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태영 의원(국민의힘) 발의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참여
인터뷰365 신향식 칼럼니스트(/자연치유사) = 흙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어린아이부터 백발 노인까지, 재벌도 무주택자도 모두 맨발로 딛는다면 흙은 차별 없이 건강을 나눠준다. 그런 흙길을 삶의 공간 한가운데 들이겠다는 정치적 결단이 나왔다. 그것도 여야가 함께 손을 잡고.
맨발걷기. 얼핏 들으면 소소한 건강법 같지만, 그 속엔 뿌리 깊은 철학이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몸부림, 건강의 원천을 가장 본질적인 곳에서 찾겠다는 간절함. 그런데 그 숭고한 몸짓에 국회의원 10명이, 그것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함께 이름을 올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정치가 이렇게 사람을 위한 길 위에 있을 때, 그것이 진짜 ‘정치(政-治)’가 아닐까.
지난 20일 엄태영(국민의힘) 의원은 여야 의원 9인과 함께 공동주택의 부대시설 항목에 맨발보행로를 포함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서천호, 김정재, 권영진 의원(이상 국민의힘)과 위성곤, 정준호, 문진석, 안호영, 이개호, 윤호중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이 참여해, 정파를 뛰어넘은 국민건강 연대의 모범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엄태영 의원을 중심으로 한 주택법 개정안 발의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 공동주택 내에 ‘맨발보행로’를 설치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명시하자는 내용이다. 그동안 아스팔트, 시멘트, 우레탄 같은 인공 물질에 갇혀 있던 보행 공간을 흙으로 다시 돌려주겠다는 제안이다. 정치가 국민을 ‘흙’처럼 가까이 바라보는 순간이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이 법안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추진됐다는 사실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10명이 함께 참여한 대표발의. 이 얼마나 보기 드문 장면인가. 마치 황량한 정치의 들판에 피어난 야생화처럼, 작지만 생명력 넘치고 고맙기 그지없다.
이쯤 되면 묻고 싶어진다. 언제부터 정치는 싸우는 일이 되었을까? 왜 국민의 건강 앞에서도 서로 다른 진영으로 갈라서야 했을까? 하지만 이번 법안은 그 고정관념에 금을 냈다. 여야가 손을 잡고 국민의 ‘맨발’을 위한 길을 닦았다. 정파가 아닌 생명을 위한 길. 그것은 마치 갈라진 강물 두 줄기가 하나의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모양새다. 정치가 본래의 기능을 회복할 때, 국민은 그만큼 더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이 변화의 바탕에는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회장 박동창)의 오랜 노력이 있다. 이들은 흙길 맨발걷기의 건강 효과를 전국 곳곳에 알리고, 꾸준히 실천을 확산해 왔다. 실제로 만성질환이 개선됐다는 사례들이 이어지며 그 치유 효과가 자연스럽게 입증되었고, 정치권도 이제는 이를 정파를 초월해 수용하게 된 것이다. 시민이 먼저 움직이고, 정치가 응답한 보기 드문 순환이다.
혹자는 말할지도 모른다. ‘맨발걷기? 그게 뭐가 그리 대단해?’ 하지만 이건 단순히 흙길을 깔자는 얘기가 아니다. 도심 속 콘크리트 일상에 균열을 내고, 사람에게 다시 자연을 되돌려주자는 선언이다. 정치가 이토록 따뜻하고 유연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런 정치를 더 많이 보고 싶다. 사람의 체온이 느껴지는 정책, 국민의 삶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눈, 그리고 진영이 아닌 진심으로 손을 맞잡는 연대. 흙 위를 걷는다는 것은, 단지 건강을 위한 일이 아니다. 그건 정치가 뿌리를 어디에 두고 있어야 하는지를 묻는 일이다. 이번 맨발보행로 법안은 그 질문에, 조용하지만 분명한 답을 내놓았다.
국회의원 여러분, 이번만큼은 참 잘하셨다. 부디 이 첫걸음을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삼아주시길 바란다. 국민은 여러분이 다시 흙길 위에서 손을 맞잡는 모습을 오래도록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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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향식
신문기자 출신 글쓰기교육 전문가이자 대한민국 1호 생애기록치유사다. 한 사람의 생애를 기록하여 삶의 의미를 회복하고 내면을 치유하는 새 영역을 개척했다. 조선미디어그룹 스포츠조선과 경향미디어그룹 굿데이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이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등에 교육, 글쓰기, 자연치유를 주제로 글을 발표했다. 연세대에서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취득하며 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그 논문이 서울대 1학년 기초필수 교재에 모범예문으로 수록된 것을 계기로 대학과 전국 주요 고교에서 학술적 글쓰기 초빙강사로 활동했다. 또, 하버드대, MIT, 베를린공대, 함부르크대 등 해외 대학의 글쓰기교육 현장을 취재하며 글쓰기 교육 방법론을 연구했다. 국제 바칼로레아(IB)가 한국에 본격 도입되기 이전부터 그 교육적 가치에 주목해 선구적으로 취재했다. 대치동에서 신문기자 출신 강사진으로 구성한 논술학원을 17년간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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