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 "이정재 씨와 다른 배우들이 더 늙기 전에 다른 영화보다 '오징어게임' 시즌2를 먼저 시작해야했죠."
"이렇게 (잘)될 줄 모르고 (시즌1때) 출연 배우들을 너무 쉽게 죽였어요."
"에미상 작품상 호명 때 'S'(에스) 발음이 나오길래 '스퀴드(Squid)'인 줄 알았는데 '석세션'이 나와서 실망했죠."
"제가 술자리에서 '시즌2' 등장 게임에 대해 떠들면 제 입을 막아주세요."
황동혁 감독은 16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에미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진지한 표정과 대비 되는 재치 넘치는 답변을 이어갔다. 장내는 웃음꽃이 피었다.
황 감독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으로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6관왕이란 쾌거를 올리며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 작품은 비영어권 작품 최초로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최우수 드라마 시리즈 부문을 비롯 13개 부문, 총 14개 후보에 올랐다. 드라마 시리즈 부문 감독상(황동혁), 남우주연상(이정재), 드라마 시리즈 부문 여우게스트상(이유미), 내러티브 컨템포러리 프로그램 부문 프로덕션 디자인상 (1시간 이상) (채경선 외), 스턴트 퍼포먼스상 (임태훈 외), 싱글 에피소드 부문 특수시각효과상 (정재훈 외)을 수상하며 한국 콘텐츠의 새 역사를 장식했다.
황 감독은 드라마 연출 부문에 한국인으로서 최초 후보에 이어 수상까지 거머쥔 전례 없는 기록을 세웠고, 배우 이정재와 이유미는 한국 국적으로는 최초 후보 선정, 비영어권 배우로서는 최초의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황 감독은 "내일(9월 17일)은 딱 1년이 되는 날인데, 이렇게 마지막 자리를 뜻깊게 보내게 되어 행복하고 영광스럽다. 평생 기억에 남은 1년의 여정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황동혁 감독을 비롯해, 김지연 싸이런픽쳐스 대표, 배우 이유미 등이 함께했다. 다음은 황 감독과의 일문일답.
- 에미상 수상을 축하한다. 가장 받고 싶었던 상이 있었나.
"작품상이었다. 마지막 시상식이다 보니 우리 팀들이 다 같이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순간이 한 번쯤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작품상 호명 때 'S'(에스) 발음이 나오길래 '스퀴드'인 줄 알았는데 '석세션'(HBO드라마)이 나와서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하하."
- '오징어게임' 성공 후 생활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가장 많이 바뀐 건 치아다. 이가 많이 사라져서 씹기가 힘들다. 좋아하는 마른오징어를 많이 못 먹는다. 또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불편해졌다. 그래서 최대한 미디어에 잘 안 나가는 편이다. 배우가 아닌데 얼굴이 알려지는 게 저한테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최대한 숨어 살려고 하는데, 에미상 수상으로 얼굴이 많이 알려졌다. 오늘도 길거리에서 누가 인사를 하더라. 이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서 살아갈지 고민 중이다." (그의 이 같은 고민에 사회자가 곁에 있던 배우 이유미에게 조언을 구하자 이유미의 대답은 "저는 집에서 안 나가요"였다.)
- K 콘텐츠가 전 세계 사랑받고 있는데, 흥행에는 넷플릭스란 OTT의 탄생 등 제도적 변화가 있었다. K 콘텐츠의 인기가 계속 유지되기 위해선 제도적으로 어떤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글쎄요. 작품 고민하기도 바빠서 제도적인 고민까지는 못했다. 처음 이 작품을 극장 영화로 염두했지만, 많은 한계에 부딪혀서 포기했다. 미디어 환경이 변하고 '넷플릭스'란 플랫폼 서비스가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이 작품을 영원히 못 만들었을 것이다. 전 혜안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뭐라 말씀은 못 드리겠지만, 지금 붐이 온 것은 맞다. 한국 콘텐츠나 영화, K팝, 심지어 한식까지 관심이 뜨겁다. 이 붐을 타고 그 열기를 계속 이어가려는 제작자와 배우들, 그리고 문화계 분들이 있기에 자연스럽게 그 붐이 이어지지 않을까 낙관적으로 생각한다."
- K-콘텐츠의 차별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그 가능성은 어디에 있다고 느끼는가.
"외국 분들도 많이 궁금해한다. BTS나 '기생충', '오징어게임'의 사례처럼 갑자기 K 콘텐츠나 K컬처가 이렇게 부각된 이유에 대해 제게 많이 묻는다. 난 이렇게 대답한다. 우린 그동안 항상 열심히 무언가를 만들어왔고, 그것을 세상에 알리려고 노력해왔다고.
우리나라는 내수보다는 수출 위주의 국가 아닌가. 상품이든, 인재든 작은 반도에서 만족하기보다는 해외 시장에 눈을 놀렸다. 문화나 음악 등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이제 꽃이 필 때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K 콘텐츠는 영미권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작품들과 비교해도 수준과 퀄리티가 상당히 높다. 어디에 내놔도 모든 부분에서 뛰어나다. 우리가 치열하고 다이나믹한 사회에서 살고 있으므로 그 한국 사회에서 생산되는 작품의 내용도 빠르게 변화한다. 이런 모습들을 반영한 높은 수준의 한국 콘텐츠들이 사랑과 관심을 받게 된 계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오징어게임' 시즌2 게임은 다 짰다...2년 뒤에 공개될 예정
'오징어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여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다. 넷플릭스 TV(비영어) 부문에서 작품 공개 후 28일 동안 누적 시청량 기준 16억5045만 시간을 기록하며 부동의 1위를 지키며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오징어게임'의 탄생의 뒤에는 이날 자리에 함께한 김지연 싸이런픽쳐스 대표가 있었다. 김 대표와 황 감독은 영화제작자와 감독으로 2017년 '남한산성'으로 호흡을 맞춘 사이다. 그러나 '남한산성'은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당시 김 대표는 적자를 만회하고픈 생각에 황 감독에게 "생각하고 있는 다른 작품이 없냐"고 농담처럼 질문했다고. 그리고 받은게 '오징어게임'의 스크립트였다.
김 대표는 "어마어마한 계획을 갖고 이 작품을 만들자는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게임을 하고, 살아남으면 거액의 돈으로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상황 자체가 흥미로웠어요. 만약 나라면?으로 대입이 되더라고요. 해결이 어려운 '서바이벌 물'은 바로 죽겠지만, 쉬운 게임이다 보니 나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었죠. 얘기가 길고 등장인물이 많으니 시리즈로 해보자고 감독님과 상의 끝에 하게 됐습니다.(김지연 싸이런픽쳐스 대표)"
- 다음 작품 계획이 궁금하다. '오징어게임' 1편 때 너무 힘들어서 다른 영화부터 하겠다는 말도 있었는데.
"우선 '오징어게임' 시즌2를 해야 한다. 다른 영화를 하면 1편과 공백 기간이 너무 길어진다. 이정재 씨도 그렇고 다른 배우들이 확 늙어버릴 수 있어서. 하하. 다시 순서를 바꿨다. 지금 대본을 한창 쓰고 있다. 내년에 촬영할 것 같다. 그러면 내후년에는 공개되지 않을까 싶다. 2년은 걸릴 것 같다. 그 이후 영화를 해볼 생각이다. 사실 그것까지도 너무 먼 얘기다. '오징어게임'시즌2의 각본을 다 쓰고, 촬영한다는 생각만 해도 이가 흔들리고 삭신이 무너져내리는 느낌이라."
- 2편에는 에미상 드라마 시리즈 부문 여우게스트상을 수상한 이유미 배우는 나오지 못하겠다. 1편 때 이유미 배우가 맡았던 지영 역은 사망했으니까.
"지영을 살리고 싶은데, 그나마 지영과 친했던 새벽(정호연)도 죽어서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다. 하하. 시즌1 때 사랑을 많이 받던 배우들이 다 죽어버렸다. 이렇게 (잘) 될 줄 모르고 출연진들을 너무 쉽게 죽였다."
- 시즌2에는 할리우드 배우들도 출연할 수 있지 않을까.
"없다. 앞으로도 있을 것 같진 않다. 시즌2도 한국이 배경이라. 시즌3을 하게 돼서 무대가 바뀐다면 모르겠지만, 유명 배우가 나올 만한 역할은 없다."
- '에미상' 수상으로 시즌2에 대한 부담감도 더 커졌을 텐데.
"부담은 모든 작품마다 느낀다. 부담은 마치 친구처럼 평생 지고 가는 거라, 시즌2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시즌1때도 말도 못할만큼 부담이 컸다. 그러나 부담은 때론 큰 동력이 되기 때문에 느끼려고 한다. 받아들이면서 살고 있다."
시즌2에 등장할 게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황 감독은 "게임은 다 만들었고 현재 대본을 쓰고 있지만, 게임 공개는 못 한다"며 "미리 알면 재미없다"고 말했다. 특히 취재진에게 "(게임에 대한)정보를 알아냈어도 절대 기사로 쓰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어떤 게임인지 모르고 닥칠 때의 그 순간이 재미 요소"라며 "제가 술자리에서 떠들어도 제 입을 막아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 Copyrights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