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벼랑 끝에 선 동료들을 맨발걷기 황톳길로 이끄는 경찰관
[인터뷰365] 벼랑 끝에 선 동료들을 맨발걷기 황톳길로 이끄는 경찰관
  • 신향식 칼럼니스트
  • 승인 202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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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생명지킴이’ 경기 연천경찰서 백학파출소 박경운 경감
- 교대근무·트라우마·고립감…힘듦·어려움·억울함 해소책
- 동료들에게 맨발걷기 보급 SNS 모임방 ‘해바맨’ 개설
- 임상 검증 자료·정보 공유…한두 달 만에 200여 명 가입
- 경찰서 순회하며 ‘경찰 자살 예방 동료 강사’로도 맹활약
./사진=박경운 경감 제공
'맨발걷기 전도사' 박경운 경감./사진=박경운 경감 제공

인터뷰365 신향식 칼럼니스트(/자연치유사) = 불철주야 격무로 인해 불면증으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경찰 동료들에게 맨발걷기를 알리고 있는 경찰 공무원이 있다. 바로 경기 연천경찰서 백학파출소 박경운 경감(56)이다. 닉네임은 ‘긍정폴’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승진과 인사, 성과와 실적을 말할 때 그는 ‘동료들의 수면’과 ‘동료들의 생존’을 먼저 꺼낸다. 국민의 안전을 지켜온 사람이 이제는 동료들의 신발을 벗겨 마음을 지키고 싶다고 했다. 그 소박한 바람이 오히려 묵직하게 다가왔다.

그는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회장 박동창) 경기 파주 지회장으로도 봉사하고 있다. 그는 불면증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찰 동료들을 돕기 위해 맨발걷기 SNS 모임방 ‘해바맨’을 개설했다. ‘도전해봐, 맨발걷기’의 줄임말인 이 모임은 지난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초기에는 파주·연천 지역 경찰과 주민들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전국 각지의 경찰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모임의 목적은 단순하다. 맨발걷기와 관련된 임상 검증 자료와 실천 정보를 공유해 실제로 수면의 질을 개선하고, 다시 생기와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전국 각지 현직 경찰들 속속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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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경기도 동두천경찰서 동료경찰들에게 자살예방 강연하는 장면./사진=박경운 경감 제공

그러나 박 경감은 단순한 운동 모임의 운영자가 아니다. 그는 10년 전부터 경찰 내부에서 경찰 자살 예방 동료 강사로 활동하며 경찰서를 순회하고 있는 ‘경찰 생명지킴이’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경찰관, 동료의 죽음을 눈앞에서 겪은 경찰관, 반복되는 강력 사건으로 심리적 한계에 몰린 경찰관들을 직접 만나왔다. 그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버텨온 시간을 위로하고 응원하며, 다시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해왔다. 그는 경찰 자살 예방을 위해 늘 고민해 왔다. 단 한 사람의 경찰관이라도 더 살아남게 하기 위해서였다.

“자살을 하는 사람들은 이유가 있습니다. 힘들고, 어렵고, 억울하기 때문입니다. 경찰 자살률이 일반 공무원 자살률보다 최근 10년 사이 2~2.5배 이상 높다는 것은, 그 이유의 정도가 그만큼 크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버틸 수 있는 회복탄력성 지수는 반비례해서 낮아져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 교육 현장에서 동료들과의 인터뷰 및 경찰 현장 경험을 통해 얻은 결론이다. 불철주야 맞닥뜨리는 사건과 긴장감, 참혹하고 비참한 범죄 현장, 늘 경험할 수밖에 없는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반복해서 마주하는 현장 경찰에게는 어느 순간부터 ‘정신력’만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시점이 찾아온다. 그는 바로 그 구조를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었다.

사실 그 역시 그 구조 속에서 무너진 경험을 한 사람이다. 32년 동안 수많은 사건과 사고를 겪어왔고, 어느 순간부터 수면은 더 이상 ‘잠’이 아니었다. 밤낮이 뒤바뀐 교대근무로 생체 리듬은 파괴되었고, 사건 현장의 아우성과 불통의 신음 소리, 고약하게 인상 찌푸린 얼굴들이 수면을 방해했다. 몸은 침대 위에 있었지만, 마음과 신경은 편안함보다 긴장과 불편함의 연속선상에 있었다. 호흡은 짧아지고 이유 없는 초조와 불안이 가슴을 죄었다. 한동안 “이제는 삶을 놓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그는 고백한다.

심리적 한계에 몰린 경찰관들 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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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5일, 처음으로 맨발걷기를 시작한 뒤 하루도 안 거르고 1000일째 연속으로 달성한 기념사진./사진=박경운 경감 제공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거창한 치료도, 약도, 상담도 아니었다. 2023년 3월, 파주 운정호수공원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맨발로 걷는 어르신들이었다. “맨발로 걸으면 좋습니까”라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단순했다. “실천해 보면 압니다. 특히 수면에 좋습니다.”

박 경감은 아주 오랜만에 꿀잠을 경험했다. 그는 그날을 “맨땅에서 인생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고 표현한다. 이후 그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맨발로 땅을 밟기 시작했고, 가장 먼저 회복한 것이 잠이었고, 그다음은 숨이었으며, 그다음은 마음이었다. 

‘해바맨’ 운영의 출발점은 바로 이 개인적 회복의 경험이었다. 맨발걷기를 통해 실제로 수면의 질이 개선되고 심신 안정 효과를 경험한 그는, 이것이 단순한 개인 치유를 넘어 경찰 자살 예방과 정신 건강 회복을 이끄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 확신은 곧 행동으로 이어졌다.

현재 ‘해바맨’ 단톡방에는 개설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200명 이상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불면증을 겪는 현직 경찰관들이다. 서울청 소속 여경부터 지방 파출소의 베테랑 경찰까지 “잠을 거의 못 잔다”, “수면장애로 너무 고통스럽고 삶의 만족도는 제로 상태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죽을 지경이다”라는 고백이 이어진다.

박 경감이 직접 현장을 찾아 맨발걷기 코칭을 진행한 뒤에는 “맨발을 처음 한 날 밤 기분 좋게 노곤한 느낌이 들었고, 처음으로 푹 잤다”, “아침에 컨디션이 확실히 개선됐다”, “동료들이 얼굴이 좋아졌다고 한다”는 긍정적 반응이 잇따라 도착한다.

“동료 경찰 선·후배들이 지금도 매달 평균 1명 이상 극단적 선택으로 안타깝게 고인이 됩니다. 불면증이 가장 큰 문제 중의 문제입니다. 불면증만 회복되어도 분명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불면증 동료들에게도 맨발걷기 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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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에서 열린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지도자 연수회에서 (사진 맨 앞) 박경운 경감. /사진=박경운 경감 제공

그래서 그는 더 많은 경찰들에게 이 길을 알리고 싶어 한다. ‘해바맨’은 그가 수년간 강단에서 외쳐온 생명 사랑의 메시지가 가장 실천적으로 구현된 현장이다.

해바맨 단톡방에는 현재 8개의 공지 자료가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다. 의사와 한의사가 설명한 맨발걷기의 과학적 원리, 접지(Earthing), 지압, 아치의 3대 핵심 효과, 코르티솔 수치 안정화를 통한 불면증 개선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는 임상 논문 자료, 회복 영상 자료 등이 담겨 있다. 박 경감은 “이 공지 자료만 차분히 보아도 맨발걷기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임상학적으로 검증되고, 우리나라 4대 의술 중 하나인 자연요법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해 두었다”고 말했다.

올 여름 지리산 맨발걷기 원정대 행사에서 기념촬영. 사진 맨 왼쪽이 박경운 경감./사진=박경운 경감 제공<br>
올 여름 지리산 맨발걷기 원정대 행사에서 기념촬영. 사진 맨 왼쪽이 박경운 경감./사진=박경운 경감 제공

그는 감성만으로 사람을 설득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회복은 사례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근거가 우선되어야 한다. 근거를 통해 믿음이 생겨나고, 믿음이 생기면 생각에 머물기보다 도전하고 실천하게 된다. 작은 도전이 풍요롭고 건강한 삶을 만들어낸다. 수많은 자살 예방 상담을 통해 얻은 결론이다.

맨발걷기는 그 결론을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실천할 수 있는 도구였다. 전기를 띤 사람이 맨땅과 직접 접촉하면서 생체 전기 흐름이 안정되고, 과도하게 긴장된 교감신경이 균형을 되찾으면 마음도 편안해진다는 원리다. 박 경감은 “맨발걷기는 감긴 신경을 풀어주는 운동”이라고 말한다. 비명과 울음, 폭언과 분노가 뒤섞인 요란함이 일상이 된 경찰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각성’이 아니라 ‘유연함’이다. 그 유연함을 가장 효과적으로 회복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바로 맨발걷기다.

“잠들려 하면 사고장면 떠오른다” 호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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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기도 시흥시 시화호 맨발걷기 행사에서 맨발강의를 한 뒤 갯벌에서 기념촬영./사진=박경운 경감 제공

그가 ‘해바맨’ 운영에 쏟는 시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수시로 단톡방을 살피며 도움이 필요한 동료에게 심신 건강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겨울철에도 맨발걷기를 할 수 있는 방법과 장소 등을 사례별로 안내하고, 자신이 가진 정보와 인맥을 최대한 동원해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다. 그는 조언과 함께 반드시 한 문장을 덧붙인다.

“반드시 회복하실 겁니다. 응원하고 기도하겠습니다.”

그에게 해바맨은 동아리도, 단순한 취미 모임도 아니다. 그것은 그가 수년간 지켜봐 온 수많은 경찰관들이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해답이며, 살아남은 자가 선택한 마지막 방식의 속죄에 가깝다. 그는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말끝에는 늘 생명에 대한 사랑과 사람에 대한 존중이 묻어난다.

현장 경찰은 누군가에게 가장 절박한 순간에 가장 먼저 달려와 주는 존재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위기의 순간에 가장 먼저 달려오는 ‘산소 같은 존재’다. 그러나 정작 그들에게 숨 쉴 수 있는 안전지대는 여전히 부족하다.

내가 죽을 지경인데 어떻게 제대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겠는가. 맨발로 맨땅을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자신의 수면과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이 시대 가성비 최고의 대안이다. 수면과 건강이 회복되면 ‘돕는 척’이 아니라 진심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내 안에서 생겨난다.

박 경감은 단행본 '우린, 자판 필사하고 책 쓰기 도전합니다'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어싱이나 필사나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라는 부제 아래 9개 꼭지는 맨발걷기를 경찰 동료들에게 알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믿고 집필했다고 한다. 그는 “인세가 많지는 않겠지만, 저에게 귀속되는 수익금은 경찰 자살 예방 사업에 전액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향식 칼럼니스트

신문기자 출신 글쓰기교육 전문가이자 대한민국 1호 생애기록치유사다. 한 사람의 생애를 기록하여 삶의 의미를 회복하고 내면을 치유하는 새 영역을 개척했다. 조선미디어그룹 스포츠조선과 경향미디어그룹 굿데이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이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등에 교육, 글쓰기, 자연치유를 주제로 글을 발표했다. 연세대에서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취득하며 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그 논문이 서울대 1학년 기초필수 교재에 모범예문으로 수록된 것을 계기로 대학과 전국 주요 고교에서 학술적 글쓰기 초빙강사로 활동했다. 또, 하버드대, MIT, 베를린공대, 함부르크대 등 해외 대학의 글쓰기교육 현장을 취재하며 글쓰기 교육 방법론을 연구했다. 국제 바칼로레아(IB)가 한국에 본격 도입되기 이전부터 그 교육적 가치에 주목해 선구적으로 취재했다. 대치동에서 신문기자 출신 강사진으로 구성한 논술학원을 17년간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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