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한국전쟁 다룬 작품 선보인 '인도 참전용사 후손'...설치미술가 파르바티 나야르
[인터뷰365] 한국전쟁 다룬 작품 선보인 '인도 참전용사 후손'...설치미술가 파르바티 나야르
  • 라윤도 인터뷰어
  • 승인 202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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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포럼 참가한 인도 설치미술가 파르바티 나야르 작가
- 부친은 평화유지군 참모로 복무한 故 티엔알 나야르 소령
- 한국전쟁 주제 작품 ‘변화의 한계’(Limits of Change) 제작
 '25 DMZ OPEN 에코피스포럼'에서 만난 인도 설치미술작가 파르바티 나야르.

인터뷰365 라윤도 인터뷰어(/건양대 명예교수) = 3일 고양시 소노캄 고양 호텔에서 개막된 ''25 DMZ OPEN 에코피스포럼'에 참가한 인도 설치미술작가 파르바티 나야르(Parvathi Nayar)씨는 “아버지가 80년 전 평화유지군으로 참전했던 한국 DMZ에서 열리는 이번 포럼에 참가하게 되어 생전의 아버지를 만나는 듯한 벅찬 마음”이라면서 “나의 예술적 픽션과 구성은 바로 평화와 화해를 찾는 여정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포럼은 내 작업에 큰 깨달음을 얻을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가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DMZ 포럼은 한국전쟁 휴전 이후 70여 년간 진공상태로 남아 있는 DMZ의 평화적 가치를 공유하고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모색하기 위하여 경기도가 3년째 주관해오는 국제학술회의로 올해는 “DMZ에서 시작하는 미래 길 찾기”라는 주제로 3일간 진행됐다.

이날 포럼은 기조연설을 맡은 마이클 샌델 미 하버드대 교수와 최재천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 등 국내외 학자와 예술 문화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샌델 교수는 ’생태와 공존, 그리고 공동선을 향하여‘라는 제목으로 미국 그랜드 캐니언의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실시했던 엄격한 벌금제도와 기업인들의 자연환경에 대한 애정 등을 설명했다.

이어진 이 포럼의 공동위원장 최재천 교수, 김동연 경기지사의 3자 대담에서 최 교수는 “자연(自然)이라는 한자 단어의 뜻이 그렇듯이 DMZ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자연들의 질서, 그 조화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동연 지사는 “경기도가 내세우고 있는 ‘더 큰 평화’는 남북의 평화뿐만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평화, 그것이 평화로운 경제로까지 이어지는 평화를 말한다”고 강조했다.

파르바티 나야르, 부친 생각하며 한국전쟁·전쟁포로에 관심

인도 설치미술작가 파르바티 나야르./사진=라윤도

특히 이날 가장 관심을 모은 발표자는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주도 첸나이(舊 마드라스)에 거주하며 인도는 물론 영국, 싱가포르, 미국 등지에서 폭넓은 작품활동을 하는 파르바티 나야르였다.

그녀는 최근 발표한 한국전쟁과 전쟁포로 문제를 기반으로 해 제작한 ’치킨 런(Chicken Run)’이라는 작품을 소개하면서 한국전쟁 후 본국으로의 송환을 거부했던 2만3천여 명의 포로들과 전쟁포로 문제 등을 핵심 주제로, 설치미술에 기반한 연극, 내래이션, 미술작품, 사진작품 등 다양한 활동에 대하여 발표했다.

평소 ‘물(Water)’을 중요한 상징이자 모티브로 삼고 작품활동을 해온 나야르 작가는 기후 변화와 생태학적 위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삶과 관련한 질문들 주제로 삼고 있다.

파르바티 나야르 작가의 부친인 T.N.R. 나야르 소령의 DMZ 근무 당시 모습. 

그녀는 한국전쟁 관련 작품을 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부친 T.N.R. 나야르(인도 육군 소장 예편, 작고) 소령이 참모로서 1953년 7월 휴전협정 후 유엔이 2만3천여 명의 송환거부 포로를 판문점 옆 장단벌 일대에 집결시켜 다시 한번 진의를 묻는 설득 작전을 진행할 때 질서유지를 위해 파병되었던 인도관리군(CFI) 6천 명의 참모 요원으로 6개월간 판문점 일대에서 활동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년 전 아버지의 유품 속에 남아 있던 한국전쟁 포로들의 사진과 일기, 편지 등 자료들을 접하면서 미지의 나라에 파견되어 무척 당황스럽고 고독했을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한국전쟁과 포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국전쟁 관련 작품, 첫 공연 이후 앙코르 공연 요청 이어져 

''25 DMZ OPEN 에코피스포럼'에서 발표 중인 인도 설치미술작가 파르바티 나야르./사진=라윤도

나야르 작가는 지난 2월 발표한 한국전쟁 관련 작품에 대해 “첸나이 INKO센터가 첸나이 비엔날레에서 추진하는 ’변화의 한계들(Limits of Change)’ 주제의 일환으로 만든 ‘치킨 런(Chicken Run)’ 연작의 두 번째 작품으로 9개의 서로 연결된 방으로 구성된 스토리뮤지엄 형태를 띄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들 방들은 한국전쟁에 인도군으로 파견되었던 가상인물 N 대위의 증언들을 철책 앞에서의 연극공연, 사진전, 설치미술, 인포그래픽, 텍스트, 오브제 등 다양한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다”면서 “관람객들은 각 방마다 20~30명 내외로 한정되어 몰입도를 높였고 관객들이 각 방을 둘러보면서 그것은 단순한 역사가 아닌 피해자와 가해자 간, 중립과 용서, 파괴와 재생의 문제에 몰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첫 공연 이후 관객들의 앙코르 공연 요청으로 첸나이에서만 40회 이상의 공연이 이루어졌고, 내년에는 전인도순회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파주지역 시민단체 연합인 파주시민네트워크(대표 김성대)는 타야르 작가에게 파주지역의 평화역사를 작품화하고 각종 자료를 수집하고 기록한 데 대해 감사장과 기념품을 수여했다.

나야르 작가는 “당시 인도군의 임무는 적개심에 가득 차 피를 흘릴 수 밖에 없는 두 그룹 사이에서 용서와 화해를 이끌어내는 것이었다”면서 “그 역할이 완전한 성공을 거두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증오를 멈추고 갈등을 해소하여 폭력의 되풀이를 막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라고 당시 인도군의 역할을 평가했다.

1953년 송환거부포로 문제 대두...유엔군, ‘설득 작전’ 진행

''25 DMZ OPEN 에코피스포럼'에 참가해 발표 중인 인도 설치미술작가 파르바티 나야르./사진=라윤도

1953년 7월 한국전쟁의 휴전협정이 발효되었을 때 유엔군 측과 공산군 측은 본국으로의 송환을 거부한 2만3천 명의 송환거부포로 처리문제가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 유엔군 측에서 인도주의적 입장에 의해 포로들의 의사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설득 작전’(Persuation Operation)을 6개월 동안 중립국송환위원회에 의해 전개하도록 결정했다. 당시 중립국송환위원회는 인도를 의장국으로 하여 스위스, 스웨덴, 체코, 폴란드 등 5개국 대표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동시에 이들 2만3천 명의 송환거부포로들의 질서유지를 위해 의장국이던 인도의 육군 6천 명을 한국 판문점 일대의 DMZ에 파견하기로 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 중립주의를 신봉하던 네루 수상의 결단에 따라 이른바 인도 최초의 평화유지군 역할을 한국 DMZ에서 수행하게 된 것이었다.

6개월간의 설득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지만 정해진 시한인 1954년 2월 24일 송환거부포로 문제를 완결짓고 인도군 6천 명은 인천항을 떠나 원 출발지인 첸나이(구 마드라스)항으로 돌아왔다. 끝까지 어느 쪽으로의 송환을 거부하고 제3국을 고집한 88명(한국인 76명/ 중국인 12명)은 한국을 철수하는 인도군 함정을 타고 인도로 왔으며 그 후 인도 잔류 혹은 중립국 등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인도 설치미술작가 파르바티 나야르의 작품./사진=라윤도

나야르 작가는 정교한 드로잉 작업을 중심으로 설치미술, 멀티미디어 프레젠테이션, 텍스트 및 비디오 아트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10여 년 전 인도 뭄바이 신공항 건설 시 설치미술작품 공모에 당선, 높은 기량을 뽐낸 바 있다.

그녀는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취브닝(Chevening) 스칼라십을 받아 순수미술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방송에서의 영향력 있는 강연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22년 발표했던 ‘치킨 런’ 첫 작품에서는 인도에 정착한 반공포로 Mr. H.의 일생을 그려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한국전쟁 관련 작품 계속 제작 할 것...폭력과 전쟁의 순환 끝내야"

''25 DMZ OPEN 에코피스포럼'에서 (사진 중앙)인도 설치미술작가 파르바티 나야르와 함께. 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가 필자. 

나야르 작가는 이번 발표에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전쟁 휴전협정 발효 후 한반도 DMZ 일대에 파견되어 6개월 동안 평화유지업무를 수행했던 사실들에 대해 부친의 유품들은 물론 인도네루기념관, 미국문서보관소 등의 사진 기록물 등을 광범위하게 수집한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니야르 작가는 “첸나이의 INKO센터에서 주관하는 첸나이 비엔날레에 ‘변화의 한계들’이라는 주제 하에 한국전쟁 관련 작품을 계속 제작할 것”이라며 “작품에서 N 대위가 쓴 편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폭력과 전쟁의 순환이 인류 역사에 반영되어 왔는데 이러한 순환을 끝내는 것은 증오를 풀고, 용서를 받아들이고, 역사를 짐이 아닌 지침으로 기억하는 선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나야르 작가는 “권력 투쟁과 전쟁의 유령이 여전히 큰 오늘날, 평화 유지는 단순히 중립성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용기, 신념, 순환을 깨뜨리려는 의지에 관한 이야기임을 상기시키며 인도와 한국의 얽힌 역사를 재조명함으로써 회복력, 화해, 국가와 개인이 모두 평화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보다 보편적인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녀는 이어 “변화의 한계들을 통해, 끊임없이 성장하는 인도와 한국 간의 교류에 기여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평화유지역사에 대한 관심을 드높이면서 양국 관계, 공유된 유산, 그리고 역사적 가교 문화에서 스토리텔링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대화를 촉발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라윤도 인터뷰어

라윤도 건양대 명예교수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및 동 대학원에서 인도학을 전공했다. 인도 뉴델리 Sansthan과 델리 대학원에서 수학했고 인하대에서 “인도-파키스탄 분쟁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신문 워싱턴 특파원, 국제부장을 역임하고 건양대학교 군사경찰대학장, 대학원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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