변해버린 것들을 안타까워한다./사진제공=컴퍼니연작, 올댓스토리

너무 많은 것들이 변해버린 세상에서, 조선의 독립을 위해 OSS의 스파이로 한반도의 정세를 비밀리에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일형과 이를 쫓는 일본군 중좌 야스오의 대립은, 야스오의 아버지이자 총독인 곤도의 ‘카미카제 작전’을 향한 속셈으로 인해 더욱더 먼 길로 향한다.  

뮤지컬 '스윙 데이즈'가 겨냥하는 주제와 질문은 첫 장면에서 구체화된다.

상해 지사 임원들을 위해 미국 본사 창립 기념 파티를 화려하게 주최하던 일형은 도망친 조선 독립군이 파티장으로 숨어들었다면서 수색에 협조할 것을 요구하는 일본군 야스오와 마주친다.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한눈에 그를 알아본 일형은 승부사다운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모면한다.

3.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공연 장면. 일본군에게 쫓기는 가운데 동료를 잃고 일형의 파티장에 숨어든 ‘베로니카(나하나)’는 일형과 만용의 도움을 받는다./사진제공=컴퍼니연작 & 올댓스토리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공연 장면. 일본군에게 쫓기는 가운데 동료를 잃고 일형의 파티장에 숨어든 ‘베로니카(나하나)’는 일형과 만용의 도움을 받는다./사진제공=컴퍼니연작, 올댓스토리

일본군에게 쫓기는 가운데 동료를 잃고 어린 ‘노아’만을 데리고 일형의 파티장에 숨어든 ‘베로니카’는 일형과 만용의 도움을 받지만, 편안한 삶을 유지하면서 독립 자금 지원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여기는 일형을 향해 비난을 던진다.

“일단 살아야지. 왜 목숨을 걸어? 당신 같은 사람 한두 명 나선다고 뭐가 바뀌는데?”라고 맞서며 “나도 할 일을 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일형에게, 베로니카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믿고 있냐”면서 “나 같은 사람까지 목숨 걸고 뛰어들지 않으면 아무도 중요한지 모를 테니까!”라고 외친다. 아픈 노아를 일형에게 맡겨놓은 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다시 파티장 밖으로 나선 베로니카는 곧바로 일본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사진 14 -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공연 장면. 독립군 베로니카가 유일형에게 던진 질문과 비난은 매순간 그가 하는 선택에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사진제공=컴퍼니연작 & 올댓스토리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공연 장면. 독립군 베로니카가 유일형에게 던진 질문과 비난은 매순간 그가 하는 선택에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사진제공=컴퍼니연작, 올댓스토리

베로니카가 일형에게 던진 질문과 대답, 비난은 이후 일형의 행보에 ‘유령’처럼 그림자를 드리우며, 매순간 그가 하는 선택에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베로니카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그녀를 숨겨준 자신은 살아남았다는 부채감, 가진 것을 하나도 잃지 않고도 독립을 위한 성취 또한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은 그가 판단하고 선택한 모든 결과가 결국 그의 ‘승리’이자 그가 옳았다는 ‘증명’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연결된다.

뮤지컬 '스윙 데이즈'는 일형이 도전처럼 밀려드는 위태로운 상황들 속에서 옳은 선택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순간마다 베로니카의 ‘환영’을 무대에 함께 배치해, 그녀와 실제로 대화하듯 넘버(노래)를 통해 내면의 갈등을 드러내는 방식을 취한다.  

사진 10 -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공연 장면. 베로니카에 대한 죄책감과 부채감을 간직한 '유일형(유준상)'은 매순간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하고자 애쓴다./사진제공=컴퍼니연작 & 올댓스토리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공연 장면. 베로니카에 대한 죄책감과 부채감을 간직한 '유일형(유준상)'은 매순간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하고자 애쓴다./사진제공=컴퍼니연작, 올댓스토리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소중한 것을 지켜내겠다는 그의 다짐은, 점점 더 많은 생명을 헛된 죽음으로 몰고 가는 제국주의의 야욕이 불러온 위험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가운데,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해야만 하는 순간에 이르러 베로니카를 온전히 이해하도록 만든다.

모든 것을 던져서 희생해야만 하는 일, 승패 따위를 염두에 두지 않은 채로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나서야만 하는 길로 향하는 그를 막아서는 만용은 일형이 베로니카에게 던졌던 것과 같은 질문을 외친다.

“일단 살아야지. 너 하나 뛰어든다고 세상이 바뀔 거 같니?”라는 만용의 만류에 일형은 비로소 베로니카의 마지막 말이 담고 있던 의미를 깨닫는다.

목숨을 걸고 지키고 싶은 무언가, 확신이 없다고 해도 끝까지 모든 것을 던져야만 하는 무언가 앞에서 일형은 만용에게 대답한다.

“나 같은 사람 하나 뛰어들어서 하루, 또 누군가 뛰어들어서 하루, 그리고 또 하루, 그렇게 하루씩 앞당길 수 있을 것 같아서.” 

사진 11 -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공연 장면. '황만용(정상훈)'은 유일형을 구하기 위해 거짓 자백을 하고 총독부 형사과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는다./사진제공=컴퍼니연작 & 올댓스토리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공연 장면. '황만용(정상훈)'은 유일형을 구하기 위해 거짓 자백을 하고 총독부 형사과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는다./사진제공=컴퍼니연작, 올댓스토리

뮤지컬 '스윙 데이즈'는 어두운 시대에 성공을 향해 최선을 다하고, 자신이 이룬 것들로 안전한 울타리를 만들며, 선한 행보를 실천함으로써 세상에 기여한다고 자부했던 한 사람의 신념이 어떻게 더 넓고 깊은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 어떻게 다음 세대와 타인을 위한 더 큰 희생의 결심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의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일형의 마지막 장면은 신원 및 임무를 모두 기밀로 하고 전쟁 종식을 위해 생명을 바치겠다는 맹세와 함께 냅코 프로젝트 일원으로 합류하는 ‘선택’에 머무른다. 이후의 결과가 아니라 타인을 위한 희생과 존엄을 위한 삶으로의 ‘변화’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사진 13 -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공연 장면. '유일형(신성록)'은 경성에 새로 생긴 스윙 댄스 클럽에서 곤도를 무너뜨릴 마지막 승부수를 계획한다./사진제공=컴퍼니연작 & 올댓스토리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공연 장면. '유일형(신성록)'은 경성에 새로 생긴 스윙 댄스 클럽에서 곤도를 무너뜨릴 마지막 승부수를 계획한다./사진제공=컴퍼니연작, 올댓스토리

휘터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아갈 것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완전히 다르게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뮤지컬 '스윙 데이즈'에는 유일형 외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서 각자의 이유로 타인을 위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중국계 미국인 의사로 식민지 조선에 와서 소아과 의사로 봉사하며, 남편 일형의 목숨을 건 선택에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으로 힘을 더하는 ‘호메리’, 아버지로부터 인정받아 조선인도 일본인도 아닌 ‘반쪽’의 삶에서 벗어나고자 분투하는 ‘야스오’의 희생적인 마지막 선택, 그리고 일본의 카미카제 자살 특공대 계획을 미국에 알린 스파이 임무를 일형이 아니라 자신이 했다고 거짓 자백해 고문으로 죽음에 이를 뻔한 만용, 베로니카와 일형의 뒤를 이어 조국의 독립을 위해 위험한 임무에 뛰어드는 ‘노아’까지….

사진 4 -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공연 장면. 일본인 아버지와 조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일본군 중좌 ‘야스오(김건우)'는 '반쪽'에서 벗어나기 위해 분투한다./사진제공=컴퍼니연작 & 올댓스토리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공연 장면. 일본인 아버지와 조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일본군 중좌 ‘야스오(김건우)'는 '반쪽'에서 벗어나기 위해 분투한다./사진제공=컴퍼니연작, 올댓스토리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마음 한가득 뜨거움을 느끼도록 만드는 서사는 첩보·스파이 액션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제임스 본드(007) 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을 떠올리게 하는 화려함과 세련된 의상, 그리고 호메리와 유일형의 만남과 결혼이라는 로맨스, 유머 또한 품고 있다.

그리고 일본 제국주의와 전쟁, 파시즘을 대변하는 악역(곤도) 또한 강렬한 인상으로 자리한다. 보편적인 이야기로서 의미를 가질 만한 지점들을 염두에 둔 때문이다.  

사진 8 -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공연 장면. 미국계 중국인으로 조선에 들어와 의료 봉사를 하는 소아과 의사 '호메리(이정화)'는 유일형이 자신과 같은 길을 걷는 사람임을 인지한다./사진제공=컴퍼니연작 & 올댓스토리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공연 장면. 미국계 중국인으로 조선에 들어와 의료 봉사를 하는 소아과 의사 '호메리(이정화)'는 유일형이 자신과 같은 길을 걷는 사람임을 인지한다./사진제공=컴퍼니연작, 올댓스토리

인물들이 보여주는 “헌신과 의지”가 우리 사회에 스며들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김희재 작가는 작품 속 “유일형 사장님처럼 헌신해야 할 순간에 물러서지 않고, 돌아서지 않고 허락된 길을 걸어가겠다”라고 피력한다.

작품이 담은 “사랑과 연결, 희생에 관한 이야기”를 음악에 잘 담아내고자 했다고 말하는 작곡가 제이슨 하울랜드는 “점점 더 불안정해지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를 뮤지컬 '스윙 데이즈'가 전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두 차례의 세계 전쟁을 거치면서 인간 존엄성의 상실과 이성의 한계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함을 인지한 인류는 8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전쟁을 벌이며, 죽음과 파괴, 폭력 속에 각자의 길로 흩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타인을 위해 희생하고, 공감하며, 보편적 인간성을 인식하고, 두려움 앞에 용기를 갖고 앞으로 나서는 일, 사실상 현재의 인류를 지켜낸 그 존엄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때,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쉽지 않은 그 순간이 찾아올 때 우리 역시 타인을 위한 선택, 존엄한 삶을 위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우리가 갖춰야 할 것은 무엇일까?  

주하영 칼럼니스트

앨리스(Alice 한국명 주하영)박사는 영문학자로 주목받을만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관람하고 리뷰를 써온 프리랜서 공연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상지대 겸임교수, 대림대 겸임교수, 한국외국어대 객원교수를 거쳐 현재 한국공학대학교 지식융합학부(교양교육센터)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월간 《한국연극》 편집위원과 한국연극평론가협회 편집위원 및 이사, 세계문화예술경영연구소 초빙연구원, 외국문학연구소 초빙연구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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