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박현수 편집위원 = 30여 년간 언론 현장을 누비며 한국 사회의 굵직한 흐름을 기록해 온 이규섭 전 대한언론인회 사무총장·편집위원장이 제2의 인생을 돌아보는 산문집 ‘허튼소리’(밥북, 320쪽, 2만원)를 출간했다.
역설적인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은 거친 말과 조롱이 넘치는 시대에 침묵의 언어로 벼려낸 '바른 소리'를 전한다. 기자로서 갈고닦은 ‘글품’, 강연과 방송에서 기른 ‘말품’, 전 세계를 발로 누비며 얻은 ‘발품’—이른바 ‘삼품(三品)’의 기록이 책 전반에 진득하게 녹아 있다.
“퇴직 후에도 나는 기록하고 소통한다”… 글밭·말밭·발밭의 결실
‘허튼소리’는 저자가 일간지, 사보, 학보 등 80여 개 매체에 꾸준히 기고해 온 칼럼과 에세이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사회 현안, 일상 풍경, 사람살이의 의미를 날카로운 시선과 따뜻한 시심으로 풀어낸 글들은 젊은 세대에게는 글쓰기의 도전 정신을, 은퇴 세대에게는 삶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KBS1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며 사회 이슈를 해설해 온 저자는, 미디어 교육 강사로도 활약하며 전국 학교와 기관에서 신문을 활용한 창의력·비판적 사고 교육을 진행해왔다. 이러한 ‘말밭’의 경험도 책 속 곳곳에 배어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그가 퇴직 후 버킷리스트로 ‘해마다 해외여행 한 차례’를 목표 삼아 42개국 159개 도시를 직접 답사한 여정이다. 영화 ‘로마의 휴일’을 따라가 본 로마, 전쟁의 상흔이 남은 ‘콰이강의 다리’, 피카소의 정열이 숨 쉬는 지중해 도시 등, 세계를 누비며 수집한 체험은 단순한 여행기를 넘어선 인문학적 통찰로 이어진다.
세상, 길, 기억을 클릭하다… 3부 구성의 산문 여정
책은 ▲1부 ‘세상을 클릭하다’ ▲2부 ‘길 위에서 길을 묻다’ ▲3부 ‘추억을 추억하다’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노인 복지, 언어 파괴, 공동체 소멸 등 현안을 날카롭고도 간결한 문체로 짚는다. ‘노노케어’의 실태, ‘물 전쟁’의 경고, ‘세종이 노(怒)할 언어파괴’ 같은 칼럼들은 현실 감각과 문제의식을 동시에 담고 있다.
2부는 발로 쓴 여행의 기록이다. 인도 갠지스강에서 체감한 생과 사, 두바이의 두 얼굴, 이탈리아의 비움과 충만을 담은 힐링 여행기 등이 펼쳐진다. 저자 특유의 유머와 섬세한 묘사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3부는 가족과 고향, 언론인 시절의 추억, 국악에 대한 애정이 조용한 감동으로 이어진다. ‘아버지의 임종’, ‘민들레처럼 살다간 누님’, ‘아, 어머니’는 소중한 존재를 떠나보낸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책에 담긴 글들은 “모진 말, 거친 말, 거짓말이 세상을 할퀼 때, 침묵의 언어로 벼려낸 문장에는 수묵화 같은 담백한 향이 배어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삶을 돌아보는 성찰과 세상을 품는 통찰이 절제된 언어로 표현되어 독자들의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이규섭 전 대한언론인회 사무총장·편집위원장은
1946년 경북 풍기에서 태어나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을 수료했다. 경향신문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했다. 이후 국민일보 편집국 총괄부국장, 논설위원으로 활동하며 날카로운 비평과 따뜻한 통찰을 함께 담아냈다.
퇴임 후에는 (사)대한언론인회 사무총장과 이사, 편집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지금도 시인·칼럼니스트로서 꾸준히 집필과 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미디어 교육 강사로도 활동 중이며, 전국의 학교와 기관에서 신문을 활용한 교육을 통해 언론의 공적 기능을 알리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바람멀미’(1989, 동해), ‘사라지는 풍물(1993, 국민일보), ’별난 사람들‘(1993, 인간사랑), ’판소리 답사기행‘(1994, 민예원), 어린이 생태기행 ’자연아 놀자‘(2015, 밥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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