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인간 마음속 심상(心像)에서 피어나는 혼불과도 같습니다. 깊은 사유의 내면에서 길어 올린, 짧지만 응축된 언어·문학의 보석과도 같은 시의 세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좋은 시와 함께 조용하지만, 반짝이는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콩 / 장석남
눈 오는 날 오후에 할머니는 옻칠한 반상 하나를 펴고 그
위에 노란 콩을 한 주먹씩 쏟아놓고 고르곤 하였는데 그 상
위의 소리는 참으로 들을 만한 것으로써 거듭될 때마다 처
마 끝으로 눈송이들이 더 모여드는 것이었다. 여문 것들은
상 끝으로까지 저절로 굴러와 닿았는데 자꾸 밖을 내다보는
나를 부르러 오는 것만 같았다. 이듬해 반소매 차림으로나
안 사실이지만 푸른 떡잎 두 개가 솟아 나오는 것을 보니 그
때의 그 상 위에서의 제 구르는 소리를 들으며 생긴 것이
었으려나? 보태서 창문 밖 눈의 소리도 새겨들었을 터이
니 그 작은 콩 속의 두 귀는 너무나 깊고 크고 밝았던 것이다
- '내가 사랑한 거짓말', (창비, 2025)
장석남 시인은 1965년 인천 덕적도에서 태어나 1987년 ‘경향신문’ 신춘 문예에 시 ‘맨발로 걷기’가 당선되어 등단했습니다. 그는 김소월, 한용운, 서정주로 이어지는 한국 서정시의 맥을 이으며 자신의 목소리를 확장해 온 대표적 서정 시인입니다.
그의 시는 부드럽고 절제된 언어로 존재의 내면을 응시하며, 자연과 사물의 미세한 감각을 통해 사라짐·기다림·고요·슬픔 같은 정서를 길어 올립니다. 자연은 그의 시에서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감정과 사유를 매개하는 존재로 등장하며, 이러한 고요하고 단단한 서정성은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시집으로는 ‘새 떼들에게로의 망명’, ‘젖은 눈’,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내가 사랑한 거짓말’ 등이 있으며, 현대 서정시의 가능성을 꾸준히 확장해 왔습니다.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미당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정지용문학상, 공초문학상, 백석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서 높은 신뢰를 받고 있습니다. 현재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후학들에게 쉽고도 감동을 주는 시의 길을 전하고 있습니다.
장석남 시인은 한 인터뷰에서 “죽어가더라도 손가락만 움직이면 손톱을 깎아서라도 시를 쓰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한 문장이 말해주듯, 그는 시를 사랑하는 독자들 곁에 오래 머물며 따뜻하고 아름다운 서정의 숨결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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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칼럼니스트
시인, 교수, 연기지도. 2023년 ‘월간 시’ 34회 추천 신인상으로 등단, 시담작가회 회장, [감성지수 시낭독회] 진행. 저서로는 시집 『오늘은 내가 주인공이 된다』, 동인시집 『공감과 치유』, 『지구의 솜털을 숏커트로 잘랐다』, 『나 때와 라떼』, 『축봄합니다』 가 있으며,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에 다양한 언어로 번역 소개 됨. 상명대 영화과, 백제예대 연예매니지먼트과, 국제대 모델과의 겸임교수와 김지수 연기 아카데미 학원장을 역임했으며, 배우 권상우, 송혜교, 김선아, 남궁민, 아이유, 김다미 등 연기 지도. 저서 『대한민국에서 연예인 되는 법』이 있음. 현재 단국대 공연예술학부 연극과 초빙교수, 서울사이버대학교 성악과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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